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한복판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한국에서 미국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태평양 해저 바닥의 '광케이블'과 빛의 전반사 원리,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를 비교한다.
편집부 · 2021년 7월 7일 · 읽는 데 4분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켜서 미국에 있는 영상을 버퍼링 없이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머리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전파를 쏴주기 때문이라고 착각하지만,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의 99%는 하늘이 아니라 바닷속을 헤엄쳐서 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평양과 대서양의 시커먼 수천 미터 심해 바닥에는 사람 팔뚝만 한 굵기의 '해저 광케이블(Submarine Cable)' 수십만 킬로미터가 뱀처럼 깔려있다. 이 케이블 속에서 데이터는 전기가 아니라 눈부신 '빛'으로 바뀌어 빛의 속도(초속 30만km)로 대륙을 질주한다. 상어를 피하고 해저 지진을 버티며 지구 전체를 하나로 묶어버린 빛의 신경망, 해저 광통신의 물리학을 파헤쳐 보자.
유리를 타고 달리는 빛,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
해저 케이블의 중심에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투명한 유리 실(광섬유) 수십 가닥이 들어있다. 데이터(0과 1)를 레이저 '빛'으로 깜빡이게 바꾼 뒤 이 유리 실 안으로 쏘아 보낸다. 유리는 투명하니까 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빛이 특정 각도(임계각)보다 비스듬하게 유리 벽에 부딪히면 밖으로 뚫고 나가지 못하고 거울처럼 100% 튕겨서 내부로 다시 반사되는 '전반사' 원리를 이용했다. 빛은 광섬유 벽에 부딪히며 지그재그로 수만 킬로미터를 단 한 방울의 빛도 흘리지 않고 완벽하게 미끄러지듯 날아가 한국에서 미국까지 0.1초 만에 도달해 버린다.
상어의 이빨과 심해의 수압을 버텨라
머리카락 얇기의 유리가 끊어지지 않고 태평양 바닥에 깔려 있으려면 엄청난 갑옷이 필요하다. 광섬유 겉면에는 강철 와이어, 방수 테이프, 구리 관,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등 수십 겹의 코팅을 둘러쳐서 사람 팔뚝만 한 두꺼운 케이블을 만든다. 수심 8,000미터의 미친 수압을 버텨야 하고, 바다 밑을 긁고 다니는 어선의 그물이나 심지어 전기가 흐르는 줄 알고 물어뜯는 흉폭한 상어의 이빨(상어 공격 방어용 케이블)로부터 유리를 지켜내기 위해 케이블 부설선이 몇 달 동안 바다에 떠서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가라앉힌다.
인공위성은 왜 메인 인터넷이 못 될까?
인공위성으로 무선 인터넷(전파)을 쏘면 해저에 선을 까는 막노동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유는 '대역폭(데이터 통로 크기)'과 '지연(Ping)' 때문이다. 위성 전파 통로는 차선이 2개뿐인 비포장도로라면, 해저 광케이블은 차선이 수천 개인 고속도로다. 수십억 명이 동시에 보는 넷플릭스 4K 화질 데이터를 위성 전파 하나로는 감당하다가는 서버가 터져버린다. 게다가 우주까지 전파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간(지연) 때문에 게임을 하면 랙이 미친 듯이 걸린다. 압도적인 용량과 속도에서 광케이블은 절대 왕좌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반격, 스타링크(Starlink)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나 남극,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 안에서는 광케이블을 끌어올 수 없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 틈새를 노렸다. 기존의 3만km 상공에 떠 있던 위성 대신, 고작 500km 상공(저궤도)에 수만 개의 작은 위성(스타링크)을 촘촘하게 덮어서 전파가 왕복하는 시간을 광케이블 뺨치게 줄여버렸다.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쟁터나 태평양 한복판의 크루즈선에서도 핑(지연) 없이 위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광섬유 코어 내부의 '전반사' 물리 다이어그램으로, 케이블이 구부러지더라도 단 한 방울의 빛도 새어나오지 않고 내부 유리 벽에서 완벽하게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레이저 빔을 보여줍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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