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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박사

트랜지스터가 쏘아올린 작은 물결

인류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면 기술의 발전과 수용이라는 과정을 통해 단시간 내에 이전 단계의 사회들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모습으로 변이해 나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점진적인 진화와 같은 변화가 아닌 마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이러한 변화들을 보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이것을 물결에 비유해 대규모 변화의 역사 세 가지를 서술했습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만난 파도는 바로 앨빈 토플러 박사가 “제3의 물결”이라고 표현한 트랜지스터의 발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정보화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947년 벨 연구소의 월터 브래튼, 존 바딘, 그리고 윌리엄 쇼클리는 저마늄을 사용해 최초로 트랜지스터 소자를 개발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

이전까지는 신호의 증폭을 위해 진공관을 사용해야 했다면, 이제는 훨씬 더 작은 크기를 가지고, 훨씬 더 작은 전력으로 작동하는 트랜지스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증폭 소자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는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트랜지스터의 진가는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모아 훨씬 더 복잡한 일을 해낼 수 있게 만들어준 집적 회로의 발명으로 비로소 드러나게 됩니다. 앞의 세 사람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공로로 195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집적 회로를 발명한 잭 킬비도 뒤따라 200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1990년이 끝나기 전에 손가락 크기만한 하나의 칩 속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천만 개에 다다랐습니다. 이 수많은 트랜지스터들의 노력에 힘입어 인류는 옛날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컴퓨터에게 맡김으로써 해결하기 시작합니다.


나무, 돌, 청동, 철, 다음은? 실리콘

현재 우리는 컴퓨터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유튜브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냅니다. 증권 거래는 이제 대부분이 컴퓨터들의 통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월스트리트에서 거래를 하는 주체들 중에 사람이 아닌 주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종류의 주체들은 이제 주가에 꽤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질병의 식별에 머신 러닝을 사용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의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마 갑자기 세상에 있는 컴퓨터 전부가 작동을 멈춘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아포칼립스일 것입니다. Y2K 사건이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연도의 끝 두 자리만을 처리하는 컴퓨터가 1900년과 2000년을 구별하지 못해 원래 청구해야 할 며칠분의 금액 대신 백 년 그리고 며칠분의 금액을 청구하는 등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류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고 금융망이 정지된다거나, 전력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다거나, 위성관제와 통신이 마비되어 비행기가 추락한다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미사일 제어 컴퓨터가 오작동을 한다면? 아마 결과는 끔찍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사용된 예산은 3천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의 컴퓨터가 전부 작동을 멈춘다면 그 충격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전자 장비들을 만들 수 있게 해준 트랜지스터는 농경 사회의 나무와 청동, 산업화 사회의 철과 플라스틱에 비견되는 정보화 사회의 재료이자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PN PNP는 구식 디자인

흔히 트랜지스터 하면 떠오르는 구조는 두 개의 N형 반도체(콜렉터, 이미터) 사이에 P형 반도체(베이스)가 끼여 있거나 반대로 P형 반도체 사이에 N형 반도체가 끼여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물리학및실험 교재인 Cutnell-Johnson 책에도 트랜지스터의 구조로 소개되어 있는 이러한 설계는 세 개의 반도체 블록이 접합되어 있기 때문에 접합형 트랜지스터, 영어로는 Bipolar Junction Transistor이라고 불립니다. 앞에 노벨상을 수상한 세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도 이러한 구조를 택하고 있었습니다. 접합형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는 이 기사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니,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접합형 트랜지스터로는 집적 회로를 개발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진공관에 비해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도 크기를 더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또 소자 하나하나를 구동하는 데 상대적으로 큰 전력이 사용되어 작은 면적에 많은 소자를 집어넣으려면 전력 문제 뿐만 아니라 발열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 외에도 상태를 변경하는 데 필요한 시간, 즉 Switching Time이 상대적으로 커 높은 클럭의 회로를 만들기에 불리하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또 제조가 까다로워 쉽게 대량 생산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1960년 벨 연구소의 모하메드 아탈라(Mohamed M. Atalla) 박사와 입사 1년차인 한국계 미국인 강대원 박사가 MOSFET이라는 새롭고 획기적인 소자를 개발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

강대원 박사는 서울에서 출생해 한국 전쟁 중에 해병대 통역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그 후 1955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1년만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그리고 3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세계 최고의 연구소인 미국 벨 연구소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했습니다. 한국 물리학회 종신회원과 LG전자의 고문을 맡는 등 국내 전자산업의 태동에도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1992년 대동맥류 파열로 사망하기 전까지 MOSFET을 개발하고 비휘발성 메모리의 기본 원리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등 전자공학계에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업적이 세상에 미친 파급력만을 고려한다면 MOSFET을 개발하고 제3의 물결의 파원이 된 강대원 박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라고 불리기에 아무 손색이 없습니다. 미국 역사상 겨우 300명만이 이름을 올린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린 천재 과학자였지만,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많이 낮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2017년부터 한국반도체학술회에서 “강대원 상”을 제정해 수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내에서 강대원 박사의 재평가의 첫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반도체 대중화의 숨은 영웅, 강대원 박사님
Полевой транзистор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상을 타고 나서 자신의 업적을 3분만에 설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뉴욕의 한 택시 운전자의 말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습니다. “3분만에 설명할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없었겠지!”. 어쩌면 노벨상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강대원 박사의 연구를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FET의 원리를 간단히나마 설명을 하고 지나가려고 합니다. 정확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렵게 서술되어 있어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서 등장했던 MOSFET이라는 소자의 이름은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를 줄인 말입니다. 그 중 앞쪽 세 글자 MOS는 생산 공정을, 그리고 뒤쪽 세 글자 FET는 작동 원리를 나타냅니다. 위키백과의 장효과 트랜지스터 항목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효과 트랜지스터 또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ield effect transistor, 약자 FET)는 게이트 전극에 전압을 걸어 채널의 전기장에 의하여 전자 또는 양공이 흐르는 관문(게이트)이 생기게 하는 원리로 소스, 드레인의 전류를 제어하는 트랜지스터이다. 트랜지스터의 분류 상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와 대비되어 단극 트랜지스터(unipolar transistor)로 분류된다.” 설명만으로는 동작 원리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래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FET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

세부 사항을 제외하고 보면, FET는 게이트 전극에 걸리는 전압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장이 소스 전극에서 드레인 전극으로 반도체를 따라 흐르는 전류의 세기를 결정하는 원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게이트, 드레인, 소스는 접합형 트랜지스터의 베이스, 이미터, 콜렉터처럼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의 전극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FET 트랜지스터의 구조
마치며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는 생산이 기존의 트랜지스터에 비해 용이하고, 소형화에도 장점이 있어 집적 회로의 탄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적 회로와 그것을 더 발전시켜 탄생한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이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가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 배비지의 차분 기관을 발전시킨 기계로 단순한 계산만을 수행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또 얼마 전 삼성이라는 하나의 회사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주는 영향을 실감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삼성그룹의 기둥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의 기둥인 파운드리 산업은 앞서 이야기했던 FET를 사용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세계를 바꾸고, 우리나라의 전자공학 산업에 이바지하셨으며, 우리나라의 주력 사업의 기반을 다져 주신 강대원 박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승욱 | Physics & Earth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장효과 트랜지스터 – 위키백과

[2] 트랜지스터 – 나무위키


첨부 이미지 출처

[1] 테크월드뉴스,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272

[2] 위키미디어 커먼스, https://en.wikipedia.org/wiki/Dawon_Kahng#/media/File:Dawon_Kahng.jpg


첨부 동영상 링크

[1] https://youtu.be/7ukDKVHnac4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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