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MRI와 입자가속기 속의 초전도 자석
초전도는 먼 미래의 기술처럼 들리지만 이미 병원 지하와 거대한 연구 시설에서 매일 쓰인다.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의 원리와 숙제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초전도 자석은 초전도 상태의 도선에 큰 전류를 흘려 매우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장치다. 저항이 없으니 엄청난 전류를 흘려도 열이 나지 않고, 한 번 흐르기 시작한 전류는 거의 줄지 않는다. 병원의 MRI 장비, 입자가속기, 핵융합 실험 장치처럼 강하고 안정된 자기장이 필요한 곳에서 초전도 자석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실온 초전도체를 기다리지 않아도 초전도 기술은 지금 쓰이고 있다.
왜 보통 전자석으로는 부족한가
구리 도선을 감아 전류를 흘리면 전자석이 된다. 자기장을 세게 하려면 전류를 늘려야 하는데, 구리에는 저항이 있어서 전류가 늘수록 열이 많이 난다. 아주 강한 자기장을 오래 유지하려면 막대한 전기를 계속 넣어야 하고, 그 전기의 대부분은 열로 사라진다. 열을 식히는 데도 다시 에너지가 든다.
초전도 도선에는 이 문제가 없다. 저항이 0이니 열이 나지 않는다. MRI 장비의 초전도 자석은 처음에 전류를 넣어 두면, 이후에는 전원을 거의 쓰지 않고도 같은 자기장을 오랫동안 유지한다. 도선이 하나의 닫힌 고리를 이루어 전류가 그 안을 끝없이 돌기 때문이다.
초전도 자석은 얼마나 차갑게 유지해야 하나
지금 대부분의 초전도 자석에 쓰이는 니오븀-티타늄 합금 도선은 절대 온도 약 10도 아래에서야 초전도가 된다. 섭씨로는 영하 263도쯤이다.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석을 액체 헬륨에 담가 식힌다. 액체 헬륨은 영하 269도 근처에서 끓는다.
| 쓰이는 곳 | 자석의 역할 | 냉각 방식 |
|---|---|---|
| MRI | 몸속 수소 원자핵을 정렬시키는 균일한 자기장 | 액체 헬륨 |
| 대형 입자가속기 | 빛에 가까운 속도의 입자 경로를 휘게 함 | 초유체 헬륨 |
| 핵융합 실험 장치 | 수억 도의 플라스마를 공중에 가둠 | 액체 헬륨 |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는 둘레 27킬로미터의 고리에 초전도 자석 수천 개를 늘어놓았다. 이 자석들은 영하 271도 정도까지 식혀 운전한다. 그래야 빛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양성자 다발을 고리 모양의 경로에 붙잡아 둘 만큼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초전도 자석에서 가장 두려운 사고는 갑작스러운 초전도 상실이다. 도선의 일부가 어떤 이유로 온도가 올라가 초전도 상태를 잃으면, 그 부분에 갑자기 저항이 생긴다. 엄청난 전류가 저항을 만나면 순식간에 큰 열이 나고, 그 열이 주변을 데워 초전도 상실이 퍼진다. 저장되어 있던 거대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에 열로 바뀌며 냉각용 헬륨이 급격히 끓어 기체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초전도 자석에는 이상을 빠르게 감지해 에너지를 안전하게 빼내는 보호 장치가 필수다. 실제로 대형 가속기에서는 자석 연결부의 결함 때문에 큰 사고가 나 오랫동안 수리한 일이 있었다. 초전도 기술의 위력은 그만큼 큰 에너지를 다룬다는 뜻이기도 하다.
헬륨은 왜 걱정거리가 되었나
액체 헬륨은 초전도 자석의 생명줄이지만, 헬륨은 구하기 쉬운 자원이 아니다. 지구의 헬륨은 주로 천연가스를 뽑을 때 함께 얻는데, 생산하는 나라가 적고 공급이 자주 흔들린다. 한번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 헬륨은 너무 가벼워 지구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헬륨 가격이 오르면 병원과 연구소의 운영비가 함께 오른다. 그래서 헬륨을 덜 쓰거나 다시 모아 쓰는 냉각 방식,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재료를 쓰는 자석이 개발되고 있다.
남은 과제
액체 질소로 식힐 수 있는 고온 초전도체는 헬륨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액체 질소는 값싸고 흔하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체는 세라믹이라 부서지기 쉽고, 길고 튼튼한 도선으로 만들기가 까다로워 비싸다. 이 재료로 만든 테이프 형태의 도선이 개발되어 핵융합 장치와 차세대 자석에 쓰이기 시작했지만, 값과 신뢰성을 기존 기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