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미래에는 핵융합이 대세

지구상에 인공 태양을 띄워 무한한 청정 에너지를 얻으려는 핵융합 발전의 과학적 원리와 현재의 기술적 난관들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5년 8월 30일 · 읽는 데 4분

첨단 에너지 시설의 도넛 모양 토카막 원자로 안에 갇힌 푸른색과 보라색 플라즈마
첨단 에너지 시설의 도넛 모양 토카막 원자로 안에 갇힌 푸른색과 보라색 플라즈마

인류의 문명을 지탱해 온 화석 연료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간헐성 문제와 광활한 부지 면적은 여전히 뼈아픈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가장 근원적이고 완벽한 형태의 에너지를 지구상에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바로 우주를 밝히는 별들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핵융합(Nuclear Fusion)'을 실험실 안에 가두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무거운 우라늄 원자핵을 쪼개서 에너지를 얻는 핵분열(Fission) 방식이다. 반면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을 뜨거운 온도에서 뭉쳐 무거운 원자핵으로 만들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한다. 폭발 위험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탄소 배출도 없는 꿈의 에너지원이다. 흔히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기술이 과연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그 장엄한 물리학적 도전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별의 심장을 지구로 가져오는 방법

태양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 4개가 뭉쳐 헬륨 원자 1개로 변하면서 질량 결손이 발생하고, 아인슈타인의 공식(E=mc²)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지만 이 융합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원자핵들이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쿨롱의 척력(전기적 반발력)을 이겨내야 한다. 태양은 어마어마한 중력과 섭씨 1,500만 도의 온도로 짓눌러 이 반발력을 압도한다. 그러나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이 현상을 재현하려면 태양 중심보다 훨씬 더 뜨거운, 무려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이 엄청난 온도에서는 기체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제4의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Plasma)'로 변한다. 지구상의 어떤 금속 물질도 1억 도의 플라즈마를 담아낼 수 없다.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고안한 마법의 그릇이 바로 '자기장'이다. 강력한 초전도 자석으로 도넛 모양의 자기장 그물망을 쳐서, 1억 도의 맹렬한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고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초고속 회전하게 만드는 장치, 이것이 바로 세계 핵융합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토카막(Tokamak)'이다.

바닷물 한 컵으로 도시를 밝히다

핵융합 발전의 가장 큰 매력은 연료가 지구상에 무한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핵융합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중수소는 바닷물 1리터 속에 약 0.03그램이 들어 있어 사실상 무한정 퍼낼 수 있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는 드물지만, 지각에 널려 있는 리튬을 원자로 안에서 중성자와 반응시키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바닷물 한 컵과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갈 만한 소량의 리튬만 있으면 한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엄청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라늄 1그램이 석탄 3톤의 에너지를 낸다면, 수소 핵융합 1그램은 우라늄의 4배가 넘는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핵융합은 원자로에 문제가 생기면 플라즈마가 스스로 식으면서 반응이 즉각 멈추기 때문에,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노심용융(Meltdown) 사고의 위험이 물리적으로 0%다. 반감기가 수십만 년에 달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으니, 말 그대로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성배(Holy Grail)'인 셈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가 융합하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한국의 인공태양 KSTAR와 ITER 프로젝트

꿈의 에너지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은 인류 공동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카다라슈에는 대한민국,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가 힘을 합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터)를 건설 중이다. ITER의 목표는 투입된 에너지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500메가와트(MW)의 열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다국적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의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는 ITER와 동일한 초전도 재료를 사용하여 지어진 축소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플라즈마 실험실이다. KSTAR는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불안정성(난류 현상) 없이 무려 30초 이상 가두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세계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플라즈마가 요동치며 자기장 그물을 탈출하려 할 때, 3D 프린터가 정밀하게 모양을 잡듯 자기장을 실시간으로 제어하여 플라즈마를 얌전하게 길들이는 한국 연구진의 통제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용화를 가로막는 기술적 허들

그러나 핵융합이 상용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아직도 까마득히 높다. 가장 큰 난제는 핵융합 과정에서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14메가전자볼트(MeV)의 고에너지 중성자 폭격을 견뎌낼 원자로 내벽 소재(블랭킷)를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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