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과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Gleevec)

생명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거룩해낸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기대 수명은 OECD기준 이미 80세를 넘어섰고, 대망의 100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 이렇듯 발전하는 인류와 의학이 가지는 최고의 위협이자 적수는 역시 암(cancer)이다. 통계청에서 볼 수 있는 인구 10만명 당 사망률은 541.5명이며, 사망원인을 따져보면, 150.8여 명인 27.6%가 암으로 사망한다. 이는 전체 사망원인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엄청난 수치이며, 대강 5명중 1명의 사람이 암으로 사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일찍이 인류는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암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원인은 밝혀졌으나 명확한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아 많은 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다.


그간 인류의 노력으로 암 문제의 실마리를 몇 가닥 잡았는데, 본 기사에서 소개할 이 약물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genous Leukemia)의 완치의 열쇠가 된 약물인 글리벡(Gleevec)-imatinib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란

인간의 백혈구는 골수의 조혈모세포의 분열로, 골수구계 세포가 단계를 거쳐 백혈구로 성숙한다. 이 과정에서 유전적인 결함 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혈액암이라고 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조혈모세포의 이상으로 인해 모든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골수구계 세포의 양이 늘어나, 과도하게 증식하고 무분별하게 분열하며 혈액 내의 백혈구의 양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백혈구의 기준치 초과로 인한 병이므로 백혈병이라고 널리 불리며, 기작이 재생불량성 빈혈의 역방향으로 진행되어 문제가 생겨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혈액이 백혈구를 과도하게 포함하게 되면, 산소 공급 등 혈액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들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일 수 있는 자가면역 반응까지 일어날 수 있다.



정상인의 혈액과 백혈병 환자의 혈액. 환자의 쪽에서 눈에 띄게 많은 백혈구가 관찰된다.

거기에다 백혈병은 기본적으로 만성 질환인 만큼 느리게 진행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급성 백혈병으로 변하여 갑작스럽게 질환이 진행, 심각하게 악화되어 전신으로 전이된다. 이렇게 급성 백혈병으로 병이 진행되게 되면, 대처 불가능한 속도로 암이 전신을 좀먹게 되어 생존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암이라는 특성과 수술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혈액암이라는 특성 두 가지에 기인하여 치료법이 골수 이식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굉장히 어려워서 치료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증상이 그리 뚜렷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설 때만 해도 운좋게 조기에 발견하여 골수 이식을 진행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해답이 없던 까다로운 질병이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90%가 넘는 대다수에게서 발견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은 9번 chromosome과 22번 chromosome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좌(translocation)로 인해 엮여서 합성된 새로운 염색체로, 9번 chromosome 말단의 gene과 22번 chromosome의 말단이 합쳐져 나타나는 새로운 유전자인 fusion gene을 가지는 새로운 염색체이다.

9번 염색체+22번 염색체, Bcr-Abl fusion gene의 생성

이 염색체가 활성화되게 되면, Tyrosine kinase라는 효소가 활성화되게 되고, 이로 인해 합성되는 단백질에 의해 골수구 전구세포(골수구세포로 성숙하기 전의 세포)들의 세포사멸을 억제하여, 끊임없이 백혈구가 생성,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하게 된다.


표적치료

기술이 발전하며 항암제라는 약물로 암의 진행과정을 억제할 수는 있으나, 이 항암제라는 약물은 알레르기 등 수십가지가 넘는 재생불량성의 치명적 부작용을 지니는, ‘독을 잘 쓰면 약이다’의 표본이었다. 부작용 없는 암 치료는 근본적 요인 제거에 이어 암 연구자들의 차우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공학의 표적치료라는 메커니즘이 가지는 의미는 어마어마하다. 분열하는 세포 모두를 공격하던 항암제의 패러다임, 정상세포마저 파괴되어 야기되는 막대한 부작용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치료방식, 과도하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여 ‘독극물’인 항암제가 보다 집중적으로 암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 표적치료의 도입은 1세대 항암제와 2세대 항암제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었을 정도로 이 치료법이 암의 치료에 미치는 약학적, 생화학적인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암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아래의 문단에서 암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유명인사를 소개한다.


기적의 항암제

2001년에 공인되어 백혈병 환자들의 희망이 되어주었던, 이른바 기적의 항암제, 바로 기사의 주제인 글리벡이다. 최초의 표적항암제로, 암세포만을 노리도록 설계된 글리벡은 특유의 적은 부작용으로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회색 병실에서 희망을 잃어가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고, 이는 매우 성공적으로, 운이 좋은 경우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최근 2세대 백혈병 치료제라고 불리는 글리벡의 후계자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널리 쓰였던, 강력한 관해능력과 적은 부작용을 동시에 가진 완성도 높은 약물이었다. 그 능력이 너무나도 혁신적이고 강력했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며 추앙받았다고 한다.


