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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현실에 없는 감각이 느껴진다면...?

피곤한 어느 날, 무언가를 잘못 보곤 ‘헛것을 봐버렸네!’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당신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다. 어떤 이는 오히려 잠 좀 자라고 질책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헛것’이 ‘진짜’와 같은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심지어 향기도 맡아지고, 촉감도 느껴진다면? 여러분은 순간 헉 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묘한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에게는 환각이라는 익숙한 단어로 정의되어 있다. 그 사전적 의미는 대응하는 자극이나 대상이 외계에 없음에도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지각되는 표상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몸이 혼란을 일으켜 가짜 감각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환각을 파고들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환각이 나타나는 질병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왜 발생하는지,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차례대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사례로 알아보는 환각

1803년, 베를린 왕립 학회의 논문인 「A Memoir on the Appearance of Spectres or Phantoms occasioned by Disease」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어로 ‘질병으로 인한 유령이나 유령의 출현에 관한 회고록’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이 대표해주듯이, 내용은 1971년 상당한 스트레스와 우울을 가지고 있었던 한 남성이 아내는 보지 못하는 유령을 계속해서 보았다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19세기 심리학 문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적 사례가 되면서 컬트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환각의 경험을 담은 문학 등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환각은 마냥 무섭게만 표현되지는 않으며, 때로는 신성하고 아름답게, 때로는 일상적이고 매력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학문적 내용을 탐구하기 전에,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만한 환각에 관한 이야기 혹은 사례 두 가지를 가져와보았다.

#1. 잔 다르크의 환각 : 잔 다르크는 백년전쟁 말기에 전세를 역전시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끈 군인이다. 1425년, 13세의 잔 다르크에게 미카엘, 마르가리타, 카타리나 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하느님의 ‘프랑스를 구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16세에 그 목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현대에는 이러한 계시가 일종의 측두엽 간질의 전구증상으로 나타난 환각이라는 학계의 의심이 존재한다.

잔 다르크와 함께 그녀의 환영을 묘사한 그림.

#2.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경험담 :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발밑을 뚫어지게 응시해야 했다. 그때였다, 원인을 알게 된 것은. 문제는 나의 다리였다. 다리라기보다는 하얀 분필로 그린 가느다란 원추꼴의 설명하기 어려운 물체가 다리 대신에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길이는 3백 미터 정도.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2밀리미터도 안 되게 보였다. 굵다는 생각이 들라치면 곧바로 가늘어졌다. 이쪽으로 기우는가 싶으면 다음 순간에는 저쪽으로 기울었다. 크기가 쉬지 않고 변했고 위치와 각도도 변했다. 불과 1초 사이에 네댓 차례나 변한 것이다. 순식간에 전혀 다른 모양으로 홱홱 변했던 것이다.


환각, 어떤 종류가 있을까?

보통 환각이라고 하면 실제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환시를 주로 생각하지만, 환각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으며 어떤 감각 기관이 혼란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감에 따른 5가지 종류의 환각을 나열해보자면 환청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혹은 밖에서 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환청의 종류는 다양해서, 실제로 목소리가 무언가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말에 응답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환시는 시각이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인데 물체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없는 물체 또는 섬광을 보기도 한다. 환후는 후각과 관련된 환각으로 어딘가에서 나지 않는 향을 맡게 된다. 환미는 실제와 다른 이상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환촉은 어떠한 대상과의 접촉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즉 존재하지 않는 촉각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각들은 동시에 혹은 연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

어디서 왜 나타나는 걸까?

환각은 현재 정확한 메커니즘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며, 또 원인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이 단락에서는 환각이 함께하는 몇 가지 질병과, 연구를 통해 추측해본 환각 생성의 원인들을 다뤄볼 것이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병인 파킨슨 병에서도 환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은 환시로, 환자는 그동안 의식 상태를 유지하거나, 피곤하고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원인을 꼽자면, 보통 신경계의 substantia nigra pars compacta(SNpc)에 일어난 퇴화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median raphe nuclei, locus coeruleus의 노르아드레날린에 의해 활성화된 부분, parabrachial 영역의 cholinergic neurons, tegmentum의 pedunculopontine nuclei도 그 연결성을 주목해볼만 하다고 한다.

