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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다른 사람의 수명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9월 29 업데이트됨

길가메시가 갈구한 불멸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불멸의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야 하고, 그리고 죽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운명이다.” 기원전 2500년의 길가메시는 누구보다 끔찍이 불멸을 갈구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죽음은 엄습하다. 그렇기에 인간은 죽음 앞에서 나약하고 조금이라도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보는 의술의 발전은 그렇다. 피하지 못할 파도 앞에서 발버둥을 치며 우리는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분으로 왼쪽은 혼돈의 괴물, 오른쪽은 태양신이다.

나는 죽음도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솔깃한 소리가 들려왔다. 영생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현실적으로, 아니 이론적으로도 불멸은 그 어느 생명체에게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와 다르게 엘리자베스 H. 블랙번은 조금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나의 이목을 끌었고 나는 블랙번의 연구를 살펴보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그는 누구인가?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님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섬 도시인 타스매니아의 내과의사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셨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도 염색체, 텔로미어, 세포 노화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그녀의 수많은 연구 중에 단언컨대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텔로미어 연구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님이다.

엘리자베스 H. 블랙번, 캐럴 W. 그라이더, 잭 W. 조스택은 2009년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 효소의 염색체 보호 기전의 발견” 으로 노밸상을 수여한다. 사실 ‘텔로미어’, ‘텔로머레이스’ 다 아는 단어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왜 DNA 안정화에 기여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그분들의 대단한 논문을 접해 보며 신비로운 DNA 세상에 한발 내딛을 수 있었다.


신비로운 DNA의 세상 속으로

시작은 DNA 복제(replication)이다. 체세포가 간기의 S phase를 지나면서 DNA 복제가 일어난다. 이때 헬리케이스 효소가 (Helicase enzyme) 복제 원점(origin of replication)에 결합하여 DNA 가닥을 따로 푼다. 이때 RNA primer가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의 시작점을 알려 복제가 진행된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하는 것은 DNA의 끝 부분은 어떻게 되느냐 이다. 마지막의 약 70에서 100개의 뉴클레오타이드를 (nucleotide) 남겨놓고 RNA primer 가 붙지 못한다. 따라서 그 부분은 복제가 되지 못한다. 이 부분을 우리는 overhang이라고 한다. DNA 복제가 잘 이해되지 않으면 아래의 동영상을 참조하자.



먼저 텔로미어(Telomere)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 부분으로 DNA 가닥의 마지막 2500개 정도의 5'-TTAGGG-3' 서열의 나열이다. 이 부분이 DNA의 안정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블랙번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텔로미어는 마치 신발 끈의 가장 끝에 달린 플라스틱과 같다. 끝의 플라스틱이 없으면 신발 끈은 금방 해어지고 상하기 마련이다. 마치 신발 끈처럼, 텔로미어가 모두 닳고 나면 DNA에는 손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로써 DNA는 수명을 다하게 된다. 텔로미어의 이런 성질을 입증한 것은 1984년 블랙번과 조스택이었다.


다음은 overhang의 생성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 둘은 테트라히메나(Tetrahymena thermophila)를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테트라히메나는 선형 염색체를 다량 보유하며 약 20000개의 텔로미어를 갖고 있다. 연못 파괴범인 테트라히메나에 블랙번 박사와 조스택 박사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테트라히메나는 절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테트라히메나의 염색체 말단 DNA를 잘라내어 artificial minichromosome에 부착시킨 후 이것을 효모(Yeast) 세포에 주입시켰다. 말단 DNA가 부착된 artificial minichromosome은 장기간 안정하였지만 말단 DNA를 부착하지 않고 주입된 것들은 금방 안정성을 잃었다. 이것으로 그들은 Telomere가 염색체의 안정성에 기여함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블랙번의 궁금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텔로미어가 닳아서 짧아지면 세포에게 죽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바로 노화를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꼭 인간처럼 때가 되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테트라히메나의 텔로미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놀랍지만 그들의 텔로미어는 결코 짧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길어질 때도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라이더와 블랙번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바로 텔로머레이스를 발견한 것이다. 그라이더와 블랙번 박사가 내놓은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놀라웠다. 그들이 테트라히메나의 rDNA를 추출하여 관찰한 결과, DNA 복제가 완료된 후 생성된 지연가닥(lagging strand)의 overhang에 텔로머레이스가 붙게 된다. 테트라히메나의 텔로미어는 TTGGGG라는 염기서열을 갖는데, 이곳에 AACCCC 염기서열을 갖는 텔로머레이스의 RNA가 부착된다. 연장(elongation)이 진행된 후에는 텔로머레이스가 overhang의 가장 말단부로 다시 이동한다(translocation). 이처럼 텔로머레이스는 연장과 이동하기를 반복하며 매우 긴 overhang을 형성한다. 길이가 충분해진 overhang에 RNA primer가 다시 부착하여 DNA의 말단 가닥의 길이는 다시금 길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드디어 텔로미어가 길어지거나 유지되는 황금 열쇠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그러면 황금 열쇠를 돌리기만 하면 우리도 길가메시가 그토록 바라던 불멸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다.


암? 너는 누구니?

