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소음 earth humming
전 세계 특정 지역에서 관측되는 정체불명의 저주파 소음 '지구의 콧노래(Earth Humming)' 현상의 원인을 밝히려는 지진학과 해양물리학의 연구를 다룬다.
편집부 · 2024년 8월 18일 · 읽는 데 4분
세상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아주 조용한 방 안에서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냉장고 모터가 돌아가는 듯한, 혹은 공회전하는 트럭 엔진 소리 같은 낮고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들려올 때가 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봐도 거리는 텅 비어 있고 소음의 진원지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가량의 사람들이 경험한다는 이 기이한 저주파 소음 현상을 '더 험(The Hum)' 또는 '지구의 콧노래(Earth Humming)'라고 부른다. 1970년대 영국 브리스톨 지역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정체불명의 웅웅거림을 호소한 이후, 미국 타오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오랫동안 이 소음은 공장 기계 소리, 이명(귀울림) 같은 신경 쇠약 증상, 심지어 외계인의 통신이나 비밀 군사 무기 실험이라는 각종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지진학자와 해양물리학자들이 정밀한 센서를 들고 이 미스터리한 소리의 근원을 추적한 결과, 이것이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라 지구가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는 거대하고 역동적인 물리적 에너지의 잔물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지구의 깊은 숨소리, 그 은밀한 진동의 실체를 파헤쳐 보자.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파동
우리의 귀가 소리를 인식하는 범위인 가청 주파수는 대략 20Hz에서 20,000Hz 사이다. '험(Hum)'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묘사하는 소음은 대부분 10Hz에서 50Hz 사이의 매우 낮은 저주파(Low Frequency) 대역에 걸쳐 있다. 이 주파수 대역의 파동은 파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공기뿐만 아니라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나 땅속을 통과할 때 에너지를 거의 잃지 않고 뱀처럼 스멀스멀 집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재미있는 점은 이 소음이 일반적인 마이크로폰이나 소음 측정기에는 잘 잡히지 않으며, 같은 방에 있는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고통을 호소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주파 소음이 고막을 직접 때리는 소리라기보다는, 인간의 내이나 두개골 뼈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며 뇌로 전달되는 골전도 현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이 거대한 파장의 떨림을 소리로 '통역'하여 뇌에서 인지하게 되며,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심한 두통, 불면증,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해파와 대륙붕의 장엄한 충돌, 마이크로세이즘
지구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지구가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에서도 미세하게 윙윙거리며 진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미세한 배경 진동을 '마이크로세이즘(Microseism)'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지구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동력원은 과연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 그중에서도 파도(Ocean Waves)였다.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대양 한가운데서 발생한 거대한 파도들이 해안선을 향해 다가오며 얕은 대륙붕(Continental Shelf)에 부딪힐 때, 수만 톤의 물덩어리가 바다 밑바닥을 강하게 내려찍게 된다. 또는 방향이 다른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바다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충돌할 때, 엄청난 압력파가 깊은 심해저를 타격한다. 이 압력이 지각으로 전달되면서 거대한 북을 두드리듯 지구 전체를 울리게 만드는 미세한 표면파 진동(Rayleigh Waves)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전 세계 바다에서 1년 365일 쉬지 않고 발생하는 해파의 충돌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져 대륙 전체를 웅웅거리게 만드는 거대한 지구의 콧노래를 완성한다.
심해 지진계와 컴퓨터 모델링의 추적
프랑스의 지구물리학자 파브리스 아르두앵 연구팀은 이 지구의 콧노래가 정확히 바다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는지 추적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바다 깊은 곳의 심해저 지진계와 전 세계 육상 관측소의 데이터를 모아,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소음의 진원지를 역추적했다. 분석 결과, 북반구에 겨울이 찾아와 태평양과 대서양의 폭풍이 거세지면 북반구 해안가의 진동이 강해지고, 남반구에 겨울이 오면 남극해 주변의 진동이 강해지는 뚜렷한 계절적 패턴을 확인했다. 즉, '험'의 주된 발원지는 거친 폭풍이 몰아치는 대양의 해안가 대륙붕 얕은 바다였던 것이다. 놀랍게도 이 해양 기원의 지진파는 대륙을 가로질러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내륙 한가운데까지 퍼져나가며, 주파수가 매우 낮아 공명 조건을 만족하는 지형이나 건물의 구조물과 만나면 그 진동이 증폭되어 사람들의 귀에 기괴한 공회전 소리로 감지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소음과 산업의 그림자
그러나 자연이 만드는 웅장한 교향곡 외에도, 현대 도시에서 사람들이 호소하는 '더 험'의 배후에는 인공적인 원인들이 짙게 깔려 있다. 과학계는 보고된 저주파 소음 불만의 절반 이상이 인간의 산업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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