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찾아왔고,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한 시국이다. 이 청결 중에서도 가장 손쉬우면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손 씻기이다.
사실 비누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제는 찾기 힘들다. 줄이 빽빽한 공용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비누를 사용하는 것은 눈치가 보이는 일이 되어버렸다. 코로나가 만연한 지금도 그대로이다. 식당 앞에서 우리는 비누보다 손 세정제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공용화장실의 더러운 비누는 기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고, 집에서도 필요할 때가 아니면 비누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비누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세정제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누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오늘은 죽어가는 비누를 살펴보도록 하자.
왜 비누의 시대로 돌아가야 하나요?

세정제의 편리함을 갑자기 포기하라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몇 번 누르면 거품이 확 나오는 편한 세정제를 두고 비누를 굳이 왜 사용한다는 말인가? 무엇을 사용하던 하천에 피해가 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대체 왜 불편한 비누를 굳이 선택하라는 것일까?
우선 비누는 천연 오일과 이에 함유된 지방산염이 주 구성 성분이다. 합성계면활성제는 하천을 거품으로 뒤엎어 해양 생물들의 호흡을 방해하고 햇빛을 막아내는 데 비해 비누의 지방산염은 상대적으로 생분해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강이나 하천의 생태계에 해가 거의 없다. 이뿐인가? 비누는 고체이기 때문에 방부제 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고체이기 때문에 보관할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다. 또 액체 세정제에 비하여 가볍고 부피도 작아서 유통 시 차량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절감되며 대기오염도 줄인다. 환경오염만이 이유가 아니다. 천연 오일은 합성 계면활성제에 비해 우리 몸에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다.
물론 비누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누는 알칼리성이라서 사용감이 상당히 좋지 않다. 물론 제작 과정에서 비누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수산화나트륨이 거의 잔류하지 않아 사용감이 꽤 좋다. 하지만 이 비누화 과정은 전문가가 시행해도 완벽히 일으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잔류 수산화나트륨이 남아 비누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비누화 반응에서 4종류의 생성물 세트(A, B, C, D)가 생길 수 있다.
비누화 반응 (가수분해 반응)이 완결되어 거의 모두 D가 되면 제대로 된 순한 비누가 되지만, A, B, C (물에 잘 안 녹음)가 많이 섞이면, 수산화나트륨이 남아 거친 비누가 된다.
(ⓒ 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의원)
비누화 과정에서 한 분자당 무려 3개씩이나 붙어있는 에스테르기의 가수분해반응이 한 번에 균일하게 반응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부 반응물이 다른 반응을 방해하게 되어 장시간 반응시켜도 꽤 많은 양의 오일이나 수산화나트륨이 반응하지 않고 남기 때문이다. 반응 후 분자들의 배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쉽게 물러지거나 깨지는 비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순한 비누를 만들어난다면 분명 비누의 사용을 상용화하고 환경과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이 분야의 연구는 그리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비누의 기본 물질인 지방산염의 분자 구조는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배열 상태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비누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연구가 꼭 필요할 것이다.
비누의 원리: 계면활성제

일반적으로 기름때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친수성인 물질은 사실 비누를 사용해서 씻어낼 필요가 없다. 우리가 비누를 쓰는 이유는 이런 소수성 물질들을 우리 몸의 표면에서 깔끔하게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비누는 친수성기와 친유성기가 모두 있는 계면활성제가 가장 큰 원리이다. 계면활성제는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인데, 물 속에 들어가면 마이셀이라는 구조를 이루게 된다. 마이셀(micelle)은 친수성 머리를 물 쪽으로 가까이 한 뒤 구를 이루며, 소수성 꼬리를 이 구의 중심에 가까이 둔 구조이다. 이는 때를 제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우리의 피부에 붙어있는 기름때에 소수성 꼬리가 붙은 뒤 기름때를 가운데에 둔 채로 마이셀 구조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물속에 떠다니면서 씻겨 나가는 것이다.
이 구조는 기름떼만 떼어가는 것이 아닌데, 소수성 꼬리가 바이러스의 인지질 이중층에도 잘 붙기 때문에 바이러스 또한 씻어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의 인지질 이중층에 계면활성제의 친유성 부분이 붙게 되면 분해되기 때문에 잘 씻어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알코올 소독제도 이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비누는 이를 한 번 더 씻어내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알코올 소독제보다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최근 국내외의 임상전문가들은 비누와 물로 손을 씻으면 위와 같은 원리로 99% 이상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계면활성제가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우리 몸에는 안전할까?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하는가. 우리 주변의 화학 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강해진 후, 식품의약안전처는 비누에서도 이런 위험성을 찾을 수 있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내분비계교란물질로 판정된 화학물질의 경우 체내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자극해 어린 아이에게 성 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체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해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 변화를 불러 관련 질환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루어진 연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연구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가정 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7종 화학물질을에 세포주를 이용한 내분비계장애물질 검색 시험법을 이용해 분석하였고, 그 결과 호르몬 활성 억제 혹은 에스트로겐 상승에 대한 영향이 매우 적은 것이 관찰되었다. 연구에 사용된 화학물질 27종은 기존 외국 시험에서 사용된 물질을 그대로 선택해 검증한 것으로, 연구에 사용된 물질은 위에서 설명한 계면활성제이다.
이 연구에서 에스트로겐 활성 억제의 경우 27종 중 5종 물질이 양성이었으나 이 역시 0.03~0.6%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역시 검사법이 실제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들을 미국 환경보호청 등이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내분비계에 영향이 없다고 밝혀진 바가 있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이 5종의 물질 중 하나인 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의 경우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계면활성제의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2006년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적인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추정되는 노닐페놀의 제조, 수입 및 사용 금지를 제한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해당 연구는 체외 검사를 통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것이므로 더 검증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생활용품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에는 호르몬 교란 효과를 지니는 게 많아 계면활성제도 역시 우리가 주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물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계면활성제는 현재 일부 단체 등이 그 유해성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나, 신빙성은 적은 의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자료
[1] 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
[2] LG케미토피아 https://blog.lgchem.com
[3]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
첨부 이미지 출처
[1] pixabay https://pixabay.com/ko/
[2] 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
[3] 다음 블로그 https://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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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천준성
발행호│2020년 여름호
키워드│#유기화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