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품절대란 손 소독제에 대해 알아보자

팬데믹 시절 마스크와 함께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손 소독제의 주성분인 알코올(에탄올)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사살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알아본다.

편집부 · 2023년 10월 10일 · 읽는 데 4분

위생 과학, 미세한 수준에서 그것을 파괴하면서 빛나는 붉은 바이러스의 보호 지질 방어구를 공격적으로 녹이는 투명한 손 소독제 젤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화학 그림
위생 과학, 미세한 수준에서 그것을 파괴하면서 빛나는 붉은 바이러스의 보호 지질 방어구를 공격적으로 녹이는 투명한 손 소독제 젤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화학 그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마스크만큼이나 구하기 힘들었던 물건이 바로 '손 소독제'였다. 사람들은 마트 진열대가 텅텅 빌 정도로 펌프형 젤을 쓸어 담았고, 식당이나 건물 입구마다 손 소독제가 없으면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물과 비누 없이도 손바닥에 젤을 비비기만 하면 수 초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말살해 버리는 이 편리한 액체는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리는 걸까? 단순히 독해서 죽이는 것이 아니다. 손 소독제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이 미생물의 숨통을 화학적으로 어떻게 끊어놓는지, 그 차갑고 정교한 암살의 원리를 파헤쳐 보자.

에탄올, 단백질을 요리하는 화학적 불꽃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몸체와 방어막은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손 소독제의 주성분인 에탄올(알코올)이 이 미생물에 닿으면, 에탄올 분자가 단백질의 틈새로 파고들어 수소 결합을 엉망진창으로 흩뜨려 놓는다. 이를 화학에서는 '단백질 변성'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투명한 생달걀을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리면 하얗고 뻣뻣하게 익어버리듯, 에탄올을 맞은 세균의 껍질과 내장은 순식간에 익어서 굳어버리고 제 기능을 잃고 즉사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녹여버리는 지질막 파괴

특히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아주 취약한 약점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유전물질(RNA)을 보호하기 위해 겉면에 기름 코트(지질막, Envelope)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알코올은 삼겹살 기름을 소주로 닦아내듯, 기름을 기가 막히게 잘 녹이는 성질이 있다. 손 소독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닿는 순간, 이 기름 코트가 형체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뼈대인 단백질마저 알코올에 굳어버리면서 바이러스는 철저하게 분해(사멸)되어 버린다. 왼쪽에는 100% 순수 알코올이 세균을 죽이지 않고 세균의 질긴 겉껍질에서 즉시 튕겨 나오는 것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완벽한 70% 알코올 혼합물이 세균 깊숙이 성공적으로 침투하여 내부를 완전히 익히는 것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왜 100% 알코올보다 70%가 더 치명적일까?

사람들은 흔히 "알코올이 독할수록 소독이 잘 되겠지?"라며 100% 원액 에탄올을 찾는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착각이다. 100% 에탄올을 세균에 뿌리면, 세균의 겉껍질이 너무 순식간에 바짝 익어버려(굳어버려) 오히려 알코올이 세균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코팅 방어막'이 생겨버린다. 게다가 100% 에탄올은 너무 빨리 증발해서 세균을 죽일 시간조차 부족하다. 반면 '에탄올 70% + 물 30%'의 황금 비율을 쓰면, 물이 껍질이 너무 빨리 굳는 것을 막아주고 에탄올이 세균 내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 내부 장기까지 완벽하게 파괴(살균)한다.

손 소독제가 이기지 못하는 독종들

그렇다고 손 소독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나 설사를 유발하는 '장염 바이러스'는 겉면에 기름 코트(지질막)가 없는 대신 아주 촘촘하고 딱딱한 단백질 껍질로 똘똘 뭉쳐진 독종들이다(비막보유 바이러스). 이 촘촘한 껍질은 에탄올이 아무리 묻어도 녹거나 뚫리지 않는다. 따라서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손 소독제를 백날 발라봐야 헛수고이며, 반드시 '흐르는 물과 비누'로 빡빡 문질러 씻어내 하수구로 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에탄올 분자에 닿았을 때 적절하게 접힌 건강한 세균 단백질이 혼란스럽고 얽힌 엉망으로 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백질 변성'의 미세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손 소독제를 무분별하게 자주 바르면, 에탄올이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 손의 수분과 피부 장벽(기름막)까지 다 날려버려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습진이 생기게 된다. 소독제에는 보습제(글리세린)가 첨가되어 있지만, 그래도 물과 비누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만 쓰는 '차선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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