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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신소재, 거미줄의 으스스한 매력

9월 23 업데이트됨



중학교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거미줄이 가득한 방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거미는 없었지만 내내 소름이 끼쳤죠. 하지만 이런 오래된 폐가의 상징, 우리의 혐오의 대상인 거미줄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소재 중 하나입니다. 기분 나쁜 신축성을 가진 그 구조는 강철보다도 강하다고 하죠. 비록 만화이지만, 스파이더맨은 이를 이용해서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거미줄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단순히 단단한 소재라서가 아닙니다. 거미줄은 점성, 탄성 등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는데요, 매력적인 소재 거미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지 않나요?



거미줄이 강철보다 단단한 이유

“Mythbusters Jr.”의 호스트인 Adam Savage(왼쪽)이 spider silk의 강력함을 보이고 있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한 인장력과 탄성력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의 연구진들이 거미줄의 특성을 응용한 인공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2018년 5월, 일본 과학자들이 거미줄의 대단한 인장력을 결정짓는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에 따르면, 이 연구소 환경자원과학센터(CSRS) 연구진이 거미줄이 되기 직전의 가용성(액체에 잘 녹는 성질) 전구체를 연구하였고,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가 이를 베타 병풍구조로 바꿔 거미줄의 인장력을 강화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거미줄 단백질의 베타 병풍구조의 구성 과정은 거미줄 신소재 개발의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가용성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거미줄이 곧바로 고체로 바뀌는 바람에 가용성 형태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황금 원형그물 거미’(golden orb-web spider·Nephila clavipes)로부터 뽑아낸 거미줄 단백질을 다량 확보한 뒤 가용성 단백질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 내에서 반복되는 도메인이 불규칙 코일(random coil)과 폴리프롤린Ⅱ형 나선 등 2가지 패턴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으며, 폴리프롤린Ⅱ형 나선이 거미줄의 인장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폴리프롤린Ⅱ형 나선이 베타 병풍구조로 신속하게 전환될 수 있는 단단한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거미줄을 빨리 칠 수 있게 한다는 점도 밝혀냈죠.

이번 연구를 이끈 누마타 케이지는 “거미줄은 매우 강력하지만 유해물질이 없고 생분해성이 높아 환경에 어떤 해악도 가하지 않는 환상적인 물질”이라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거미줄은 꼬이지 않는다: 거미줄의 비틀림 저항성

황금 무당거미는 유도 밧줄 같은 실을 만들어 거미줄 망에서 아래로 매달려 있을 때 뱅글뱅글 회전하는 것을 방지한다.

거미가 천정에서 거미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제멋대로 뱅글뱅글 돌지 않고 내려옵니다. 얇은 줄에 매달려 있다면 꼬이기 쉽상인데, 거미는 어떻게 이런 우아한 하강을 할 수 있을까요? 이는 거미줄이 좌우로 꼬이는 힘에 저항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영국 연구진은 미국물리협회(AIP)에서 발간하는 이번 주 ‘응용물리학 회보’(Applied Physics Letters)에 거미줄이 사람의 머리칼이나 금속 선, 합성섬유와 달리 비틀림이 복원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휘어지는 성질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속성이 회전하는 에너지를 빠르게 소멸시킨다는 것입니다.

먼저 중국 후아종(Huazhong, 華中) 과학기술대 다비아오 류(Dabiao Liu) 박사는 “거미줄은 다른 기존 재료와는 매우 다르다.”라며, “우리는 거미줄이 거의 꼬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현상의 원인을 밝혀낸다면, 바이얼린 줄이나 헬리콥터의 구조용 사다리 및 낙하산 줄과 같이 여러 가지 가능한 용도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런던 퀸즈대 데이비드 던스턴(David Dunstan) 박사는 “거미줄이 어떻게 그런 특성을 지니게 됐는지를 알면 인공 합성 로프에 이 특성을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1790년대 헨리 캐번디쉬가 지구의 무게를 달아 측정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비틀림 진자를 사용해 황금무당거미 두 종이 뽑아내는 거미줄을 조사했습니다. 거미를 모방하기 위해 거미에서 나오는 실을 모아 끝에 두 개의 와셔를 사용해 원통 안에 실을 매달았습니다. 물이 섬유를 수축시킬 수 있어 원통은 실을 환경적 방해로부터 분리시켜 일정한 습도를 유지토록 하고, 회전식 턴테이블이 실을 계속해서 비틀었습니다. 연구진은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실의 앞뒤 진동을 수백 사이클 이상 기록했습니다. 거미줄은 합성섬유나 금속 줄과 달리 비틀어졌을 때 약간 변형되어 잠재 에너지의 75% 이상을 방출하고 진동이 급격히 느려졌고, 비틀림이 끝났을 때 거미줄은 부분적으로 모양이 돌아왔습니다.