뇌전증 발작도 흥미롭게 살펴볼만 하다. 뇌전증 발작이란 신경 세포에 과흥분이 발생해서, 통제되지 않는 신호를 전달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러한 발작으로 인해 환각이 발생하는 경우 발작이 발생하는 뇌의 부위에 따라 다른 종류의 환각을 느끼게 된다. 예시로, 후두엽에 생기는 발작은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밝은 색상과 기하학적 모양의 시각적 환영을 경험하게 한다. 측두엽 발작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한 환시를 만들어내는데, 사람의 구체적인 형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자기 자신에 대한 환각인 자기 환시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복잡한 환시가 아닌 시각적 지각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크기나 움직임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약물로 인한 환각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환각제는 말 그대로 환각작용을 유발시키는 물질으로, 대표적인 환각제로는 LSD, 펜사이클리딘, 메틸렌디옥시 메스암페타민 등이 있다. 환각제에서 유발되는 환각, 그중에서도 특히 환청의 경우에 오피오이드의 다양한 부작용으로 생길 수 있다. 오피오이드란 마약류의 일종으로, 아편성 진통제를 이야기하며 몸 속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모르핀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다만 합성 오피오이드의 경우에는 천연 오피오이드보다 더 강한 부작용을 낸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환각제 중 하나인 LSD 복용 시 뇌의 활성을 나타낸 그림.

치료를 위한 부지런한 걸음들

지금까지 환각의 사례, 질병 속 환각, 그 원인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이젠 과학자들의 노력을 다뤄볼 때다. 바로 현재까지 개발된 환각의 치료법을 살펴보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은 당연히 약리학적인 치료일 것이다. 환각 역시 정신 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항정신병 약물에 효과적으로 반응하여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약물로 인해 치료되지 않는 경우는 꾸준히 존재하므로 이것이 유일하게 고려되어야 할 치료 방법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어서 여러분들께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치료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다. 그 중 하나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로 체외에서, 즉 머리 표면에서 국소적인 자기장 파동을 일으켜서 두뇌피질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이다. 원리는 강한 전류를 코일에 흘리고, 코일을 머리 주변에 위치한 다음 자기장 파동의 변동 에너지를 두뇌로 전달함으로써 탈분극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술을 ‘비침습적’이라고 하는데, 머리에 장치를 삽입하는 등 몸을 침범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TMS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시술은 rTMS이며 보통 낮은 주파수를 사용하여 뇌의 흥분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환각의 치료에 사용한다. 다만 이러한 시술이 환각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

인지 행동 치료나 심리 교육, 대처 전략과 같은 것 역시 환각 치료에 사용되는 방법이다. 개중에 인지 행동 치료(CBT)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지가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해서 인지를 교정함으로써 현실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로, 환각 경험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며 경험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이처럼 심리적 치료를 통해 환각 경험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돕고 아픔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 하다. 환각 중심 통합 치료라는 뜻의hallucination-focused integrative treatment(HIT)는 환각의 제어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러 치료 방법, 즉 CBT, 항정신병 약물, 심리 치료 등을 통합하는 치료법으로 이 경우에는 환자와 친척 모두가 훈련을 받게 된다.

이렇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환각 치료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사를 마무리해보았다. 환각이라는 분야가 마냥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낸다면 언제가는 독감처럼 금방 나을 수 있는 병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유진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allucinations: Clinical aspects and management」. Chaudhury, Suprakash. 2010. Industrial psychiatry journal, Vol.19 , p.5-12.

[2] https://www.cmcseoul.or.kr/page/department/B/526/1

[3] https://www.verywellmind.com/what-are-the-common-causes-of-hallucinations-5270528

[4]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Oliver Sacks. 2016. 알마.


첨부 이미지 출처

[1] Artvee

[2] CNN 기사 ‘This is your brain on LSD, literally, James Griffiths, 2016.04.13

[3] 신경피드백, 신경조절 기법 및 응용(2011년 발간),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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