판매되는 글리벡

글리벡이 생체 내에서 미치는 핵심적인 영향을 간결하게 제시하면, 바로 전술했던 필라델피아 염색체의 fusion gene에 의해 합성되는 Tyrosine kinase를 억제하는 것이다. 자세한 기작을 순서대로 소개하겠다.

  1. Apoptosis(세포사멸)과 Proliferation(세포탄생)을 관장하는 signal chain 조혈모세포, 골수에 존재하는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세포는 백혈구 증식이 필요할 때, Abl tyrosine kinase를 통해 신호의 중개자에게 신호를 보내 백혈구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tyrosine kinase의 정확한 역할은 ATP로부터 Phosphate를 떼어내서 세포 내 effector에 전달하는 효소이다. 이렇게 effector에 신호가 전달되게 되면, 백혈구가 생성된다. 이 Abl tyrosine kinase가 관여하는 signaling chain은 커다란 signaling chain인 RAS pathway의 일부로, 이 pathway chain이 바로 세포의 생성 혹은 사멸과 밀집하게 관련되어 있다.

  2. Bcr-Abl fusion gene에 의해 발생하는 차이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겨나는 필라델피아 유전자, 그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Bcr-Abl의 정확한 역할을 알아보자. (1)에서 Abl에 의해 만들어진 Abl tyrosine kinase가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신호를 전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Bcr이 돌연변이에 의해 Abl과 붙어 융합되면, Bcr-Abl tyrosine kinase라는 fusion protein이 생성된다. 이 Bcr-Abl enzyme은 정상적인 Abl 효소와 activate되는 과정은 비슷하나, 전달되는 신호를 제어할 수 없다. 즉, Bcr-Abl enzyme에 ATP phosphorylation으로 signaling이 전달되게 되면, 백혈구 생성 신호를 주체할 수 없어 백혈구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3. 그렇다면, imatinib의 역할은 무엇인가? imatinib의 표적은 Bcr-Abl 단백질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imatinib은 Bcr-Abl tyrosine kinase에 결합하여 효소가 인산기를 전달받지 못하도록 즉,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direct inhibition). 이렇게 신호가 차단되게 되면, 자연스럽게 effector에 오작동하는 신호가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정상적인 생체기작이 실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암의 발병 기작의 원천을 차단하고 Bcr-Abl에 의해 합성된 tyrosine kinase에만 작용하는 것에 의거하여 글리벡은 승인된 후로 지금까지 백혈병 환자들에 한하여 널리 쓰이고 있다. 최초의 표적항암제라는 영예와 수많은 백혈병 환자를 구해낸 찬사를 발판으로 삼아 현재 글리벡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연구진들이 힘을 쏟고 있다.


미래의 항암제와 글리벡의 후계자들

글리벡-이매티닙의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 계열 약품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발명되며 글리벡의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특이 케이스들을 대상으로도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글리벡에 내성을 띄는 이들에게 백혈병이 발병할 경우 약을 두고도 써먹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으니, 이 분야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설명할 것 없이 유용하다. 이 계열의 약품은 티로신 키네이즈 억제에 따른 불필요한 활성화(==암)의 차단을 기본 해법으로 해석되며 다사티닙, 닐로티닙 등 쟁쟁한 약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고자료>

[1] Clinical Cancer Research

https://clincancerres.aacrjournals.org/content/18/4/930

[2] 위키피디아 - 이매티닙

https://en.wikipedia.org/wiki/Imatinib

[3] 위키피디아 – 만성 골수성 백혈병

https://en.wikipedia.org/wiki/Chronic_myelogenous_leukemia

[4] 질병관리본부

http://health.cdc.go.kr/health/Main.do

[5] National Cancer Institute

https://www.cancer.gov/about-cancer/treatment/types/targeted-therapies/targeted-therapies-fact-sheet

[6] Micro BCR/ABL 재배열을 가진 비전형적 만성골수백혈병

https://synapse.koreamed.org/Synapse/Data/PDFData/0072KJH/kjh-43-184.pdf


<이미지>

1] https://synapse.koreamed.org/Synapse/Data/PDFData/0072KJH/kjh-43-184.pdf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orally&logNo=220955673037&proxyReferer=http%3A%2F%2Fwww.google.co.kr%2Furl%3Fsa%3Di%26rct%3Dj%26q%3D%26esrc%3Ds%26source%3Dimages%26cd%3D%26ved%3D2ahUKEwjt0cD174TlAhXMUN4KHV45CUwQjhx6BAgBEAI%26url%3Dhttp%253A%252F%252Fm.blog.naver.com%252Fforally%252F220955673037%26psig%3DAOvVaw0ByVNG4xuXPpFOpap27ypE%26ust%3D1570356482485603

[3] google image


Bio 학생기자 나채민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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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 면역학, 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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