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인간처럼 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셨나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시각과 청각을 로봇이 느끼는 것은 여러분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로봇에는 우리 눈의 기능을 대신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카메라가, 우리의 귀를 대신하여 소리를 듣는 마이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로봇이 냄새를 맡고, 음식의 맛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저 기계에 불과한 로봇이 이러한 감각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이 기사에서는 로봇이 사람과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센서 및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 후각
먼저 사람이 냄새를 맡는 원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의 코 안쪽에 존재하는 후각 상피 세포에 냄새 분자가 들어오게 되고, 이 분자들이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며 감각신경을 흥분 시킵니다. 이때 발생한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우리가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로봇이 냄새를 느끼는 방법도 이와 비슷합니다. 로봇은 후각 센서를 이용하여 냄새를 감지하고, 해당 냄새의 종류와 농도까지 측정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후각 센서의 종류에는 금속산화물 센서, 폴리머 센서, 광음향 분광 센서 등이 있습니다.

먼저 금속산화물 센서는 금속산화물에 공기 중의 가스 분자가 결합할 경우 해당 금속산화물의 전기저항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한 센서입니다. 이 센서는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산화탄소 등의 가스도 감지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폴리머 센서는 전기가 흐르는 폴리머와 같은 물질에 가스 분자가 결합할 경우 폴리머가 부풀어 오르며 폴리머의 전기적 특성이 바뀌거나 폴리머로 코팅된 물질의 공진주파수(RLC 전기회로에서 공진이 일어날 때의 주파수)가 변하는 특성을 이용합니다. 상온과 낮은 온도에서도 잘 동작하지만 습도에 민감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음향 분광 센서는 특정한 파장을 지닌 레이저 빛을 가스에 비춰주고, 빛을 받은 가스 분자에서 열팽창 및 수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발생한 음파를 분석하여 공기 중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스 종류와 농도를 분석해냅니다. 이 센서는 가스를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연속적인 냄새 측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음파에 잡음이 잘 섞어 정밀한 측정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사람이 코 속의 후각 수용체에서 냄새 분자와 결합하여 이를 뇌에서 받아들이는 신호로 변환하는 것처럼 로봇도 후각 센서를 이용하여 공기 중의 기체 분자와 결합하여 이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함으로써 냄새를 맡습니다. 각 센서의 종류에 따라 기체 분자를 인식하고 구별해내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다만 로봇은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체 분자도 구별해낼 수 있기 때문에 냄새를 맡기보다는 공기 중의 기체를 인식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맛을 느끼는 능력, 미각
사람의 혀에는 음식의 맛을 감지할 수 있는 수천 개의 미각 세포인 미뢰가 존재하여 단만,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후각과 마찬가지로 이 미뢰에서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에 대한 정보를 특정한 신호로 변환하여 뇌로 전달하게 됩니다.

로봇이 맛을 느끼게 해주는 미각 센서는 고분자인 폴리염화비닐이라는 물질에 지질을 결합한 막을 이용하며, 각 막 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지질을 결합하여 다양한 지질 막을 만듭니다. 이 막에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속 다양한 물질이 가까이 오게 되면 막 바깥쪽에 위치한 물질의 농도와 막 내부에 존재하는 물질의 농도가 달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이온의 농도 균형이 깨지게 되며 막 전위가 생성되어 지질 막의 전압이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막 전위를 측정하여 각 물질 별로 나타나는 전압의 패턴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해당 물질에서 어떠한 맛이 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미각 센서를 통하여 얻은 전기적 신호를 더욱 정확히 분석하고자 연구원들은 맛에 따라 각 막에서 나타나는 전압의 서로 다른 변화를 기준에 따라 나눠 놓은 테이스트맵이라는 기준표를 만들었고, 미각 센서를 통해 얻어낸 값을 테이스트맵과 비교하여 맛의 질이나 강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맛을 나타내는 물질 분자의 전하에 영향을 받아 전하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포도당 등의 당류에는 반응을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앞에서 얘기한 다섯 가지 맛뿐만 아니라 ‘떫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인공 혀도 개발되었습니다. 덜 익은 감이나 와인 등을 마실 때 흔히 느끼는 떫은 맛은 다른 맛들과는 달리 혀의 미뢰에서 느끼는 맛이 아니라 탄닌과 같은 떫은 맛을 느끼게 하는 분자가 혀 점막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물질이 혀를 자극하며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그렇기에 떫은 맛을 로봇이 느낄 수 있게 하려면 그동안 개발된 미각 센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듯 로봇이 느끼기엔 어렵게 들리는 떫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센서를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서 개발하였습니다. 떫은 맛 감지 센서는 실제 사람의 혀처럼 떫은 맛 분자와 결합할 경우 덩어리를 형성하는 물질을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덩어리인 소수성 응집체는 센서에 포함되어 있는 젤을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꾸고, 이때 미세한 구멍을 통해 젤 벽과 내부에 존재하는 이온 간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줄어 전류의 흐름을 변화합니다. 센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전기적 변화를 측정하여 미뢰에서 느끼는 다섯 가지 맛과는 전혀 다른 떫은 맛 또한 감지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후각과 미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각을 느끼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고 궁금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로봇이 감각을 느끼는 방법은 사람이 다양한 감각을 받아들이는 방법과 근본적으로 닮아 있습니다. 외부의 자극을 해석 가능한 신호로 변환하여 이해한다는 점이 말입니다. 이미 로봇의 감각 수용 능력은 일반인이 받아들이는 감각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더욱 민감하고 정확하게 감각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은 오감 외에도 훨씬 다양하고, 아직까지는 로봇이 이 모든 것을 완전히 흉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적인 감각 수용 기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빠른 시간 안에 인간의 감각을 완벽하게 구현한 로봇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서해린│Chemisty & 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2015, ‘인간과 같은 감도를 가진 오감센서 기술’,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논문지, 송병택, 507-514 p.
[2] 2019, ‘지능형 후각센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대식 외 6명
[3] ‘인공지능 세미나_<센서란 무엇인가>, 8장 미각센서’, 수유너머104
http://www.nomadist.org
2020, ‘UNIST 고현협 교수팀, 떫은맛 감지용 전자 혀 개발… 식품/주류 등 응용 기대’, 기계신문
첨부 이미지 출처
[1], [3] 2019, ‘지능형 후각센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대식 외 6명
[2] M.M. Kiaee, T. Maeder, and J. Brugger, “Inkjet-Printing Polymer Nanocomposite for Detecting VOCs,” Eurosensors, vol. 2, 2018, pp. 882:1-5, CC BY 4.0.
[4] ‘미각 센서’,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
[5] ‘What is a Taste Sensor?’, Intelligent Sensor Technology
www.insent.co.jp
[6] 2020, ‘UNIST 고현협 교수팀, 떫은맛 감지용 전자 혀 개발… 식품/주류 등 응용 기대’, 기계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