이유를 말하기 앞서서 암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암은 끝없는 세포 분열을 하는 한편 세포 사멸(apoptosis)의 기능이 저하된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암세포의 끝없는 세포 분열이다. 우리의 세포는 지속적인 분열을 진행하며 텔로미어는 점점 닳아 없어진다. 하지만 암세포의 텔로머레이스는 지속적으로 높은 활성화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된다. 그렇다, 우리가 황금 열쇠를 돌리면 그 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암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우리는 늙는다. 하지만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존하기 위해 텔로머레이스를 투여하면 암세포가 나타난다. 이를 블랙번 교수님은 인간이 쥔 양날의 칼로 묘사하셨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나쁜 점만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우리 몸속에서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탤로머레이스 활동이 감지되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이를 이용하여 암세포의 텔로머레이스가 작동하지 못하게 막으면 80에서 90 퍼센트 가량의 암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

이번에는 조금 나아가서 생각해보자. 분자 수준에 머물지 말자. 멀리서 그리고 거시적으로 바라보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몸이 많이 약해지고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블랙번 교수님도 이런 생각을 하지는 못하셨다. 그라나 엘리사 에펠이라는 심리학자가 던진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


아픈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은 단 하루도 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자식이 혹여나 다칠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만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떨까? 매일 자식이 아프다고 소리 칠 때면 부모의 심장도 요동칠 것이다. 정말 끝이 안 보이는 스트레스 속에서 부모는 아이와 함께 고통 받을 것이다.


블랙번과 엘리사는 이들처럼 매일 고도의 스트레스 속에 빠진 사람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어떻게 텔로미어에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였다. 그들의 텔로미어 길이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띄었고 스트레스를 조금 받는 사람들과 비교하였을 때 텔로머레이스의 활성도 현저하게 낮았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관 수축과 함께 코티솔(cortisol)의 수치가 상승하여 텔로머레이스의 활성도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텔로머레이스의 양이 줄어들면 텔로미어의 길이 보존이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많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생동안 질병으로 고생하는 기간인 질병 기간이 빨리 다가온다.


왼쪽의 표는 스트레스 양에 따른 텔로미어 길이이고 오른쪽 표는 스트레스에 따른 텔로머레이즈의 활성화 정도이다.

이번에도 역으로 생각해보자. 스트레스를 도전, 기회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될까? 앞에서 이야기한 만성질환 아이를 돌보는 돌봄이 중 일부는 아이가 질환을 잘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상황을 심각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상하듯 이들의 텔로미어의 길이는 잘 유지되었으며 적절한 텔로머레이스의 활성이 나타났다. 유스트레스(eustress), 즉 딱 삶에 활력을 불어줄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타인의 수명 조정하기

과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정치적(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나의 행동 하나가 다른 타인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연 텔로미어에도 영향을 미칠까? 놀랍지만 그렇다. 내가 하는 말, 행동은 상대의 텔로미어 길이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많은 따돌림, 폭행, 성차별을 겪던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텔로미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블랙번 교수님은 나의 의지가 나의 텔로미어 뿐만 아니라 타인의 텔로미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을 증명하였다. 텔로미어는 단지 분자생물학적 요인 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인간은 불멸을 이룰 수 있을까? 어쩌면 후대에 누군가가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여 인간이 바라던 불멸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 세상이 진정한 유토피아일까?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들은 어떻게 텔로미어의 길이를 암 발병을 피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수십 년의 삶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길가메시처럼 긴 여정에 써야 할까? 아니면, 우리의 능력을 활용할 것인가? 블랙번 교수님은 우리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나뿐만 아닌 타인의 텔로미어의 길이 조절 능력이다. 우리는 이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불멸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확실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불멸은 아이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지금의 세상을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블랙번 교수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과연 우리가 후대에게 우리가 어떤 질문을 하며 살게 만들 것인가? 교수님이 원하던 답은, 나의 능력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인 것 같다. 나도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쥐고 있는 황금 열쇠가 아쉬워 다른 상자를 열어 볼 것인지, 아니면 뒤 돌아서서 일상의 즐거움으로 돌아갈 것인지.



<참고 자료>

[1] Elissa S. Epel, Elizabeth H. Blackburn, Jue Lin, Firdaus S. Dhabhar, Nancy E. Adler, Jason D. Morrow, and Richard M. Cawthon, 『Accelerated telomere shortening in response to life stress』, p2~3 , PNAS vol. 101 no.48 171312, 2004

[2] Blackburn EH, SZostak JW. 『The molecular structure of centromeres and telomeres.』p163,172,180,187 Annual review of biochemistry. 1984

[3] Rune Toftgard (member of the Nobel Assembly) 『Maintenance of chromosomes by telomeres and the enzyme telomerase』,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09: p3,6,8,9, 2018

[4] Khan Academy, Telomere and telmeras,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dna-as-the-genetic-material/dna-replication/a/telomeres-telomerase , 2019년 9월 28일

[5]Elizabeth Blackburn,

https://www.ted.com/talks/elizabeth_blackburn_the_science_of_cells_that_never_get_old/up-next ,2019년 9월 28일


<이미지>

[1] Wikipedia, 길가메시 서사시, https://ko.wikipedia.org/wiki/%EA%B8%B8%EA%B0%80%EB%A9%94%EC%8B%9C_%EC%84%9C%EC%82%AC%EC%8B%9C

[2] Wikipedia, Elizabeth Blackburn,

https://en.wikipedia.org/wiki/Elizabeth_Blackburn , 2019년 9월 28일

[3] Khan Academy, Telomere and telmeras,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dna-as-the-genetic-material/dna-replication/a/telomeres-telomerase , 2019년 9월 28일

[4] Elissa S. Epel, Elizabeth H. Blackburn, Jue Lin, Firdaus S. Dhabhar, Nancy E. Adler, Jason D. Morrow, and Richard M. Cawthon, 『Accelerated telomere shortening in response to life stress』, p2~3 , PNAS vol. 101 no.48 171312, 2004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TNKWgcFPHqw


Bio 학생기자 추연서

2019년 가을호

에세이

분자생물학,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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