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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의 비밀, 포논( phonon)


연필은 학생들에게 친숙한 물건이다.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들어졌는데, 흑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구조의 신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흑연은 탄소들이 벌집 모양의 육각형 그물처럼 배열된 평면들이 층으로 쌓여 있는 구조인데, 이 흑연의 한 층을 그래핀(Graphene)이라 부른다. 그래핀은 0.2㎚의 두께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기적 성질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며,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다. 또한,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다. 그래핀은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얇고 투명하지만, 강도가 세고 열전도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전자 이동도 빠르다.


이러한 그래핀의 활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높은 전기적 특성을 활용한 초고속 반도체, 투명 전극을 활용한 휘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높은 전도도를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등이 있는데, 특히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손목에 차는 컴퓨터나 전자 종이를 만들 수 있어서 미래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발명들을 이끌어낸 그래핀의 열, 전기, 자기적 특성은 한 가지의 특별한 입자와 연관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포논(phonon)이다.

포논은 고체의 비열이나 열전도, 금속의 전기저항 등의 성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체는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각 원자는 각각의 위치에서 정지해 있지 않고 진동하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동수가 ν인 원자진동의 에너지는 hν (h는 플랑크상수)의 정수배의 값밖에 취할 수 없다. 이 상태는 에너지 hν의 입자가 n개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입자를, 빛(photo-)의 입자(광자)가 포톤(photon)이라 불리는 데 대해 소리(phon-)의 입자라는 뜻에서 포논(phonon)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고체를 이루는 원자들 사이의 결합은 용수철 연결로 비유해 생각할 수 있다. 원자 사이의 결합은 온도가 달라지면서 흔들리는데, 이런 ‘열적 요동’이 용수철의 진동 특성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연속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자연수로 셀 수 있는 양으로 재해석 할 수 있다(이를 양자화라 부른다). 전자기파의 진동을 양자화한 것이 바로 포톤(photon), 즉 광자다. 고체 원자들을 잇는 용수철의 진동 역시 양자화할 수 있다. 바로 이게 포논이다. 다시 말해, 포논은 용수철의 ‘진동 알갱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을 정립하는 데 누구보다 큰 기여를 한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빛은 정수배의 특정한 진동수를 갖는 에너지 알갱이’라는 가설을 이용해 고전 전자기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흑체의 복사법칙을 설명해 냈다. 이를 계기로, 빛의 양자론이 정립됐다. 아인슈타인은 금속에 빛을 쪼였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는 광전효과를 빛이 입자로 행동한 결과(광양자설)라고 설명하면서, 빛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갖는다는 ‘빛의 이중성’을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빛의 양자론을 확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태동한 지 얼마 안 된 양자역학을 다른 곳에도 적용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체의 비열 문제였다. 비열이란 물질의 온도를 1℃만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다. 비열이 크면 온도를 올리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물은 모래보다 비열이 약 5배 크다. 따라서 모래는 금방 뜨거워졌다가 또 금방 식지만, 물은 온도 변화가 적다.


문제는 고체의 비열이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당시 고체의 비열을 설명하는 고전 이론으로 ‘듀롱-페티 모형’이 있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고체의 비열은 온도에 상관 없이 일정해야 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포논(phonon)’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포논의 물리학을 알면 고체의 열, 전기, 자기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7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이 포논의 관점에서 거미줄이 강한 이유를 분석한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발표했다. 거미줄의 재료는 고분자 섬유인데, 결정이 규칙적인 부분(결정질)과 결정 구조가 없는 부분(비결정질)이 섞여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거미줄의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결정질의 포논과 비결정질의 포논이 상호작용하면서 거미줄의 탄성률이 커진다. 즉, 거미줄이 충분히 늘어나도 끊어지지 않고 버틴다.


특히 최근엔 많은 과학자가 그래핀의 포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전자기기를 제작할 때 큰 문제 중 하나는, 소자가 집적화될수록 열이 많이 난다는 점이다. 열전도도가 높은 소재를 이용해 열을 방출해 줘야 하는데, 유망한 후보가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을 방열소재로 이용하려면 그래핀 자체의 포논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전극 접합소재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포논도 잘 알아야 한다.

새로운 물질은 항상 상상 이상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가 처음 젖소를 통해 우유를 얻었을 때, 마시는 것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사람들이 우유의 미용 효과를 발견하였고, 현재 우유 크림, 핸드 크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처럼 그래핀도 다양하게 변신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래핀과 찰흙을 섞어 20배나 좋아진 고감도 센서를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인체 내 약물전달 시스템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장점이 있는 그래핀, 분명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성공 여부는 이제 소재에 달린 것이 많다. 그리고 소재의 열, 전기, 자기적 물성 제어를 통해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발견하는 문제에 대해 포논은 답을 갖고 있다.


작성자 : 박채진

참고 문헌

1. 극저온의 세계, 나카오카 요스케, 일진사, 2016

2. 고체물리학, Harald, 사이텍미디어, 2000

3. ‘꿈의 소재’ 그래핀 입은 제품 속속 나온다, 매일경제, 민석기 기자

4. 그래핀 넣으면 찰흙도 ‘고감도 센서’...의료기기 등 활용 가능,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

5.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그래핀

6. 지식백과, 포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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