33.jpg
55.jpg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 블랙 페이스 북 아이콘
  • 블랙 인스 타 그램 아이콘

[화학뉴스] 분자 진화



2018년 노벨화학상은 150년 전, 찰스 다윈이 제시한 진화의 개념을 분자에 적용시켜 분자진화 분야를 개척한 세 명의 과학자,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 조지 스미스 교수, 그리고 그레고리 윈터 박사에게 돌아갔다. 분자진화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진화’라는 단어는 생물체가 주체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자진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진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진화의 주체가 생물체에서 생체분자로 바뀌었을 뿐, 핵심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DNA를 조작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 기법이 발견되자 아널드 교수를 포함한 많은 화학자들이 이를 이용해 효소 유전자의 DNA를 바꾸어 세포 안과 다른 조건에서도 잘 작동하는 효소를 개발하고자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단백질을 직접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적 분자 구조를 분석한 뒤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 이를 바탕으로 향상된 기능을 갖도록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코딩해야 한다. 그러나,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수백, 수천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매우 복잡한 분자이기 때문에, 아미노산 서열을 안다고 해도 복잡한 3차 구조를 갖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화학자들이 아무리 변이효소를 만들어도 원하는 효소를 얻어내지 못하였고, 이는 컴퓨터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아널드 교수는 이를 극복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내었다.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일단 여러 돌연변이를 도입한 뒤 그중 기능이 가장 향상된 단백질 변이체를 생산하는 개체를 골라내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더 우수한 변이 효소를 얻게 될 것이다. DNA의 돌연변이로 발생한 여러 개체 사이에서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가 생존하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과정과 유사한, 일종의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인 셈이다.


아널드 교수는 서브틸리신(subtilisin)이라는, 우유 단백질 카제인(casein)을 분해하는 효소를 대상으로 이 기법을 처음 적용시켜, 자연의 서브틸리신이 작용하는 수용액 조건이 아니라 유기용매에 녹은 상태에서도 촉매 활성을 띄도록 서브틸리신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유기용매 조건에서 원래 효소보다 256배나 활성이 더 높은 변이 효소를 3세대 만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가 개발한 효소의 유도진화는 그 후 좋은 성능을 가진 다양한 변이 효소의 개발이 가능하게 했고, 오늘날 바이오연료와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데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유해부산물이 나오는 기존 화학반응을 대체하면서 녹색화학(green chemistry) 시대를 여는데 크게 기여했다.



조지 스미스 교수와 그레고리 윈터 박사는 파지디스플레이(phage display)에 분자 진화를 접목해 오늘날 약물 개발에 널리 쓰이고 있는 파지디스플레이 항체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1980년대 초 유전자를 규명하는 기술이 초보단계일 때 스미스 교수는 박테리아에 감염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이하 파지)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단백질은 알고 있지만 게놈에서 그 단백질의 유전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던 없던 때, 그는 게놈을 쪼개 그 조각을 파지 게놈의 캡슐단백질 유전자에 끼워 넣으면 그 조각이 지정하는 아미노산들(펩티드)이 파지 표면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변이 파지를 알고 있는 단백질에 달라붙는, 즉 항원으로 하는 항체와 섞은 뒤 항체와 달라붙는 파지를 선별한 뒤 파지의 게놈을 분석하면 끼어 들어간 유전자, 즉 단백질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고, 1985년 스미스 교수는 이 아이디어, 즉 파지디스플레이를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CR(중합체연쇄반응) 등 유전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DNA염기서열분석법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파지디스플레이로 특정 단백질의 유전자를 찾는 방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윈터 교수가 항체 치료제 개발에 파지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1980년대 과학자들은 항원을 생쥐의 혈관에 주사해 항체를 만들게 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렇게 얻은 생쥐의 항체 자체가 외부물질이기에 인체에서 항원이 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이를 고민하던 그레고리 윈터 박사는 스미스의 파지디스플레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의 항체 유전자를 파지 게놈에 넣어 표적 항원에 달라붙는 항체를 선별하는 것이다! 스미스의 파지디스플레이가 파지가 제시한 수많은 펩티드 가운데서 특정 항체에 달라붙는 항원을 찾는 방법이었다면, 윈터의 파지디스플레이는 파지가 제시한 수많은 펩티드 가운데서 특정 항원에 달라붙는 항체를 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앞의 아널드가 개발한 유도진화 기법을 적용했다. 항체 유전자에 임의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만든 수많은 변이 항체 가운데 특정 항원에 잘 달라붙는 걸 선별한 뒤 이 유전자에 다시 임의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잘 달라붙는 항체를 추려내는 식이다.


1990년대 윈터는 이 방법으로 여러 자가면역질환에서 염증을 촉발하는 분자인 TNF-알파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 아달리무맙(adalimumab)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2002년 류머티스관절염치료제로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아달리무맙은 건선과 염증성장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원하던 케미 겨울호


작성자: 김동휘

분야: 분자생물학


참고문헌:

1. The Nobel Prize (노벨위원회)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18/press-release/


2. 동아사이언스 - [노벨상 시상식]효소와 항체 생산의 진화를 이끌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5199


3. The Science Times - 노벨화학상, 분자진화 분야 개척한 3인에게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85%B8%EB%B2%A8%ED%99%94%ED%95%99%EC%83%81-%EB%B6%84%EC%9E%90%EC%A7%84%ED%99%94-%EB%B6%84%EC%95%BC-%EA%B0%9C%EC%B2%99%ED%95%9C-3%EC%9D%B8%EC%97%90%EA%B2%8C



ⓒ KOSMOS Wanted Chemi

조회 209회
Picture4.jpg
워터마크_white.png

KOSMOS는 KSA Online Science Magazine of Students의 약자로,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만들어나가는 온라인 과학매거진 입니다.

​본 단체와 웹사이트는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작물의 무단 전재 및 배포시 저작권법 136조에 의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습니다. 

© 2018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ALL RIGHTS RESERVED. Created by 김동휘, 윤태준.

운영진 연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