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우주거리사다리
줄자 없이 수백만 광년 떨어진 별까지의 거리를 자로 잰 듯 완벽하게 계산해 내는 천문학자들의 계단식 측정 기법, '우주 거리 사다리'의 기하학을 분석한다.
편집부 · 2021년 9월 12일 · 읽는 데 4분
뉴스에서 천문학자들이 "안드로메다은하는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라고 발표하면,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우주에 줄자를 던져본 적도 없고, 레이저를 쏴서 반사되어 돌아오려면 500만 년이나 걸리는데 무슨 수로 저 거리를 소수점까지 족집게처럼 알아낸 걸까? 천문학자들은 한 가지 마법의 자(Ruler)로 우주 전체를 재지 않는다. 가까운 별은 삼각함수로 풀고, 중간 별은 별의 깜빡임을 이용하고, 아주 먼 별은 우주 대폭발의 붉은빛(적색편이)을 이용해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밟고 올라가듯 거리를 연장해 나간다. 인류가 어둠 속에서 자 없이 우주의 거대한 스케일을 측량해 낸 기하학적 릴레이, '우주 거리 사다리(Cosmic Distance Ladder)'의 치밀한 트릭을 파헤쳐 보자.
사다리의 첫 번째 칸, 연주 시차(Parallax)
눈앞에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왼쪽 눈만 뜨고 봤다가, 오른쪽 눈만 뜨고 번갈아 보자. 손가락이 휙휙 좌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시차). 손가락이 가까울수록 많이 움직이고 멀수록 적게 움직인다. 천문학자들은 이 단순한 원리를 우주 스케일로 확장했다. 지구는 1월에 태양의 오른쪽에 있고, 6개월 뒤인 7월에는 태양의 왼쪽에 가 있다(공전). 이때 가까이 있는 별의 사진을 1월과 7월에 각각 찍어보면, 우주 배경 화면을 바탕으로 별의 위치가 미세하게 까딱하고 움직인 각도가 나온다. 이 각도(연주 시차)와 지구-태양 간의 거리(밑변)를 알면 중학교 수준의 직각삼각형 공식(삼각비)으로 그 별까지의 거리를 완벽하게 계산해 낼 수 있다.
사다리의 두 번째 칸, 깜빡이는 등대(세페이드 변광성)
문제는 연주 시차 기법은 약 3,000광년 이상 멀어지면 각도가 너무 미세해서 카메라로 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더 먼 우주를 재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는 기가 막힌 마법의 별을 찾아냈다. 이 별은 헬륨 가스가 팽창했다 수축하면서 마치 심장이 뛰듯 며칠에 한 번씩 밝기가 '깜빡깜빡' 변하는 별이다. 1908년 헨리에타 레빗은 "이 별이 깜빡이는 속도(주기)가 느릴수록, 그 별의 진짜 밝기(절대 등급)가 훨씬 더 밝다"는 미친 비례 공식을 발견해 낸다. 진짜 밝기가 100인 전구가 지구에서 봤을 때 1만큼 밝게 보인다면, 빛이 퍼져나가는 거리 공식(역제곱 법칙)을 역추산하여 "아! 저 별은 우리한테서 1만 광년 떨어져 있구나!" 하고 완벽하게 거리를 뽑아내는 것이다. 이 깜빡이는 등대(표준 촛불) 덕분에 우리는 1억 광년 밖의 은하 거리까지 잴 수 있게 되었다.
사다리의 세 번째 칸, 터지는 초신성(Ia형 초신성)
하지만 1억 광년보다 더 먼 아득한 심우주는 세페이드 별조차 너무 희미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인 'Ia형(원 에이 형) 초신성'을 사다리의 다음 칸으로 꺼내 들었다. 백색왜성이라는 늙은 별이 짝꿍 별의 가스를 훔쳐 먹다가 뱃구레가 빵 터져버리는 폭발인데, 이 폭발은 터질 때의 '최대 폭발력(밝기)'이 우주 어디서 터지든 항상 완벽하게 똑같다는 기적적인 성질이 있다. 밤하늘 어딘가에서 이 초신성이 번쩍 터지는 것을 발견하면, 우리는 그 진짜 밝기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현재 내 눈에 보이는 희미한 밝기랑 비교해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거리까지 단숨에 자로 잴 수 있게 된다.
사다리의 끝, 붉게 도망치는 우주(적색 편이)
우주의 끝자락에 있는 100억 광년 밖의 은하들은 허블의 법칙(적색 편이)을 쓴다.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우주가 팽창하면서 우리에게서 미친 듯이 도망가고 있는데, 도망가는 별이 뿜어내는 빛은 고무줄처럼 늘어나서 붉은색(적색)으로 변한다. 이 붉은색으로 치우친 정도(도플러 효과)를 스펙트럼으로 찍어보면 은하가 도망가는 속도를 알 수 있고, 속도를 알면 허블 상수를 곱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곧바로 거리가 튀어나오는 궁극의 척도가 완성된다. ![고동치는 심장처럼 리드미컬하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빛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미세한 모습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기가 정확하게 깜빡여 우주의 표준 촛불 역할을 합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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