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작아도 한 성능한다 메타렌즈
두꺼운 유리를 깎아 빛을 굽히던 렌즈가 머리카락보다 얇은 판으로 바뀌고 있다. 나노 기둥 수억 개로 빛을 다루는 메타렌즈의 원리와 한계를 살펴본다.
편집부 · 2026년 10월 3일 · 읽는 데 5분
메타렌즈는 표면에 빛의 파장보다 작은 기둥을 빽빽하게 세워 빛이 나아가는 방향을 바꾸는 평평한 렌즈다. 기존 렌즈가 유리의 두께 차이로 빛을 굽힌다면, 메타렌즈는 기둥 하나하나의 모양과 배치로 빛을 원하는 곳에 모은다. 덕분에 렌즈를 머리카락보다 얇게 만들 수 있다.
보통 렌즈는 어떻게 빛을 모으나
돋보기의 가운데는 두껍고 가장자리는 얇다. 빛은 유리 안에서 공기 중보다 느리게 나아가는데, 가운데를 지나는 빛은 두꺼운 유리를 오래 통과하니 더 많이 늦어진다. 가장자리를 지나는 빛은 덜 늦어진다. 이렇게 지나는 위치마다 늦어지는 정도가 달라지면 빛의 파면이 휘어지고, 휘어진 빛은 한 점으로 모인다.
이 방식에는 두께가 필요하다. 초점을 짧게, 곧 빛을 세게 굽히려면 렌즈가 더 두껍고 둥글어야 한다. 게다가 둥근 렌즈 하나로는 상이 또렷하지 않아 여러 장을 겹친다. 스마트폰 뒷면의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이유가 여기 있다. 얇은 기기 안에 여러 장의 렌즈를 쌓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노 기둥은 어떻게 빛을 늦추나
메타렌즈는 두께 대신 구조를 쓴다. 평평한 판 위에 수백 나노미터 높이의 기둥을 수억 개 세운다. 기둥은 빛의 파장보다 작아서, 빛은 기둥 하나하나를 따로 보지 못하고 그 일대를 하나의 매질처럼 느낀다. 이때 기둥이 굵으면 그 자리를 지나는 빛이 더 많이 늦어지고, 가늘면 덜 늦어진다.
그러니 렌즈 가운데에는 굵은 기둥을, 바깥으로 갈수록 가는 기둥을 배치하면 돋보기와 같은 효과가 난다. 늦어지는 정도를 두께가 아니라 기둥의 굵기로 정하는 셈이다. 기둥의 모양을 길쭉하게 만들고 기울기를 바꾸면 빛의 편광까지 다룰 수 있다. 이처럼 자연에 없는 성질을 구조로 만들어 낸 물질을 메타물질이라 부르고, 메타렌즈는 그 대표적인 쓰임새다.
기둥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공정으로 새긴다. 유리를 하나씩 깎고 연마하는 대신 웨이퍼 한 장에 수많은 렌즈를 한꺼번에 찍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산업적으로 큰 매력이다.
기둥의 재료로는 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으면서 굴절률이 높은 물질이 쓰인다. 이산화티타늄이나 질화규소가 대표적이다. 굴절률이 높아야 작은 기둥으로도 빛을 크게 늦출 수 있고, 흡수가 적어야 빛이 손실 없이 지나간다. 재료에 따라 다룰 수 있는 파장 범위도 달라져, 가시광선용과 적외선용 메타렌즈는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든다.
| 구분 | 굴절 렌즈 | 메타렌즈 |
|---|---|---|
| 빛을 굽히는 방법 | 유리 두께의 차이 | 나노 기둥의 굵기와 배치 |
| 두께 | 밀리미터 단위 | 마이크로미터 이하 |
| 만드는 방법 | 깎고 연마 | 반도체 공정으로 찍어 냄 |
| 약점 | 부피, 무게 | 색에 따라 초점이 달라짐 |
평평하다는 점은 조립에서도 이점이 된다. 굴절 렌즈를 여러 장 쓰려면 렌즈 사이의 간격과 중심을 정밀하게 맞춰야 하고, 조금만 어긋나도 상이 흐려진다. 메타렌즈는 센서와 같은 공정으로 한 칩 위에 바로 올릴 수 있어 이런 정렬 작업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부품 수가 줄면 기기가 얇아지고 고장 날 곳도 줄어든다.
왜 아직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신하지 못하나
가장 큰 걸림돌은 색수차다. 빛은 색, 곧 파장마다 기둥과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빨간빛에 맞춰 설계한 기둥은 파란빛을 엉뚱한 곳에 모은다. 하나의 색만 쓰는 장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으려면 모든 색을 한 점에 모아야 한다. 기둥의 모양을 여러 겹으로 설계해 이 문제를 줄이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렌즈가 커질수록 어려워진다.
효율도 과제다. 기둥에 부딪힌 빛의 일부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흩어진다. 정밀한 사진을 찍는 카메라에서는 이 흩어진 빛이 상을 흐리게 만든다.
어디에 먼저 쓰이고 있나
색이 하나뿐인 빛을 다루는 장치가 먼저다. 얼굴 인식이나 거리 측정에 쓰이는 적외선 센서는 정해진 파장 하나만 쓰므로 색수차 걱정이 적다. 이런 센서에 메타렌즈를 넣으면 부품을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 내시경처럼 좁은 곳에 들어가야 하는 의료 장비, 가볍고 얇아야 하는 증강현실 안경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렌즈 여러 장 대신 메타렌즈 한 장과 보정 프로그램을 함께 쓰는 방식도 시도된다. 렌즈가 남긴 흐림을 소프트웨어 계산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빛을 다루는 일을 광학과 계산이 나눠 맡는 이 방식은, 메타렌즈의 약점을 가리는 현실적인 타협으로 주목받는다.
남은 과제
메타렌즈가 일반 카메라 렌즈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여러 색을 한꺼번에 또렷하게 모으면서도 렌즈를 크게 만드는 일, 흩어지는 빛을 줄이는 일이 함께 풀려야 한다.
대량 생산의 비용도 지켜볼 부분이다. 반도체 공정으로 찍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수억 개의 기둥을 결함 없이 새기는 정밀도를 값싸게 유지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메타렌즈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해지는 단계에 있고, '모든 렌즈를 대신하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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