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무시무시한 전염병 파헤치기
바이러스나 세균이 어떻게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속이고 복제되는지, 그리고 전염병의 확산력을 나타내는 무시무시한 지표인 '기초 감염 재생산수(R0)'의 생물학적 의미를 파헤친다.
편집부 · 2022년 5월 12일 · 읽는 데 4분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과의 피 튀기는 전쟁사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흑사병부터, 현대 세계를 완벽하게 셧다운(Shut down) 시켜버린 코로나19까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100나노미터 크기의 좀비 입자들이 어떻게 지구 전체를 마비시키는 괴물로 성장하는 것일까?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세균과 바이러스)는 칼이나 총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인간의 세포를 속이고 우리 몸의 방어선(면역 체계)을 무력화시키는 극도로 교활한 화학적 암살자들이다. 전염병이 한 사람의 몸을 어떻게 박살 내고, 어떻게 타인에게로 뻗어 나가는지 병원체의 소름 돋는 침투 원리와 수학적인 확산의 공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적은 두 종류다, 세균(Bacteria)과 바이러스(Virus)
전염병을 일으키는 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균(박테리아)'이다. 흑사병(페스트)이나 콜레라가 대표적이다. 세균은 스스로 살아 숨 쉬고 밥을 먹는 하나의 완벽한 생명체(단세포 생물)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영양분을 뺏어 먹으며 스스로 미친 듯이 분열(번식)하고, 끔찍한 독소를 뿜어내어 장기를 썩게 만든다. 반면 두 번째 범인인 '바이러스(코로나, 독감)'는 완전히 다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밥을 먹지도, 분열하지도 못하는 그저 '유전자 쪼가리를 단백질 껍데기로 싸놓은 좀비(입자)'일 뿐이다. 이 좀비는 혼자서는 절대 번식할 수 없고, 반드시 살아있는 남의 세포(인간 세포) 안으로 쳐들어간 뒤 숙주 세포의 공장을 강탈해야만 복제가 가능하다.
세포의 자물쇠를 따라, 바이러스의 해킹
그렇다면 바이러스 좀비는 어떻게 단단한 인간 세포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것일까? 우리 몸의 세포 겉면에는 외부와 소통하는 수백 개의 문(수용체 단백질)이 있고, 각 문에는 엄격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겉면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가시(스파이크 단백질)는 이 세포의 자물쇠 구조를 기가 막히게 똑같이 흉내 낸 '가짜 마스터키'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다가와 가짜 키를 철컥 꽂아 넣으면, 멍청한 인간 세포는 "아! 우리 편이구나!" 하고 문을 활짝 열어주며 바이러스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칩입에 성공한 바이러스는 세포의 조종간(핵)을 탈취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수백만 개로 복제하게 만들고, 결국 껍데기만 남은 인간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주변 세포들을 도미노처럼 감염시킨다.
면역 시스템과의 숨바꼭질, 잠복기
물론 우리 몸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백혈구와 T세포로 무장한 '면역 군대'가 이 바이러스 침입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미친 듯이 뜯어먹고 화학 무기(항체)를 쏘아 죽여버린다. 하지만 새로 진화한 신종 바이러스는 면역 군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얼굴(변이)을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적군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방어선이 뚫린 이 시기 동안 바이러스는 기침 한 번 나지 않게 조용히 몸속에서 세력을 수만 배로 불리는데, 이것이 전염병의 가장 무서운 시기인 '잠복기'다. 환자 본인은 아무 증상이 없는데 침이나 호흡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수천만 개의 바이러스를 뿜어내고 다니는 걸어 다니는 생화학 폭탄이 되는 것이다.
전염병의 공포 지수, R0(기초 감염 재생산수)
역학자들은 이 전염병이 얼마나 끔찍하게 퍼져나갈지 예측하기 위해 'R0(알 제로)'라는 지표를 쓴다. R0는 환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느냐를 나타내는 수학적 수치다. 만약 R0가 1보다 작으면 전염병은 저절로 소멸한다. 계절 독감은 R0가 약 1.3명 수준이다. 하지만 전파력이 미친 홍역 같은 바이러스는 R0가 무려 '12~18'에 달한다. 확진자 1명이 15명을 감염시키고, 15명이 225명을 감염시키는 기하급수적인 연쇄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마스크를 씌우고 도시를 봉쇄하는 모든 방역 정책의 목표는 바이러스를 멸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R0 숫자를 어떻게든 '1 이하'로 찍어 눌러 폭발을 막는 수학적인 시간 끌기 작전이다. ![왼쪽에는 면역 체계 '대식세포'가 박테리아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경비병을 완전히 우회하는 교활하고 은밀한 바이러스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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