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당신은 에일리언을 볼 수 없다 페르미 가설

우주는 끝없이 넓고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높지만, 왜 우리는 아직 어떠한 외계 문명과도 접촉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살펴본다.

편집부 · 2021년 1월 1일 · 읽는 데 4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향한 외로운 전파망원경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향한 외로운 전파망원경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거대한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빠지게 된다.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고려할 때,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은 지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은 매우 합리적이다. 1950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우주의 크기와 외계 생명체의 존재 확률에 대해 논의하다가 무심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들 어디 있는 거야?" 이 짧은 질문은 우주생물학과 천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 '페르미 역설'의 출발점이 되었다. 우주에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 셀 수 없이 많고,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으로 고등 문명이 발전하여 은하계를 탐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어떠한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거대한 침묵은 과학자들에게 커다란 미스터리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확률

외계 지적 생명체의 수를 추정하기 위해 고안된 수학적 모델이 바로 프랭크 드레이크가 제안한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우리 은하 내에서 교신이 가능한 외계 문명의 수를 계산하기 위해 여러 변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성들이 형성되는 비율, 그 항성들이 행성계를 가질 확률,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의 수, 그곳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그 생명체가 지적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 그리고 그 문명이 전파를 통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출 확률과 문명의 존속 기간을 모두 곱한다. 최근 천문학의 발달로 외계 행성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앞부분의 변수들은 꽤 긍정적인 수치로 채워지고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수십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 이 확률대로라면 이미 수많은 외계 문명이 은하계 곳곳에 존재해야만 한다.

은하계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들을 나타낸 천문학적 그래픽

대여과기 가설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 중 하나가 '대여과기 가설'이다. 이 가설은 생명체가 무생물에서 출발하여 은하계를 개척하는 수준의 문명으로 진화하는 과정 어딘가에, 통과하기 극도로 어려운 절대적인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만약 이 장애물이 우리 진화의 과거에 있었다면, 지구 생명체의 탄생이나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 자체가 우주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우리가 우주에서 매우 예외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 여과기가 우리 미래에 존재한다면 상황은 암울해진다. 지적 생명체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얻게 되면, 자원 고갈, 기후 변화, 혹은 핵전쟁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이유로 인해 성간 여행 기술을 완성하기 전에 필연적으로 멸망한다는 시나리오다. 수많은 외계 문명이 탄생했더라도 이 '위대한 필터'를 넘지 못하고 모두 멸절했다면 우주의 침묵이 설명된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

외계 문명이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접촉하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빛의 속도로도 우리 은하를 횡단하는 데 10만 년이 걸린다. 만약 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 문명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들의 전파 신호를 잡아내더라도 그것은 이미 수천 년 전의 과거 모습일 뿐이다. 인류가 전파를 우주로 쏘아 보낸 지는 고작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문명이 존재하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며, 다른 외계 문명과 발전 시기가 기적처럼 일치해야만 교신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탐지하는 방식의 전파 통신 자체가 문명 발전의 아주 짧은 초기 단계에만 사용되는 기술일 수도 있다.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은 암흑 물질이나 중력파 등을 이용한 전혀 다른 방식의 통신을 사용하고 있어 우리의 전파망원경으로는 영영 감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파의 파동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남은 과제

현재로서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확실한 답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류는 거대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통해 우주의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이는 세티(SETI)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 유로파 등 태양계 내에서 미생물 수준의 원시 생명체 흔적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대여과기가 적어도 생명의 탄생 단계는 아니라는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텅 빈 우주에 홀로 남겨진 고독한 존재인지, 아니면 아직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이웃 중 하나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주의 거대한 침묵 속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결국 인류 자신의 존재 의미와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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