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후 800년대, 유럽 사회는 바이킹들 때문에 공포에 떨었습니다. 바이킹은 거대한 배를 타고 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의 나라들에 정착해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당시에는 나침반과 같은 정교한 도구를 만들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태양과 달, 별의 위치를 보고 항해하는 방향을 파악해야만 했습니다. 태양 나침반이 있었지만, 단 하루라도 태양이 가려지면 그 나침반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북유럽과 같은 고위도 지역에서는 구름이 많은 날 항해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바이킹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길을 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어두운 환경에서도 태양의 위치를 찾고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었는지, 이번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태양의 위치를 찾아주는 ‘태양의 돌’
바이킹들은 어떤 신기한 돌을 이용해 태양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3세기에 적힌 바이킹 사가에는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시가드(바이킹)가 ‘태양의 돌’을 잡았고, 그 돌을 하늘에 비추자 태양의 위치를 가리켰고, 그가 옳았다.”라며 이 신기한 돌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신화에는 허구적인 요소도 많고, 수많은 발굴 조사에서 이런 성질을 띄는 돌은 찾기 어려웠고, 그저 ‘전설 속의 돌’로만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1592년 침몰한 영국 선박에서 어떤 투명하고 평평한 돌이 수많은 항해 장비와 같이 묻혀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것이 ‘태양의 돌’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질학자들이 이 돌을 분석한 결과, 이 돌은 바로 방해석이었습니다.

*시가드가 태양의 돌을 이용해 태양의 위치를 찾는 모습
방해석의 결정 구조와 복굴절, 편광 효과
복굴절(birefringence)은 매질을 통과하는 빛 중 일부만이 굴절되어서 상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을 상당히 잘 보여주는 광물로는 방해석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 나오는 빨간 선을 방해석을 통해 보게 되면 원래 빨간 선의 위치와, 굴절에 의해 나타나는 상, 총 두 개의 선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해석에 의한 복굴절 현상
이와 같이 복굴절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들을 광학적으로 이방성을 띈다고 합니다. 이런 물질들은 모두 결정 구조가 일반적인 구조와는 달라서, 빛의 진입 방향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복굴절 현상을 나타냅니다. 반면, 등방성 물질들은 물질이 결정 구조를 이루면서 구조에 특별한 방향성이 없는 물질들을 말합니다. 아래에 나오는 결정은 소금 결정이고, 모두 서로 직각을 이루고 있어 특별한 방향성이 없습니다. 이런 물질들은 등방성 물질이고, 복굴절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해석의 결정은 102°와 78°가 번갈아나오는 구조이므로 이방성을 띄는 구조이고, 따라서 복굴절 현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복굴절이 일어나지 않는 소금 결정(NaCl)
소리나 파도처럼, 빛 또한 ‘전자기파’로 불리우는 파동이고, 따라서 파동의 진동 방향도 존재합니다. 저희가 흔히 보는 빛은 서로 다른 진동 방향을 가진 전자기파의 모임이므로 방해석에 빛을 비출 때 방해석은 모든 진동 방향의 전자기파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방성을 띄는 결정의 구조적 특징상, 오직 두 가지의 진동 방향을 가진 전자기파만이 방해석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편광이라고 합니다. 즉, 방해석을 빨간 선 위에 올려놓을 때 복굴절에 의해 생긴 두 선은 편광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광축에 평행한 방향, 수직인 방향으로 편광된 빛
방해석으로 태양의 위치를 찾아보자!
그러면 이 방해석으로 태양의 위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요? 바이킹들은 방해석의 표면에 어두운 점을 그렸습니다. 방해석의 복굴절에 의해 점은 2개로 보이게 됩니다. 이때, 점이 태양을 바라보도록 방해석을 들면 복굴절에 의해 생기는 두 점이 둘 다 희미하게 보이는데, 점이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가 커지면, 즉 시선이 태양과 멀어지면, 두 점의 명도가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바이킹들은 이제 이 돌을 천천히 돌려보면서 두 상의 명도가 가장 비슷해지는 방향을 찾았고, 그것이 태양이 있는 방향이었습니다.

*태양과 시선이 이루는 각도에 따른 두 상의 명도 차이 (빨간 점: 태양 방향)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해답은 바로 편광에 있었습니다. 태양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는 지구 대기권의 입자들을 통과하면서 편광됩니다. 하늘이 푸른 것 또한 대기권 입자의 편광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때, 방해석을 태양에 비추게 되면, 방해석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는 대부분 편광되지 않은 빛이므로 두 상의 명도가 비슷하지만, 태양과 직각일 때는 복굴절이 되는 방향으로 진동하는 전자기파가 적어져 결과적으로 명도에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오히려 태양을 완전히 등지고 있는 경우,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전자기파의 진동 방향이 같기 때문에 두 상의 명도 차이는 다시 없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방해석을 사용해 방향을 알아내며 항해하면 얼마나 더 정확하게 항해할 수 있을까요? ELTE 대학교의 환경광학 연구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a) 방해석을 이용해 자주 방향을 확인하는 경우와 (b) 방향을 덜 확인하는 경우의 항해 경로.
** 초록 선은 목적지(그린란드)에 도착한 것을, 빨간 선은 실패한 것을 나타냄.
다른 동물들은 이미 이걸 쓰고 있다고?
카를 폰 프리슈가 벌을 이용해 편광된 빛에 대한 민감한 정도로 측정한 실험 이후 수많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늘의 푸른 빛과 산란된 자외선에 대한 민감성이 실험되었고, 모두 이런 것들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거미의 여러 개의 눈이 곤충들의 빛에 대한 민감성을 잘 보여줍니다. 거미는 여러개의 눈들이 존재하고 각각이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여러 눈 중 가장 뒤의 두 개는 이런 빛의 편광을 인지해 현재 이동하고 있는 방향을 알 수 있었고, 바이킹들이 태양의 위치를 확인해 항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거미들은 갈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미의 끝 눈 두 개의 편광 구조
참고 자료
[1] Szaz D, Horvath G. 2018, Success of sky-polarimetric Viking navigation: revealing the chance Viking sailors could reach Greenland from Norway, R. Soc. open sci., 5: 172187
[2] Le Floch A, 2013, The sixteenth century Alderney crystal: a calcite as an efficient reference optical compass?, Proc R Soc A., 469:20120651
[3] Guy Ropars, Vasudevan Lakshminarayanan & Albert Le Floch, 2014, The sunstone and polarised skylight: ancient Viking navigational tools?, Contemporary Physics
[4] https://www.youtube.com/watch?v=FPkgqMI3Iz0
[5] https://en.wikipedia.org/wiki/Birefringence
첨부 사진 출처
[1, 2, 4] 참고자료 [4]
[3] https://m.blog.naver.com/siook12/220995376602
[6] 참고자료 [1]
[7] 참고자료 [3]
KOSMOS PHYSICS 지식더하기
작성자│정민준
발행호│2020년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