연구팀은 비틀림 진자를 테스트하기 전에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유도선 실크의 형태를 검사했다.

연구팀은 이 특이한 행동이 거미의 실 분비샘 피부 안쪽의 다양한 원섬유(fibril)로 구성된 복잡한 물리적 구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 원섬유는 조직화된 시트에 아미노산 조각들을 가지고 있으며, 구조화되지 않은 순환 사슬에도 이 조각들이 존재합니다. 연구팀은 비틀림이 시트가 탄성을 가진 것처럼 늘어나게 하고, 사슬과 연관된 수소 결합을 왜곡시켜 플라스틱처럼 모양을 변형시킨다고 말합니다. 이때 시트는 원래 모양으로 복구되나, 사슬은 부분적으로 변형된 채 남아있게 되죠. 이러한 변화는 진자에서 진동의 평형점 이동과 줄어든 거미줄 진동의 크기로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는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

잔디늑대거미 (Hippasa cf. holmerae)

보통 어떤 물질이든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 등에 의해서 분해되기 마련입니다. 거미줄도 예외는 아닙니다. 박테리아 때문에 수많은 거미들이 약해진 자신의 집을 눈물을 머금고 떠나죠. 하지만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만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 안에 어떤 항균특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생물 접근을 차단하는 그 항균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였고, 이는 미제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8년 4월, ‘사이언스 뉴스’에서 대만 퉁하이대학 연구진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생물학자 다코타 피오르코브스키(Dakota Piorkowski) 교수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잔디늑대거미 외에 자이언트 무당거미(Nephila pilipes), 앤돔텐트 거미(Cyrtophora moluccensis) 등 3종의 거미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거미줄을 대장균(E. coli) 등 4가지 유형의 박테리아에 노출시켰습니다. 미생물 배양을 위해 사용한 서식환경은 LB 배지(Luria-Bertani broth), 인산염완충식염수(phosphate-buffered saline, PBS), 무질소 글루코스 배지(nitrogen-free glucose broth, NFG) 등을 선택했죠.

실험 결과 질소가 풍부한 LB 배지 안에서는 미생물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질소 접근이 차단된 PBS, NFG 안에서는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하면서 거미줄을 분해하지 못하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질소가 미생물의 거미줄 분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박테리아 등 대다수 미생물에 있어 질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특히 균체 합성에 질소를 이용하는 미생물들이 있는데 이렇게 생성된 질소화합물은 식물에 흡수돼 생육(생물의 발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잔디늑대거미가 뽑아낸 특이한 거미줄은 침투한 박테리아들이 질소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교수는 말합니다. 그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거미줄 표면에 있는 부풀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합성단백질(complex protein)이 거미줄에 침투한 박테리아의 질소 접촉을 막고 있는 것 같다.”라 말하며, “추가 연구를 통해 잔디늑대거미의 거미줄이 질소를 어떤 식으로 차단하고 있는지 밝혀내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나, 만약 잔디늑대거미 거미줄의 비밀이 밝혀진다면 향균 작용을 하는 여러 신소재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거미줄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 열 전도성


2012년, 미국 아이오와 스테이트 대학(ISU) 연구진은 미 육군 연구실과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거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거미줄, 그중에서도 거미가 거미집의 틀을 만들거나 급강하할 때 사용하는 ‘드래그라인’의 열전도율이 실리콘이나 알루미늄, 순수한 철보다도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거미줄을 짓는 8종의 거미들을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의 15분의 1인 4미크론에 불과한 거미줄의 열전도율이 비단의 1천배, 기타 어떤 유기물질 조직에 비해서도 800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유기물은 낮은 열전도율을 보이지만, 거미줄의 열전도율은 예외적으로 매우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거미줄의 열전도율은 mK(미터켈빈)당 416와트로 매우 큰 값을 나타냅니다. 참고로 구리의 열전도율은 401와트, 피부 조직의 열전도율은 6와트입니다. 연구진은 거미줄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물질은 은과 다이아몬드 등 극소수뿐이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통 물질을 잡아 늘이면 열전도율이 줄어드는 것과 정반대로 거미줄은 늘일수록 열전도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진이 거미줄을 신장 한도인 20%까지 늘리자, 놀랍게도 열전도율도 20%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거미줄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전자기기의 열 소멸 기능 부품을 신축성 있게 만들고, 더운 날씨 의류, 시원한 붕대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학자들은 거미줄이 나노 결정체를 함유한 단백질과 단백질끼리 연결하는 스프링 모양 구조 등이 무결함의 분자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미줄은 어떻게 곤충을 잡죠? 끈적끈적한 거미줄의 이중성


