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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과 비결정, 그 사이에 숨겨진 세상을 탐구하다, 다니엘 셰시트먼

9월 18일 업데이트됨

자연의 수많은 물질들은 규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체에 있어서 이러한 규칙성을 가진 물질들을 결정질 물질이라고 합니다. 결정성 물질은 원자 또는 원자군이 일정한 모양으로 연속해서 배열된 물질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금(NaCl)이나 철(Fe) 등이 그 예시죠. 이와는 반대로 구성 원자들이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또한 존재하는데 이것을 비결정질 물질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유리가 비결정질 물질의 예시입니다. 이렇듯 고체는 결정질 물질과 비결정질 물질로 나눠진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결정질 물질 아니면 비결정질 물질,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깬 것은 바로 이스라엘 공대 교수 다니얼 셰시트먼(Daniel Shechtman)의 연구였습니다. 그는 1982년 결정질 물질과 비결정질 물질, 그 무엇도 아닌 준결정(quasicrystal) 물질을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의 연구를 인정받고 노벨 화학상을 타기까지의 과정은 절대로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다니얼 셰시트먼의 발견에 반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는 학계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습니다. 셰시트먼 어떻게 준결정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요?

엔지니어를 꿈꾸던 어린 소년

1941년 팔레스타인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셰시트먼은 어렸을 때 쥘 베른의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 매료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사이러스 스미스와 그 일행이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내용의 소설은 어린 셰흐트만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셰흐트먼은 ‘만물박사’ 사이러스 스미스처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꿈으로 삼았습니다. 역학과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엔지니어의 매력에 빠진 것이죠. 이후 셰흐트먼은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1972년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에서 재료공학 학위를 받고 미국 오하이오주 Wright-Patterson 공군 기지의 항공우주 연구소에서 3년 동안 NRC 연구원으로서 일하며 금속의 미세구조를 연구합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냈는데 이 때 셰흐트먼는 미국 국립표준국(NIST)과의 공동 프로그램에서 급속도로 냉각시켜 만든 알루미늄 전이금속 합금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그는 준주기적 결정의 새로운 분야를 열 icosahedral phase를 발견하게 됩니다.

준결정을 발견하다

1982년 4월 8일, 여느 때처럼 전자현미경으로 합금의 결정구조를 관찰하던 그는 신기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관찰하던 것은 알루미늄에 질량비 20%로 망간을 녹여 초당 100만도의 엄청난 냉각 속도로 급속 냉각시켜 만든 합금이었습니다. 당시 연구에 의하면 액체 상태의 금속을 매우 빠른 속도로 냉각시키면 금속 원자가 원래 고체 상태의 배열로 돌아갈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비결정질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다니엘 셰시트먼은 그가 연구하던 알루미늄-망간 합금 또한 비결정질 물질일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본 셰시트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합금의 회절패턴이 5회 대칭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살펴봅시다.


평면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정다각형을 생각해보면 정3각형, 정4각형, 정6각형이 있습니다. 이 도형들을 배열하여 평면을 채워 나가면 주기적인 배열이 나타납니다. 이를 대칭구조라고 하는데 360도 회전할 때 정6각형은 3번, 정4각형은 4번, 정3각형은 6번 나타나므로 정6각형은 3회 대칭구조, 정4각형은 4회 대칭구조, 정3각형은 6회 대칭구조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정5각형으로는 평면은 물론 공간 또한 채울 수 없습니다. 즉, 대칭 구조가 아닙니다. 당시 결정학에 따르면 적어도 그때까지 발견된 모든 물질의 결정은 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셰시트먼이 관찰한 5각형 구조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5회 대칭구조를 띠는 알루미늄-구리-철 합금 전자 회절 무늬

셰시트먼 자신 또한 실험의 결과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같은 실험을 똑같이 반복해보고 다른 각도에서도 결정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그는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고 동료 연구자들에게 실험 결과를 공개하였습니다. 역시나 그에게 돌아온 반응은 매우 차가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결정은 한 종류의 도형으로 이루어졌다는 당시 결정학 이론에 반하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구는 과학계에서 터무니없이 여겨졌고 그는 그가 속한 연구단체로부터 탈퇴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당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결정학계의 대가 라이너스 폴링이 “준결정 같은 것은 없고 준과학자만 있을 뿐”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의 연구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펜로즈 타일링과 준결정의 발전

하지만 자신의 연구에 확신이 있었던 셰시트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구실로 옮긴 셰시트먼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의 존 칸 박사와 함께 물리학 분야 잡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습니다. 이후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원자 구조를 가진 결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물리학자 폴 스타인하르트와 도브 레바인은 셰시트먼이 발견한 결정의 구조를 ‘펜로즈 타일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지에 발표했습니다. 펜로즈 타일링이란 두 가지의 다각형을 사용해 평면을 비주기적으로 채우는 타일링으로 이를 이용하면 5회 대칭 구조와 같은 다양한 대칭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사실 펜로즈 타일링은 셰시트먼이 준결정을 발견하기 9년 전인 1973년 수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으로 준결정 구조의 존재를 예견하였습니다. 결국 셰시트먼이 이를 입증한 셈인 것입니다.

5회 대칭 구조를 가지는 펜로즈 타일링

셰시트먼의 발견 이후 과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준결정을 발견합니다. 셰시트먼이 발견한 5회 대칭 구조 준결정뿐만 아니라 8회, 10회, 12회 대칭 구조 준결정들이 속속히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준결정은 과학계에 엄청난 영항을 끼쳤습니다. 준결정이 발견됨에 따라 결정의 정의를 기존의 ‘구성 원자, 원자군이 균일하게 정렬되어있고, 3차원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가진 물질’에서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회절 형태를 가진 고체’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또한 준결정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준결정은 그 구조가 결정질 물질과 비결정질 물질의 중간입니다. 때문에 성질 또한 두 물질의 특성을 고루 가지고 있어서 결정질 물질처럼 단단하고 비결정질 물질처럼 열전도율과 전기전도도가 낮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현재 면도날, 고강도 강철, 프라이팬 코팅제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되며 기존의 금속합금을 준결정의 구조로 새로 설계하면 금속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준결정을 활용할 방안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 다니엘 셰시트먼

결국 셰시트먼의 연구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준결정이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한 연구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준결정을 처음 발견한지 29년째 되는 해인 2011년에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임명되었습니다. 금속 재료공학 분야에서 최초의 노벨상이었으며 준결정이라는 그의 놀라운 업적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노벨 화학상 수상식에서 그의 업적을 칭찬하면서도 그가 이러한 업적을 세울 때까지 겪은 조롱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니엘 셰흐트만

이렇듯 준결정의 발견은 학문적으로 큰 성과였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심어주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기존의 ‘성립된 진실’과 다를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의문을 던지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말이죠. 마지막으로 셰시트먼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Failure OK, Start Again(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all.com/

[2] https://www.sciencetimes.co.kr/

[3] https://en.wikipedia.org/wiki/Dan_Shechtman

[4] https://www.vice.com/en_us/article/4x3me3/quasicrystals-are-natures-impossible-matter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mathandmultimedia.com/

[2] https://www.vice.com/en_us/

[3] https://en.wikipedia.org/wiki/Penrose_tiling

[4]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11/shechtman/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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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민성

발행호│2020년 봄호

키워드#결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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