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화성에서 지진이 느껴진다고
지각판이 없어 죽은 행성인 줄 알았던 화성에서 진도 5의 '화성 지진(Marsquake)'을 관측해 낸 탐사선 인사이트호의 성과와, 행성 내부의 비밀을 다룬다.
편집부 · 2022년 11월 4일 · 읽는 데 4분
지구는 펄펄 끓는 용암 위에 얇은 지각판 10여 개가 둥둥 떠서 서로 부딪히고 찢어지는 역동적인 행성이다. 그래서 일본이나 캘리포니아처럼 판이 부딪히는 곳에서는 끔찍한 대지진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웃 행성인 화성은 덩치가 지구의 절반밖에 안 돼서 내부의 용암이 수십억 년 전에 이미 꽁꽁 얼어붙어 버린, 지각판도 화산도 없는 완벽하게 '죽은 암석 행성'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2018년 화성에 착륙한 나사(NASA)의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둥근 청진기를 화성 땅바닥에 내려놓자, 칠흑 같은 우주 공간으로 충격적인 신호가 전송되어 왔다. 죽은 줄 알았던 화성의 땅통 속에서 '쿵, 쿵' 거리는 지진(Marsquake) 파동이 잡힌 것이다! 화성은 어쩌다 몸을 부르르 떤 것일까? 죽은 행성의 희미한 심장 박동을 추적해 보자.
지각판이 없는데 지진이 난다? 화성 지진(Marsquake)
지구의 지진은 거대한 땅덩어리(지각판)들이 서로 충돌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꽝! 하고 터지면서 발생한다(판 구조론). 하지만 화성은 껍질(지각)이 갈라져 있지 않고 하나의 완벽한 통뼈(단일 판)로 덮여있다. 부딪힐 판이 없는데 어떻게 땅이 흔들린 걸까? 천문학자들이 분석한 화성 지진의 첫 번째 원인은 '수축'이다. 구운 감자를 식히면 껍질이 쪼그라들며 쩍쩍 갈라지듯이, 화성도 내부가 서서히 식어가면서 행성 전체가 미세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이 수축하는 압력을 견디지 못한 화성의 겉껍질이 쩍! 하고 갈라질 때 발생하는 충격파가 바로 화성 지진의 정체다.
잠에서 깨어난 지하 마그마
더 놀라운 사실은 인사이트호가 잡은 지진의 진앙을 추적해 본 결과, 특정 지역(케르베루스 포사)에서 집중적으로 지진파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지하 깊은 곳에는 아직 완전히 얼어붙지 않은 걸쭉한 '마그마(용암)' 웅덩이가 남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죽어버린 줄 알았던 화성의 뱃속 저 깊은 곳에 아직 펄펄 끓는 마그마가 남아 지각을 위로 밀어 올리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성은 아직 완벽한 시체가 아니라, 임종을 앞두고 간헐적으로 심장 박동을 뿜어내는 가사 상태의 행성이었다.
운석 충돌의 폭격
화성 지진의 또 다른 원인은 외부의 타격이다. 화성은 대기가 지구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얇아서, 우주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운석들이 대기권에서 타지 않고 땅바닥에 쾅쾅 직격탄을 꽂아버린다. 2021년에는 커다란 운석이 화성에 충돌하면서 진도 4짜리 거대한 지진파를 일으켰고, 인사이트호는 이 진동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즉 화성의 청진기는 내부의 용암뿐만 아니라 외부의 우주 포격 소리까지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지진파로 행성의 엑스레이를 찍다
지진파(P파, S파)는 땅속의 돌덩이나 액체를 통과할 때 꺾이거나 속도가 느려진다. 과학자들은 인사이트호가 보내온 지진파의 굴절 데이터를 분석하여 화성을 마치 수박처럼 반으로 쪼개어 속을 들여다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화성의 지각 두께는 지구보다 훨씬 두껍고(약 40km), 중심핵은 단단한 쇠구슬이 아니라 질척거리는 거대한 액체 수프(쇳물)로 꽉 차 있다는 사실이 45억 년 만에 최초로 밝혀졌다. 지진파가 행성의 엑스레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남은 과제
화성의 먼지 폭풍이 인사이트호의 태양광 패널을 모래로 덮어버리면서, 탐사선은 전력이 끊겨 영면에 들어갔다. 이제 화성의 얼어붙은 극지방 바다 밑바닥이나 지하 동굴에 따뜻한 지열을 받아 살아남은 '외계 미생물'이 존재하는지 땅을 뚫고 들어가 확인하는 것이 엑소 마스(ExoMars) 로버들의 다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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