자연이 발전시켜 온 생체접착물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도마뱀붙이 발의 미크론, 홍합의 촉사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거미도 이 대열에 빠질 수 없습니다. 거미는 거미줄 위의 접착성 방울을 이용해 먹이를 포획하죠.


2010년 미국의 한 연구팀은 거미줄의 역학적 성질을 규명해 거미가 먹이를 포획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아크론(Acron) 대학교의 알리 다이노자라(Ali Dhinojwala) 교수팀의 연구입니다. 거미줄은 크게 거미줄을 지지하는 견사와 그 위의 당단백질,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접착성 방울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중 당단백질과 접착성 방울의 집합체인 ‘접착 방울(glue droplets)’이 거미줄에 가해지는 힘의 강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먹이를 포획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점탄성 고체(viscoelastic solids)’라고 표현했죠.


즉, 날아가는 곤충이 빠른 속도로 거미줄에 닿으면, 강한 충격으로 견사가 재빨리 확장되고, 이때 접착 방울이 곤충을 붙잡기 위해 높은 점성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반면, 곤충이 접착된 후엔 곤충의 달아나려는 작은 몸부림 때문에 거미줄이 느린 속도로 연장되고, 이 조건에서는 접착 방울이 오히려 고무와 같이 탄성을 지닌 고체 성질로 변성돼 거미가 먹이를 감싸기 쉽도록 도와줍니다.


교수는 연구에 대해 “기존 생체접착제 연구의 대부분이 당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 분자의 규명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이번 연구는 거미줄 구조 자체를 분석하고, 견사의 확장 속도에 따라 접착 방울이 탄성 혹은 점성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성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데에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최근 타 논문에서 거미줄의 당단백질이 탄성섬유 구성성분인 엘라스틴(elastin) 경단백질과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졌다는 보고가 있으며, 생체모방기술을 이용한 인공접착제 개발을 위해선 점성뿐만 아니라 탄성 성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1%B0%EB%AF%B8%EC%A4%84%EC%9D%B4-%EC%86%8C%EB%A9%B8%ED%95%98%EC%A7%80-%EC%95%8A%EB%8A%94-%EC%9D%B4%EC%9C%A0&s=%EA%B1%B0%EB%AF%B8%EC%A4%84

[2]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0%95%EC%B2%A0%EB%B3%B4%EB%8B%A4-%EA%B0%95%ED%95%9C-%EA%B1%B0%EB%AF%B8%EC%A4%84-%EC%9D%B8%EC%9E%A5%EB%A0%A5-%EB%B9%84%EB%B0%80-%ED%92%80%EB%A0%B8%EB%8B%A4

[3]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1%B0%EB%AF%B8%EC%A4%84%EC%9D%98-%EC%96%91%EB%A9%B4%EC%84%B1

[4]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1%B0%EB%AF%B8%EC%A4%84%EC%9D%80-%EC%99%9C-%EA%BC%AC%EC%9D%B4%EC%A7%80-%EC%95%8A%EC%9D%84%EA%B9%8C

[5]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1%B0%EB%AF%B8%EC%A4%84%EC%9D%98-%EC%97%B4%EC%A0%84%EB%8F%84%EC%9C%A8-%EA%B8%88%EC%86%8D%EA%B3%BC-%EB%A7%9E%EB%A8%B9%EC%96%B4


<이미지>

[1] https://pixabay.com/ko/photos/%EA%B8%88%EC%86%8D-%EA%B8%88%EC%86%8D-%EA%B2%8C%EC%9D%B4%ED%8A%B8-3726995/

[2] https://uakron.edu/im/news/is-spider-silk-stronger-than-steel-biologist-disentangles-fact-from-fiction-on-mythbusters-jr

[3] https://phys.org/news/2017-07-strange-silk-rappelling-spiders-dont.html

[4] https://phys.org/news/2017-07-strange-silk-rappelling-spiders-dont.html

[5] https://spiderid.com/picture/7342/


Chemi 학생기자 천준성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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