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지폐와 카드 위 홀로그램은 어떻게 위조를 막나

지폐를 기울이면 무지갯빛 그림이 바뀌어 보인다. 이 작은 은박 조각은 빛의 회절을 이용한 광학 장치로, 복사기로는 흉내 낼 수 없다. 그 원리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3년 11월 2일 · 읽는 데 4분

지폐 위에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보안 홀로그램 박을 가까이 본 모습
지폐 위에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보안 홀로그램 박을 가까이 본 모습

지폐와 신용카드, 상품권에 붙은 반짝이는 은박은 보안 홀로그램이다. 표면에 빛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아주 미세한 홈이 새겨져 있어, 빛이 이 홈에 부딪치며 회절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과 그림이 나타난다. 복사기나 프린터는 잉크를 평평하게 찍을 뿐 이런 미세한 입체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홀로그램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손쉬운 표지가 된다.

홀로그램은 사진과 무엇이 다른가

사진은 빛의 밝기와 색만 기록한다. 그래서 어느 쪽에서 봐도 같은 평면 그림이 보인다. 홀로그램은 빛의 밝기와 함께 파동의 위상, 곧 빛의 물결이 어느 시점에 마루와 골을 지나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기록한다. 이 정보가 있으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되살릴 수 있다.

이런 기록은 빛의 간섭 무늬로 남는다. 레이저 빛을 둘로 나눠 하나는 물체에 비추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필름에 비추면, 두 빛이 만나 복잡한 줄무늬를 만든다. 이 줄무늬에 다시 빛을 비추면 원래 물체에서 오던 빛이 재현되어 입체적인 상이 보인다.

레이저 빛이 둘로 나뉘어 물체와 필름에 비추는 홀로그램 기록 장치 도식

지폐의 홀로그램은 왜 무지갯빛인가

지폐의 보안 홀로그램은 실험실의 레이저 홀로그램과 조금 다르다. 레이저가 아니라 햇빛이나 형광등 같은 흰빛 아래에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흰빛에는 여러 색이 섞여 있는데, 미세한 홈은 색마다 빛을 꺾는 각도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홈 무늬가 흰빛을 무지개처럼 펼쳐 보이게 한다. 보는 각도를 바꾸면 눈에 들어오는 색이 달라지고, 홈 무늬를 영역마다 다르게 새겨 두면 기울일 때마다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이 홀로그램은 대량으로 찍어 낸다. 먼저 정밀한 장비로 원판을 만들고, 이 원판을 금속 틀로 옮긴 뒤 얇은 플라스틱 박에 눌러 미세한 홈을 새긴다. 그 위에 얇은 금속 막을 입혀 빛을 잘 반사하게 만들면 우리가 보는 은박이 된다.

구분 인쇄된 그림 보안 홀로그램
기록하는 것 잉크의 색과 밝기 빛을 꺾는 미세한 홈
각도에 따른 변화 없음 색과 그림이 바뀜
복사기로 복제 쉬움 사실상 불가능
만드는 데 필요한 것 프린터 정밀한 원판과 전용 장비

왜 복제하기 어렵나

복사기는 표면의 색만 읽어 평평하게 다시 찍는다. 홀로그램의 비밀은 색이 아니라 홈의 입체 구조에 있으니, 복사하면 반짝임도 그림의 변화도 사라진 평범한 회색 얼룩만 남는다. 진짜와 똑같은 홀로그램을 만들려면 빛의 파장 수준으로 정밀한 원판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고가의 장비와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완벽한 방어는 아니다. 홀로그램처럼 반짝이는 흔한 장식용 박을 붙여 대충 흉내 내는 위조는 있다. 그래서 지폐에는 홀로그램 말고도 숨은 그림, 색이 변하는 잉크, 미세한 글자, 특수한 종이 같은 여러 겹의 보안 장치가 함께 들어간다. 위조범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흉내 내기는 훨씬 어렵다.

여러 나라의 지폐를 기울여 홀로그램이 빛나는 모습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하나

가장 쉬운 방법은 지폐를 기울여 보는 것이다. 진짜 홀로그램은 각도에 따라 그림이나 숫자가 또렷하게 바뀌고, 색이 매끄럽게 변한다. 가짜는 반짝이기만 할 뿐 그림의 변화가 없거나 흐릿한 경우가 많다. 은행과 상점에서는 이와 함께 자외선을 비추면 드러나는 형광 무늬, 빛에 비추면 보이는 숨은 그림을 함께 확인한다.

홀로그램 박은 지폐에만 쓰이지 않는다. 여권과 신분증, 의약품 포장, 고가 상품의 정품 인증 스티커에도 같은 원리가 쓰인다. 위조품이 사람의 건강이나 재산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곳일수록 이런 광학 보안 장치가 더 정교해지는 경향이 있다.

남은 과제

위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안 홀로그램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더 복잡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홀로그램, 특정 장비로만 읽히는 숨은 정보를 담은 홀로그램이 개발된다. 위조를 막는 쪽과 흉내 내려는 쪽의 경쟁은 끝이 없어서, 하나의 기술에 기대기보다 여러 보안 장치를 겹치는 방식이 앞으로도 기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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