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차원을 넘나드는 파스타 지구를 지키다

인간이 블랙홀에 떨어지면 발끝과 머리통의 중력 차이 때문에 몸이 국수 가닥처럼 찢어져 버리는 끔찍한 물리 현상,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를 다룬다.

편집부 · 2021년 2월 3일 · 읽는 데 4분

이론 물리학, 다리와 몸이 긴 빛나는 스파게티 가닥처럼 잔인하게 늘어나 거대한 블랙홀로 용감하게 빛나는 우주 비행사가 발부터 먼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천체 물리학 일러스트레이션
이론 물리학, 다리와 몸이 긴 빛나는 스파게티 가닥처럼 잔인하게 늘어나 거대한 블랙홀로 용감하게 빛나는 우주 비행사가 발부터 먼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천체 물리학 일러스트레이션

SF 영화를 보면 우주선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때, 우주비행사들이 조종실 안에서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통째로 쑥 사라진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이 블랙홀에 떨어지면,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먼저 몸통이 가래떡처럼 길게 늘어나서 수천 가닥의 핏빛 국수로 찢겨 나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은 이 잔혹한 중력의 고문 과정을 유쾌하게도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이름 붙였다. 도대체 블랙홀 근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인간의 몸이 차원을 넘나드는 끔찍한 파스타로 변해버리는 걸까? 블랙홀의 중력이 빚어내는 극단적인 기조력(Tidal Force)의 물리학을 뜯어보자.

발끝과 머리의 중력 차이, 기조력(Tidal Force)

지구에도 중력이 있지만, 내 발끝을 당기는 중력이나 내 머리통을 당기는 중력이나 그 힘의 차이가 거의 없다(그래서 우리는 찢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홀은 질량이 한 점(특이점)에 미치도록 뭉쳐있어서, 그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다. 만약 당신이 발부터 블랙홀을 향해 떨어진다고 상상해 보자. 블랙홀에 조금 더 가까운 당신의 '발'을 당기는 중력이, 2미터 위에 있는 당신의 '머리'를 당기는 중력보다 수백만 배나 더 강력해진다. 발은 KTX의 속도로 끌려 내려가는데, 머리는 자전거 속도로 끌려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양옆은 찌그러진다

발이 머리보다 미친 듯이 빨리 끌려 내려가면, 당신의 척추와 근육, 혈관은 그 속도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고무줄처럼 쭈우욱 늘어나기 시작한다. 끔찍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무조건 한가운데(특이점)를 향해 모든 것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당신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는 대각선 방향으로 블랙홀 중심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즉, 몸이 위아래로는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는 동시에, 양옆으로는 빨래 짜듯이 무자비하게 찌그러지며 압착(스퀴즈)되는 것이다. 왼쪽에는 지구에 정상적으로 서 있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블랙홀의 중력 우물 안에서 수직으로 당겨지고 정확히 동시에 수평으로 찌그러지는 똑같은 사람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완벽한 스파게티 가닥으로의 산화

이 늘어남과 찌그러짐의 압력이 인간 뼈의 강도를 넘어서는 순간, 당신의 몸은 말 그대로 '툭' 하고 끊어져 버린다. 끊어진 조각들은 블랙홀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중력 차이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또다시 반으로 찢어지고, 또 찢어진다. 인체는 수백 가닥, 수만 가닥의 미세한 피와 살의 국수 가닥(스파게티)으로 분해되고, 결국에는 원자 단위까지 낱낱이 찢겨 나가며 블랙홀의 강착 원반 속으로 찬란하게 산화해 버린다.

초거대 블랙홀은 오히려 안전하다?

역설적이게도 덩치가 태양의 몇 배밖에 안 되는 '작은 블랙홀'이 스파게티화를 훨씬 더 빠르고 잔인하게 일으킨다. 질량이 한 점에 뾰족하게 뭉쳐있어 중력의 경사(차이)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은 덩치가 너무 커서 중력의 변화가 완만하다. 그래서 초거대 블랙홀에 떨어지면, 적어도 사건의 지평선(낭떠러지)을 통과할 때까지는 몸이 찢어지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아(그 후엔 찢어지겠지만) 블랙홀 내부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블랙홀 근처의 '기조력(Tidal Forces)'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으로, 빛나는 빨간색 화살표가 우주 비행사의 발을 엄청나게 세게 당기고 훨씬 작은 파란색 화살표가 우주 비행사의 머리를 당겨 몸이 찢어지게 합니다

남은 과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 내부(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스파게티로 찢어진 원자 정보들이 영원히 사라지는지(블랙홀 정보 역설), 아니면 화이트홀이나 웜홀을 통해 다른 우주로 뱉어지는지는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 아직 통일되지 못한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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