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플라스틱의 또 다른 이면 미세플라스틱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돌다 물고기의 몸을 거쳐 결국 우리 식탁과 핏속으로 침투하는 소름 돋는 생물 농축의 공포를 추적한다.

편집부 · 2022년 5월 15일 · 읽는 데 4분

해양 오염, 바다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투명한 물고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생물학적 위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배가 빛나고 수천 개의 작고 독성이 있는 네온 플라스틱 입자(미세 플라스틱)로 채워져 있으며 인간의 저녁 식사 접시에 떠 있습니다
해양 오염, 바다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투명한 물고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생물학적 위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배가 빛나고 수천 개의 작고 독성이 있는 네온 플라스틱 입자(미세 플라스틱)로 채워져 있으며 인간의 저녁 식사 접시에 떠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덮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우리는 흔히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페트병이나 비닐봉지를 떠올린다. 이 덩어리들은 차라리 눈에 보이니까 그물로 건져내기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인류의 진짜 재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가 5mm 이하인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말한다. 이 작은 조각들은 바다 생물들의 배를 채우고, 결국 식탁 위에 올라와 우리가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5g)'의 플라스틱을 무의식적으로 씹어 삼키게 만들고 있다. 바다를 떠돌다 우리 핏속까지 기어 들어온 플라스틱의 소름 돋는 생태계 침투기를 파헤쳐 보자.

쪼개질 뿐 사라지지 않는 좀비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 강력한 자외선(햇빛)과 거친 파도에 수십 년 동안 얻어맞는다. 플라스틱은 썩어서 사라지는(화학적 분해) 것이 아니라, 그냥 과자 부스러기처럼 바스라지며 물리적으로 잘게 쪼개질 뿐이다. 결국 모래알보다 작게 쪼개진 1차 미세플라스틱과 처음부터 화장품(스크럽제)이나 치약 속에 까끌까끌한 알갱이(마이크로비즈)로 만들어져 하수구를 타고 바다로 직행한 2차 미세플라스틱들이 바닷물을 거대한 '플라스틱 수프'로 만들어 버렸다.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오는 생물 농축

문제는 이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들의 먹이 크기와 완벽하게 똑같다는 것이다. 플랑크톤은 물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주워 먹는다. 작은 멸치가 그 플랑크톤을 수천 마리 잡아먹고, 참치(다랑어)가 그 멸치를 수백 마리 잡아먹는다. 플라스틱은 소화되지 않고 뱃속에 그대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생물 농축). 결국 참치 한 마리의 배 속에는 바다 전체에서 모아 온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가루가 농축되어 있고,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간이 그 참치를 맛있게 회로 썰어 먹으며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왼쪽에는 따뜻한 인조 양털 재킷을 입고 세탁기에 넣고 즐거워하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수백만 개의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극세사를 바다 생태계로 직접 쏘는 세탁기의 배수관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옷장과 세탁기가 뿜어내는 투명한 살인마

우리가 버리는 페트병만이 범인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입고 빠는 옷(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 합성섬유)도 결국 플라스틱 실로 짠 것이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돌릴 때마다 섬유끼리 마찰을 일으키며 수십만 가닥의 미세한 플라스틱 실오라기(미세 섬유)가 뜯어져 나와 하수구로 흘러간다. 이 극세사 플라스틱은 너무 얇아서 정수 처리장의 필터를 무사통과하여 강과 바다로 퍼져나간다. 우리가 깨끗해지기 위해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바다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핏속을 떠도는 환경 호르몬 폭탄

인간의 입으로 들어온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변으로 빠져나가면 다행이겠지만, 1 마이크로미터(μm)보다 더 작게 부서진 '나노 플라스틱'은 우리 장기의 벽을 뚫고 혈관(핏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을 순환한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바다를 떠돌며 살충제나 중금속 같은 맹독성 발암물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우리 몸속에 들어온 나노 플라스틱은 뇌나 태반까지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키고 끔찍한 환경 호르몬을 뿜어내어 불임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 빛나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미세한 플랑크톤이 먹고, 그 다음에는 작은 물고기가, 그 다음에는 큰 참치가 먹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혈류에 위험하게 집중하는 '생물 축적'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국제 사회는 화장품 속 미세 알갱이(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필터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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