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ome (옴)의 시대이다. -ome을 웹스터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 뒤에 붙이는 접미어 (noun suffix)라고 하며, 그 뜻은 한 단어 “mass”라고 나온다. 즉, -ome 앞의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의 집합체라는 뜻이다.
생명과학에서 -ome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면역 반응에서 중요한 항체를 연구할 때, 실험하는 시료 속에 들어 있는 전체 단백질군을 연구하는 단백체 (proteome)가 있고, 한 시료 속에 존재하는 모든 DNA 염기서열을 총칭하는 유전체 (genome)와 RNA를 총칭하는 전사체 (transcriptome), 시료 속에 들어 있는 대사물질 등 각종 물질 전체를 연구하는 대사체 (metabolome)가 있다. 최근에는 생물 속의 여러 가지 생리현상 각각을 구성요소로 보고, 이들을 통째로 하나의 틀 속에 담아 연구하는 생리체 (physiome)의 개념도 존재한다.
수많은 –ome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과거에 비해 생명과학 분야의 분석기술이 크게 발전한 이유도 있고,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정말 방대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이 기사에서 다룰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 역시 여러 가지 –ome 중의 하나이다. 과연 마이크로바이옴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이크로”가 붙었으니 뭔가 작은 것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분야라 생각했다면 절반 정도 정답을 맞췄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분류군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와 지놈 (genome)이 합쳐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인간, 동・ 식물, 토양, 바다, 호수, 암벽, 대기 등 모든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포함하는 미생물군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숙 2019). 우리말로는 “미생물총” 혹은 “총미생물군”이라고 나타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실 최신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미래를 이끌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인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요법이 소개되었고 (그림 1), 2016년에 WEF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이 4차산업혁명 (Industry 4.0 혹은 4th Industrial Revolution)을 언급한 배경이 되는 다양한 기술이 집약되면서 인기가 수직 상승하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단순히 수많은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주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한 편의 예술작품과 같다. 우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와 같이, 다양한 미생물 속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를 빠르게, 그리고 대량으로 분석해낼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 발명된 것이 가장 중요한 기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한 서버 머신의 컴퓨팅 능력,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발전, 이 자료들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지 기술, 강력한 연산 성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떤 연구인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개념 하나를 짚고자 한다. 바로 DNA 바코딩 (DNA barcoding)인데,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물건마다 부착된 바코드를 센서로 인식하여 물건 종류를 알아내듯이, 생물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탐색하여 어떤 생물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연구분야이다. 이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속에 포함된 유전자 (mitochondrial DNA, mtDNA)를 주로 이용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수확과정인 전자전달계에 참여하는 cytochrome oxidase type I 효소는 미토콘드리아 고유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이 유전자 영역을 COI (씨오-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생물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DNA barcoding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물론, 연구대상 영역은 COI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수많은 생물 속에 각각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COI 서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수 있다면, 다양한 생물이 뒤섞인 시료 속에 어떤 생물종이 포함되어 있는지 서열 분석만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이 DNA 바코딩 연구의 대상이 미생물로 옮겨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미생물 속에 포함된 유전자 서열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뒤, 미확인 시료 속의 미생물 DNA를 추출하여 바코딩 연구를 진행하면 어떤 미생물이 그 시료 속에 존재하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Sanger기법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많은 염기서열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인 NGS가 도입되면서, 한 움큼의 시료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 전체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추출하여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여 어떤 무리의 미생물이 존재하였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법을 이용하여 여러 종류의 시료 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파악한 뒤, 미생물 종조성과 이들이 포함되어 있던 시료들의 다양한 특징을 연관지음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핵심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응용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볼 수 있다 (그림 3). Foo et al. (2017)은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응용 공학연구를 정리하였으며, 미생물을 활용하여 생물과 환경의 상태진단을 얼마나 효과적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토양의 건강한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하는 연구도 있다 (Dubey et al., 2019). 이정숙 (2019)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대해서 상세하게 정리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미생물의 역할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과연 만능일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기술은 지금도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유전자 분석 기술도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더 상세하게 연구하여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인간과 환경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개선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처럼 미생물도 자꾸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비록 흥미로운 연구분야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생물의 유전자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생물은 진핵생물에 비해서 유전자 구조가 단순하다고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서열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서열분석 결과에서 어떤 반복서열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명확하게 밝히는 과정에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Delihas, 2011).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해서는 미생물의 유전자 서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미생물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항생제 내성균이 일으키는 문제를 뉴스에서 접하곤 한다. 예를 들면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은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이 세균 감염증을 치료하는데 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미생물은 환경 속에서 자주 변이를 일으키며, 기존과 조금씩 다른 유전자를 갖는 개체가 종종 나타난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미생물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런 새로운 변이 개체의 유전자가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정확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담도록 계속 데이터베이스를 개선해야 한다.
