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 아니 땅속을 달리는 자동차
공기 저항을 없애기 위해 튜브 안을 진공 상태로 만들고 자기 부상으로 떠서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km로 달리는 미래형 교통수단 '하이퍼루프'의 물리학을 뜯어본다.
편집부 · 2022년 10월 8일 · 읽는 데 4분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서 빠르지만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수속이 너무 오래 걸리고, KTX 고속철도는 접근성은 좋지만 시속 300km가 한계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서 기차를 탔는데, 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200km로 달려서 부산까지 단 16분 만에 도착한다면 어떨까? 2013년 일론 머스크가 제안하여 전 세계 공학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꿈의 교통수단, '하이퍼루프(Hyperloop)' 이야기다. 꽉 막힌 도로 위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띄우려는 낭만적인 상상 대신, 아예 땅속에 거대한 파이프를 박아 넣고 그 안에서 총알처럼 캡슐을 쏘아 올리겠다는 가장 무식하고도 물리학적으로 완벽한 초음속 진공 열차의 원리를 들여다보자.
속도의 적폐, 공기 저항과 마찰을 지워라
자동차가 시속 100km를 넘어가면 엔진 힘의 절반 이상이 앞창문을 때리는 '공기(바람)'를 뚫고 나가는 데 낭비된다(공기 저항). 비행기가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가서 날아가는 이유도 공기가 희박해서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차는 바퀴가 철로에 닿아 있어 덜컹거리는 물리적 '마찰력' 때문에 더 빨리 달리고 싶어도 에너지가 다 깎여나간다. 하이퍼루프는 물리학의 두 가지 거대한 브레이크(공기 저항과 바퀴 마찰)를 아예 0으로 만들어버리는 궁극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초강력 자석으로 띄우는 자기 부상
첫 번째 단계는 바퀴를 없애는 것이다. 하이퍼루프 캡슐(포드)에는 바퀴 대신 바닥에 강력한 전자석이 깔려있다. 레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서로 밀어내는 자석의 힘(척력)이 발생해 캡슐이 선로 위로 1~2cm가량 살짝 떠오른다. 바퀴가 땅에 닿지 않으니 달릴 때 진동도 없고 덜컹거리는 마찰력도 완벽하게 0이 된다. 마치 에어하키 테이블 위에서 미끄러지는 퍽처럼 캡슐은 무중력 상태로 허공에 둥둥 뜬 채 부드럽게 미끄러질 준비를 마친다.
진공 튜브, 땅속에 만든 인공 우주
두 번째이자 핵심 기술은 공기를 없애는 것이다. 캡슐이 달리는 거대한 튜브(파이프) 안을 거대한 진공청소기 펌프로 빨아들여 기압을 지구 대기압의 1,000분의 1 수준(아주 높은 우주 성층권 상태)인 거의 '진공(Vacuum)' 상태로 뽑아내 버린다. 튜브 안에는 부딪힐 공기가 거의 없으므로 캡슐은 공기 저항을 받지 않고 뒤에서 살짝만 밀어주어도 초음속(시속 1,200km)으로 튕겨 나간다. 땅속에 공기가 없는 인공적인 우주 공간을 만들어 그 안으로 열차를 쏘아버리는 미친 발상이다.
공기를 삼켜버리는 전면 압축기
하지만 튜브 안을 완벽한 100% 진공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서 미세한 공기가 남아있다. 캡슐이 엄청난 속도로 파이프 안을 질주하면 앞쪽에 이 남은 공기가 쌓이면서 벽처럼 캡슐을 막아버리는 병목 현상(칸트로비츠 한계)이 일어난다. 이를 뚫기 위해 캡슐 맨 앞부분에는 제트 엔진처럼 거대한 팬(압축기)이 달려있어, 가로막는 공기를 빨아들여 캡슐 밑바닥으로 내뿜으며 오히려 추진력과 부력을 얻는 기가 막힌 항공 공학을 적용했다.
남은 과제
이론은 완벽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수백 킬로미터짜리 거대한 철제 파이프를 이음새 하나 없이 완벽하게 진공으로 유지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만약 테러리스트가 파이프에 구멍 하나라도 뚫으면 엄청난 공기가 밀려들어 와 시속 1,000km로 달리던 캡슐이 공기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는 끔찍한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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