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의 파란 눈물
코로나 백신과 모든 수액 주사를 맞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멸균 테스트(LAL)의 핵심 재료로 쓰기 위해 인간에게 산 채로 피를 뽑히는 4억 년 전 살아있는 화석, '투구게'의 비극적인 파란 피를 해부한다.
편집부 · 2021년 12월 23일 · 읽는 데 4분
우리가 병원에서 링거(수액)를 맞거나, 아플 때 백신 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을 대신해 피를 흘려주는 바다의 희생양 덕분이다. 4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남은 살아있는 화석, '투구게(Horseshoe Crab)'다. 매년 제약 회사들은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를 산 채로 잡아들여 공장에 묶어놓고 심장에 바늘을 꽂아 몸속에 있는 '파란색 피'를 30%나 쥐어짜 낸 뒤 바다로 버린다. 인간의 피는 철분 때문에 붉은색이지만, 투구게의 피는 구리(헤모시아닌) 성분 때문에 영롱한 에메랄드빛 파란색을 띤다. 인간은 도대체 왜 외계인 같은 이 딱딱한 생물체의 파란 피를 탐내는 걸까? 현대 의학을 멱살 잡고 하드캐리하는 투구게의 슬픈 헌혈 스토리(LAL 테스트)를 들여다보자.
죽은 세균의 찌꺼기, 내독소(Endotoxin)의 공포
백신이나 주사액을 만들 때 의사들은 끓는 물이나 알코올로 세균을 완벽하게 다 죽여버린다(멸균). 그런데 세균이 죽으면서 자기 껍질이 산산조각 나는데, 이 껍질 찌꺼기(내독소, Endotoxin)가 주사액에 둥둥 떠다니게 된다. 이 죽은 찌꺼기가 인간의 혈관 속으로 들어오면 우리 면역계는 진짜 세균이 쳐들어온 줄 착각하고 미친 듯이 열을 내며 쇼크(패혈증)를 일으켜 환자를 죽여버린다. 살아있는 세균은 죽이면 되지만, 이미 죽은 세균의 껍질 찌꺼기(독소)는 열을 가해도 안 없어지고 인간의 눈이나 현미경으로도 절대 찾을 수가 없어서 의사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4억 년의 진화가 만든 극강의 면역 시스템
이 미세한 독소(찌꺼기)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탐지견이 바로 투구게의 '파란 피'였다. 투구게는 인간처럼 정교한 백혈구나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원시적인 생물이다. 게다가 세균이 득실거리는 흙탕물 바닥을 기어 다닌다. 그래서 투구게는 세균이 껍질을 뚫고 들어오면, 피 속에 있는 특수 세포(아메바성 세포)가 세균을 젤리처럼 끈적끈적하게 감싸서 뭉쳐버리는(응고) 무식하고 강력한 방어법을 진화시켰다. 돌돌 뭉쳐진 세균은 꼼짝도 못 하고 갇혀버리게 된다.
독소를 감지하면 피가 젤리처럼 굳는다 (LAL 테스트)
과학자들은 투구게의 파란 피를 뽑아 약품(LAL)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 만든 백신이나 링거액 주사기에 투구게의 피를 한 방울 똑 떨어뜨린다. 만약 주사액이 완벽하게 깨끗하다면 피는 그냥 맑은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주사액 속에 죽은 세균의 찌꺼기(내독소)가 1조 분의 1그램이라도 묻어있다면, 투구게의 피는 그 미세한 찌꺼기에 반응하여 즉시 하얀 묵(젤리)처럼 꾸덕꾸덕하게 뭉쳐버린다! 이 젤리 현상 덕분에 제약 회사들은 주사액이 오염되었는지 1시간 만에 완벽하고 저렴하게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멸종의 위기
매년 미국에서만 50만 마리의 투구게가 실험실로 끌려와 강제 헌혈을 당한다. 피를 30% 뺏긴 투구게들은 다시 바다로 풀려나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약 15~30%는 결국 며칠 안에 굶어 죽거나 짝짓기를 포기해 버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전 세계 수십억 명의 백신 독성 검사를 위해 투구게의 파란 피 수요가 미친 듯이 폭증했고, 4억 년을 버틴 생명력 강한 종족은 결국 인간의 의료 산업 때문에 멸종 위기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죽은 세균에서 나온 작고 보이지 않는 '내독소' 주위에 투구게의 아메바성 세포가 맹렬히 공격하여 뭉쳐 덩어리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독을 가두는 모습을 보여주는 'LAL 테스트'의 미세한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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