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초끈 이론은 왜 10차원을 요구하나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이고 시간까지 더해도 4차원이다. 그런데 초끈 이론은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으려면 10차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차원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Antigravity AI · 2022년 4월 10일 · 읽는 데 4분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복잡하게 말려 있는 고차원 기하 도형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복잡하게 말려 있는 고차원 기하 도형

초끈 이론은 수학적으로 모순 없이 성립하려면 시공간이 10차원이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차원의 수를 마음대로 고른 것이 아니라, 계산 과정에서 특정한 모순이 사라지는 조건을 찾았더니 10이라는 숫자가 나온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4차원 말고 나머지 6차원은 너무 작게 말려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된다. 다만 이 이론은 아직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끈 이론은 무엇을 하려는 이론인가

현대 물리학에는 두 개의 큰 기둥이 있다. 아주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중력과 우주의 큰 구조를 설명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둘은 각자의 영역에서 놀라울 만큼 정확하지만, 하나로 합치려 하면 계산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문제가 생긴다. 블랙홀의 중심이나 우주의 시작처럼 작은 세계와 강한 중력이 함께 나타나는 곳에서는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끈 이론은 이 문제를 풀려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 입자를 크기 없는 점이 아니라 아주 작은 진동하는 끈으로 본다. 끈이 어떤 방식으로 진동하느냐에 따라 전자가 되기도 하고, 빛 알갱이가 되기도 하고, 중력을 전하는 입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바이올린 줄 하나가 진동 방식에 따라 다른 음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점이 아니라 길이가 있는 끈이라서, 점 입자 이론에서 생기던 무한대 문제가 누그러진다.

진동하는 작은 끈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떨리는 모습을 그린 개념 삽화

왜 하필 10차원인가

끈 이론을 양자역학의 규칙에 맞게 다루면, 계산 도중 이론을 무너뜨리는 모순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확률이 음수가 나오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결과가 생긴다. 연구자들은 이 모순이 시공간의 차원 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특정한 차원 수에서만 모순이 깔끔하게 상쇄되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끈 이론에서는 그 수가 26이었다. 그런데 이 이론에는 빛보다 빠른 이상한 입자가 나오고, 물질을 이루는 입자를 설명하지 못했다. 여기에 초대칭이라는 대칭성을 더한 초끈 이론에서는 모순이 사라지는 차원 수가 10이 되었다. 1990년대에는 여러 종류의 초끈 이론이 사실은 11차원의 더 큰 이론인 M 이론의 서로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도 나왔다.

이론 필요한 차원
초대칭 없는 끈 이론 26차원
초끈 이론 10차원
M 이론 11차원
우리가 느끼는 시공간 4차원(공간 3 + 시간 1)

나머지 차원은 어디에 숨어 있나

10차원 가운데 우리가 느끼는 것은 4차원뿐이다. 나머지 6차원은 너무 작게 말려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된다. 이를 축약, 또는 콤팩트화라 부른다.

멀리서 정원용 호스를 보면 길이만 있는 1차원 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호스 표면을 빙 둘러 감는 또 하나의 방향이 있다. 그 둘레가 아주 작으면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다. 초끈 이론의 여분 차원도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크기로 말려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린 6차원 공간의 모양은 칼라비-야우 공간이라는 복잡한 기하 구조로 다뤄진다.

멀리서는 선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둘레가 있는 호스를 그린 비유 삽화

숨은 차원의 모양은 왜 중요한가

말려 있는 차원이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4차원에서 보이는 입자의 종류와 질량, 힘의 세기가 정해진다. 이론상으로는 우리 우주의 물리 상수를 숨은 차원의 모양에서 이끌어 낼 수 있다. 문제는 가능한 모양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우리 우주에 해당하는지 고를 원리가 아직 없다. 이것이 끈 이론의 풍경 문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초끈 이론의 가장 큰 숙제는 검증이다. 끈의 크기와 여분 차원은 현재의 입자 가속기로 탐색할 수 있는 규모보다 훨씬 작다고 여겨진다. 초대칭 입자를 찾으려는 실험도 지금까지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초끈 이론은 수학적으로 풍부하고 블랙홀 연구 등에 유용한 통찰을 주었지만, 자연을 실제로 설명하는 이론인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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