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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의 멸종: 인간이 만든 순환고리에 갇히다

9월 23 업데이트됨

바나나를 한입 베어 물면 은은한 향과 함께 부드러운 과육이 입안을 한가득 채운다. 껍질을 까기만 하면 베어 물을 수 있는 바나나. 유아에게도 원숭이에게도 사랑 받는 과일인 바나나는 어떤 과일보다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 과연 바나나에게 포도처럼 수박처럼 씨앗이 있었어도 그랬을까? 바나나에겐 씨앗은 온데간데없고 가운데에 거무스름한 부분만 남아있을 뿐이다.


씨앗이 많은 야생 바나나
인간이 낳은 바나나

아프리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태평양 섬들 등의 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바나나는 열대과일이다. 바나나는 본래 나무가 아닌 여러해살이풀이며, 인간과 같이 이배체이다. 야생 바나나를 보면 알 수 있듯, 과거에는 과육은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씨앗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수박, 가지, 옥수수, 당근과 같이 여러 과일, 채소를 개량한 것과 같이 바나나도 긴 시간에 걸쳐 인간에 의해 개량이 되었다. 현재 식용 가능한 바나나는 모두 이배체인 Musa acuminataM. acuminata와 삼배체인 M. balbisiana가 교배된 종들이다. 바나나는 M. acuminata의 형질 덕분에 수정하지 않고도 씨방이 발달하여 열매가 되는 단위결실(parthenocarpy)가 가능하다.


서구의 선택을 받은 종, 캐번디시

품종개량을 통해 바나나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특징을 가진 바나나종이 존재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다양한 특징을 가진 몇 백 종의 바나나가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라도 바나나는 붉은빛 도는 보라색 껍질을 가지며, 껍질을 까면 연분홍색의 바나나인데, 동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아랍에미리트에서 재배되어 중앙아메리카로 주로 수출된다. 안 익은 것처럼 보일 초록색 틴독 바나나도, 짜리몽땅한 애플 바나나도 존재한다. 인간에 의해 개량된 바나나는 삼배체이기 때문에 모두 생식능력이 없고, 하나의 종은 모두 유전적 단일성을 띤다.


붉은 색 바나나

현재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전체 과일의 10~11%를 차지하는 만큼 값싸고 흔한 과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바나나가 전해진 것은 미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에 바나나가 전해지게 된 것은 1870년, 자메이카로부터 바나나가 미국으로 전해지면서이다. 바나나는 곧 거대 기업들의 손에 맡겨져 상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중앙아메리카 곳곳에 바나나 농장들이 설립되어 바나나는 싼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가 되었다. 다양한 바나나종이 존재하건만, 인간은 자연스럽게 가장 흡족한 종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현재 널리 판매되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바나나 종은 바로 ‘캐번디시’종이다. 캐번디시 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나나의 이미지처럼 길고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나라로 가장 많이 수출된다.


캐번디시 바나나
멸종해버린 바나나 종의 여왕, 그로미셸

사실 과거에는 캐번디시보다 각광을 받으며, 크기가 더 크고 맛과 향이 더 좋은 바나나가 있었으니, 바로 ‘그로미셸’이라는 종이다. 그로미셸 종은 네모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껍질이 두꺼워 대량 운반에 용이했으며, 더 진하고 달콤한 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직접 그로미셸을 보거나 향을 맡을 수 없다.


20세기 말, 바나나에게 매우 치명적인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그로미셸이 모두 멸종했기 때문이다. 파나마병은 곰팡이 균사가 뿌리를 통해 바나나로 침투한 후 관다발계를 잠식하여 수분 공급을 차단, 식물 전체를 말라죽게 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다. 그로미셸이 종멸에 이르게 한 균주는 Race 1 균주였다. 바나나는 유전적 단일성을 가지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그로미셸은 멸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파나마병에 걸린 바나나
바나나 종의 미래

그로미셸이 절멸을 겪고 있는 와중, 그로미셸과 비슷한 형질을 가지고 있는 캐번디시가 파나마병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그로미셸을 대체하여 대량 생산 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캐번디시 역시 멸종을 피할 수 없다. 캐번디시 바나나의 상업적 대량 재배가 시작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바나나가 다시 말라죽기 시작했다. 바로 신종 파나마병을 일으키는 TAR4 곰팡이에 의한 것이었는데, 대만에서 처음 발견된 1990년부터 캐번디시를 점점 멸종으로 이끌고 있다. TAR4 곰팡이는 신발에 묻은 흙으로도 운반되어 수많은 바나나 농장으로 확산되어 바나나의 뿌리를 시들게 한다. 바나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칼로리를 충당하는 수단이 되는 매우 중요한 과일이다. 상황의 위급함을 감지한 유엔이 파나마병을 위해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직접적인 예방책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바나나 세계 수출량의 75%를 차지하는 남미 지역에 TAR4 곰팡이가 퍼진다면, 캐번디시 종이 멸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바나나 농장의 모습
바나나 종의 창조주, 인간

캐번디시를 대체할 새로운 종이 발견된다고 해도, 인간들은 상업성을 고려하여 그로미셸이나 캐번디시와 비슷한 형질을 가진 종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바나나는 유전적 단일성을 가지기 때문에 새로운 종을 위협할 다른 병원균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지도 모른다. 한 종이 넓은 범위에서 재배될수록 그에 치명적인 병원균이 발견되고 확산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인간은 언제까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자연을 이용하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사냥 및 포획으로 인해 수많은 동물종이 멸종한 지금에서야 생물종 다양성을 중요시 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바나나 역시 상업적인 한 종의 독점적인 대량 생산이 아니라 다양한 바나나종의 생산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현명하다.


<참고자료>

[1] https://www.thoughtco.com/banana-history-human-domestication-170069

[2]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041197&memberNo=23519771&vType=VERTICAL

[3] 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environment/environment-05122016092311.html

[4] http://scienceon.hani.co.kr/172092

[5] https://blog.naver.com/nong-up/221396950409


<이미지>

[1] https://www.vice.com/pt_br/article/d7gdgy/bem-vindo-ao-apocalipse-da-banana

[2] https://food.ndtv.com/food-drinks/6-red-banana-health-benefits-you-wouldnt-know-about-1715217

[3] https://en.wikipedia.org/wiki/Cavendish_banana

[4] http://www.cleanglorybiz.co.kr/%EC%9E%90%ED%99%94%EC%9C%A1%EA%B0%81%EC%88%98-%EC%86%8C%EA%B0%9C

[5] https://australianbananas.com.au/Pages/all-about-bananas/production

Biology 학생기자 최하영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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