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기피제 아무 데나 뿌려도 된다 1
여름철 필수품인 모기 기피제의 화학적 작용 원리와 DEET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본다.
편집부 · 2024년 12월 8일 · 읽는 데 4분
덥고 습한 여름철, 야외 활동을 괴롭히는 가장 큰 불청객은 단연 모기다. 가려움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말라리아나 뎅기열, 뇌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피부나 옷에 모기 기피제(Repellent)를 듬뿍 뿌리곤 한다. 특유의 강한 화학 약품 냄새 때문에 기피제를 사용할 때마다 혹시 우리 몸에 해롭지는 않을까 하는 찜찜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시중에는 모기 기피제를 '살충제'와 혼동하여 피부에 뿌리면 독성이 침투한다고 믿는 등 각종 오해와 괴담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모기 기피제 성분인 디에틸톨루아미드, 일명 DEET(디트)는 지난 70년 가까이 인류를 모기로부터 지켜준 훌륭한 화학 물질이지만, 끈적이는 불쾌감과 독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끊임없이 안전성 논란에 시달려 왔다. 과연 모기 기피제는 모기를 죽이는 독약일까, 아니면 단순히 후각을 마비시키는 방어막일까? 모기가 피를 빠는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화학적 기피제가 이를 차단하는 과학적 원리를 낱낱이 파헤쳐, 안전하고 현명하게 기피제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모기의 정교한 표적 탐지 시스템
모기가 컴컴한 밤이나 수풀 속에서도 기가 막히게 사람을 찾아내어 피를 빠는 것은 그들의 촉수에 달린 고도로 발달한 화학 센서 덕분이다. 모기의 주요 표적 탐지 시스템은 세 가지 단계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이산화탄소 감지다. 모기는 최대 50미터 밖에서도 사람이 숨을 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냄새를 맡고 바람을 거슬러 날아온다. 두 번째는 시각과 열 감지다.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모기는 체온에서 발산되는 열과 움직임을 감지하여 정확한 착륙 지점을 찾는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사람의 피부에서 땀과 함께 배출되는 젖산, 요산, 암모니아 등의 미세한 휘발성 화합물(냄새)을 맡는 것이다. 모기의 더듬이에 있는 후각 수용체 뉴런은 사람의 피부 냄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곳에 맛있는 피가 있다'는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모기 기피제는 모기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모기의 정교한 후각 센서를 교란시켜 모기가 사람을 먹잇감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투명 망토'와 같은 역할을 한다. 화학적인 눈가림 현상인 셈이다.
DEET, 70년을 버틴 강력한 방패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효과가 입증된 모기 기피제 성분은 DEET(N,N-Diethyl-meta-toluamide)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글전에 투입된 미군들을 곤충 매개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46년에 개발된 이 화학 물질은, 이후 민간에 방출되어 수십 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EET가 모기를 쫓아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DEET가 단순히 모기가 싫어하는 악취를 풍겨 쫓아낸다고 생각했지만, 최신 신경생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DEET는 모기의 후각 수용체에 직접 결합하여 이산화탄소나 젖산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 회로 자체를 마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피부 냄새와 DEET 냄새가 섞이면 모기는 더 이상 사람을 맛있는 표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DEET는 농도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지는데, 10% 농도는 약 2시간, 30% 농도는 최대 6시간까지 차단 효과를 유지한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가장 방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질병 예방을 위해 DEET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DEET의 강력한 효과 이면에는 항상 독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특히 플라스틱이나 합성 섬유를 녹이는 성질이 있어 시곗줄이나 안경테를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피부에 발라도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역학 조사 결과, 식약처의 권고 농도(보통 1030% 내외)를 준수하여 피부에 적절히 펴 바를 경우 인체에 흡수되는 양은 극히 미미하며 소변으로 대부분 배출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물론 과도하게 많이 바르거나 입이나 눈 주변의 점막에 직접 닿을 경우 발진이나 경련 등 신경계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극소수 보고되었으나, 이는 권장 사용법을 철저히 무시한 오남용의 결과였다. 미국 소아과학회 역시 생후 2개월 이상의 유아에게도 1030% 농도의 DEET 기피제 사용을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살충제 성분(퍼메트린 등)과 헷갈려 기피제를 해로운 독약으로 여기는 것은 과도한 공포다. 올바른 용법과 용량만 지킨다면 DEET는 현존하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모기 매개 질병을 막아주는 방패다.
차세대 기피제들의 등장과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DEET 특유의 끈적이는 사용감과 자극적인 냄새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최근에는 차세대 기피제 성분들이 널리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카리딘(Icaridin, Picaridin)과 IR3535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