사람이나 환경의 특징이 꼭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사람이나 환경의 특징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단순히 마이크로바이옴만으로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라는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렵다.
샘플과 사례분석의 숫자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과학분야 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이다. 쉽게 표현하면 n수가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을 연구 대상으로 하든지 사람을 대상으로 하든지 연구대상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연구논리를 일반화하기 좋다. 하지만 연구의 대상을 무한정 늘이는 것은 시간과 연구비에 큰 부담을 줄 것이므로, 항상 연구자는 결과와 과정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본 기자도 전자기 분야의 물리적 현상 중 하나인 홀 효과 (Hall effect)를 이용한 미세조류 분리장치 개발 탐구를 진행할 때, 강력한 전자석을 만드는 비용이 너무 커서 탐구 진행에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결과를 읽어볼 때, 그 연구가 얼마나 많은 연구대상을 통해서 밝혀진 것인지 꼭 확인해봐야 하겠다. 특히 인간의 건강과 관련한 연구라면, 사람의 체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부류의 사람 연구만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한계점은 분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조금씩 해결될 것이다. 애플사의 전 회장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1억원이나 드는 유전자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 검사방법이 NGS를 활용하는 것이다. 머지 않아 NGS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유전자 검사가 20만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재학생인 우리가 전문가로 활약할 미래에는 보다 확실하고 효과적인 분석법이 개발되어 마이크로바이옴의 활용이 훨씬 쉽고 명확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본 기자는 미세조류를 이용한 생물연료 개발과 자원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조사하고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앞으로는 미세조류가 환경에 반응하는 특징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지어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엄청난 연구시설은 나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자료 [1]이정숙, 2019. 장내미생물의 재발견 : 마이크로바이옴. BiolNPro, vol. 68.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Melanie Cordova, 2017. Microbiome experts to speak at World Economic Forum. in Cornell Chronicle, January 17, 2017 (https://news.cornell.edu/stories/2017/01/microbiome-experts-speak-world-economic-forum.) [3]Jee Loon Foo, Hua Ling, Yung Seng Lee, Matthew Wook Chang. 2017. Microbiome engineering: current applications and its future. Biotechnology Journal. 12(3), 1-9. [4]Anamika Dubey, Muneer Ahmad Malla, Farhat Khan, Kanika Chowdhary, Shweta Yadav, Ashwani Kumar, Satyawati Sharma, Pramod K. Khare, Mohammad Latif Khan, 2019. Soil microbiome: a key player for conservation of soil health under changing climate. Biodivers. Conserv. 28, 2405–2429 (2019). [5]Nicholas Delihas, 2011. Impact of small repeat sequences on bacterial genome evolution.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3: 959–973. [6]원호섭, 김윤진, 2018. [Science &] 잡스가 받았던 1억원짜리 DNA분석…이제 20만원이면 癌·치매 맞춤형 검사. 매일경제신문 2018. 4. 13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4/237259/)
첨부 이미지 출처 [1]대표사진 https://www.europeanscientist.com/en/public-health/new-tools-for-mapping-human-microbiome/ [2]http://www3.weforum.org/docs/GAC/2014/WEF_GAC_EmergingTechnologies_TopTen_Brochure_2014.pdf [3]https://www.wikiwand.com/en/Algae_DNA_barcoding [4]Foo et a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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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자윤
발행호│2020년 봄호
키워드│#법의학 #미생물학 #생명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