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드레이크 방정식, 외계 문명의 수를 어림하는 방법과 한계

우리 은하에 교신할 수 있는 문명이 몇이나 있을까. 1961년에 나온 드레이크 방정식은 답을 주기보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리해 준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밤하늘 은하수 아래 놓인 전파 망원경
밤하늘 은하수 아래 놓인 전파 망원경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에 전파로 교신할 수 있는 문명이 몇 개나 있을지 어림하는 식이다. 1961년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외계 지적 생명 탐사를 주제로 한 회의를 준비하며 만들었다. 이 식은 별이 태어나는 속도부터 문명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까지 일곱 개의 값을 곱한다. 그런데 그 값들 가운데 여러 개는 지금도 짐작조차 어렵다. 그래서 드레이크 방정식의 가치는 정답을 내는 데 있지 않고, 이 질문을 풀기 위해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 목록으로 만든 데 있다.

방정식은 어떤 값들을 곱하나

식의 구조는 단순하다. 큰 수에서 시작해 조건을 하나씩 걸러 낸다.

항목 뜻 지금 얼마나 아나
별 탄생률 우리 은하에서 1년에 생기는 별의 수 비교적 잘 앎
행성을 가진 별의 비율 행성계를 거느린 별의 몫 최근 크게 늘어남
생명이 살 만한 행성의 수 행성계 하나당 적당한 환경의 행성 수 추정 중
생명이 실제로 생길 확률 조건이 맞을 때 생명이 탄생할 비율 모름
지능이 생길 확률 생명이 지적 존재로 진화할 비율 모름
교신 기술이 생길 확률 지적 존재가 전파를 쓸 비율 모름
문명의 수명 교신 가능한 문명이 유지되는 기간 모름

일곱 값을 모두 곱하면 지금 우리 은하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을 문명의 수가 나온다.

은하수 속 수많은 별들 사이에 작은 점으로 표시된 행성계들

어떤 값은 알고 어떤 값은 모르나

1961년에는 앞쪽의 천문학 값들도 불확실했다. 특히 태양 말고 다른 별이 행성을 갖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외계 행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 부분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행성을 가진 별이 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 가운데 별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행성도 상당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문제는 뒤쪽의 생물학과 사회학 값들이다. 생명이 생길 확률을 알려면 생명이 탄생한 사례를 여럿 비교해야 하는데, 우리가 아는 사례는 지구 하나뿐이다. 하나의 사례로는 그것이 흔한 일인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우연인지 가릴 수 없다. 지능과 기술 문명의 출현도 마찬가지다. 문명의 수명은 더욱 막막하다. 우리 문명이 전파를 쓴 지는 겨우 백 년 남짓이다.

같은 식으로 왜 이렇게 다른 답이 나오나

모르는 값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낙관적인 값을 넣으면 우리 은하에 수백만 개의 문명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비관적인 값을 넣으면 우리 은하에서 지금 교신하는 문명은 우리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곱셈으로 이어진 식에서는 하나의 값이 몇 자릿수만 달라져도 최종 답이 그만큼 바뀐다.

이 때문에 드레이크 방정식이 쓸모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식의 진짜 역할은 생각을 정리하는 틀이다. 막연한 질문을 구체적인 하위 질문들로 쪼개고, 그 가운데 어떤 것은 망원경으로, 어떤 것은 생물학 연구로 좁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거대한 전파 망원경 접시들이 줄지어 하늘을 향한 관측소

문명의 수명은 왜 그렇게 중요하나

일곱 값 가운데 마지막인 문명의 수명은 특히 큰 영향을 준다. 문명이 생겨나더라도 금방 사라진다면, 같은 시기에 존재하는 문명은 드물 수밖에 없다. 은하의 나이는 백억 년이 넘는데, 교신 가능한 문명이 수백 년만 유지된다면 두 문명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 항목은 기술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남은 과제

드레이크 방정식의 빈칸을 채울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구 밖에서 두 번째 생명의 사례를 찾는 것이다. 태양계 안의 화성이나 얼음 위성의 바다, 또는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생명이 지구와 별개로 한 번만 더 발견되어도, 생명이 우주에서 흔한 현상일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그전까지 이 식의 뒤쪽 절반은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는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