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gs
30억 개의 인간 DNA 암호를 15년 동안 3조 원을 들여 해독하던 과거를 벗어나, 단 하루 만에 수십만 원으로 모든 유전자를 썰어서 동시에 읽어내는 NGS 기술의 원리를 다룬다.
편집부 · 2023년 11월 30일 · 읽는 데 4분
인간의 세포 속에는 A, T, C, G라는 4개의 알파벳으로 쓰인 30억 글자짜리 어마어마한 생명 설계도(DNA)가 들어있다. 1990년, 이 30억 개의 글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전 세계의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달라붙어 무려 13년의 시간과 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만 겨우 한 사람의 설계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20년이 지난 지금, 병원에 가면 단돈 100만 원 정도에 하루 이틀이면 내 몸속의 30억 개 암호를 완벽하게 다 읽어내어 암에 걸릴 확률까지 족집게처럼 뽑아준다. 도대체 지난 20년 동안 유전공학 실험실에서는 무슨 기적이 일어났길래 읽기 속도가 수백만 배로 폭발한 것일까? 인간 유전체학의 차가운 혁명,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Next-Generation Sequencing)'의 병렬 처리 기술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구시대의 유물, 생어(Sanger) 분석법의 한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시절에 썼던 고전적인 방법(생어 염기서열 분석법)은 너무 정직하고 무식했다. 30억 개의 긴 DNA 가닥을 책 읽듯이 맨 앞장부터 한 글자씩 차례대로 돋보기를 대고 읽어나간 것이다. 한 줄을 읽고 화학 반응을 시키고, 그다음 줄을 읽고 또 반응을 시키는 식이었다. 정확도는 100%에 가까웠지만, 30억 번을 순서대로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미친 듯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책 한 권을 1페이지부터 1만 페이지까지 혼자서 한 땀 한 땀 소리 내어 읽는 기나긴 고문과도 같았다.
책을 갈기갈기 찢어라, 병렬 처리의 마법
여기서 일루미나(Illumina) 같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기가 막힌 '꼼수'를 들고나왔다. 책을 1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지 말고, 아예 책 전체를 믹서기에 넣고 수천만 개의 쪼가리(가닥)로 갈기갈기 찢어버리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천만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각자 자기가 주운 쪼가리 한 문장씩을 동시에 읽게 한다. 이것이 NGS의 핵심인 '대량 병렬 처리(Massively Parallel Sequencing)' 기술이다. 30억 개의 DNA를 150글자짜리 짧은 조각 수천만 개로 싹둑싹둑 자른 뒤, 이 조각들을 칩(플로우 셀) 위에 잔디를 심듯 빽빽하게 꽂아놓고 '동시에 한꺼번에' 화학 반응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색깔 폭죽을 터뜨려라, 합성 기반 분석(SBS)
칩 위에 수천만 개의 DNA 쪼가리가 서 있으면, 그 위로 A, T, C, G 성분을 가진 용액을 폭포수처럼 쏟아붓는다. 이때 각 알파벳(염기)에는 형광펜 잉크 같은 색깔 꼬리표가 달려있다. A는 빨간색, T는 초록색 잉크를 뿜는 식이다. DNA 쪼가리에 짝꿍 염기가 찰싹 달라붙을 때마다 칩 위에서는 수천만 개의 미세한 형광색 불빛이 반짝반짝 터진다. 칩 위에 달린 초고속 카메라가 1초마다 수천만 개의 불빛을 찰칵찰칵 찍어내며 "아, 1번 위치는 빨간색(A), 2번 위치는 초록색(T)이 붙었군!" 하고 수천만 개의 조각을 한 방에 읽어버리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로 퍼즐을 맞추다(생물정보학)
하지만 조각난 문장들을 다 읽었다고 끝이 아니다. 믹서기로 갈기갈기 찢어놓은 문장들이 원래 책의 몇 페이지에 있던 내용인지 다시 순서대로 짜맞춰야 하는 끔찍한 막노동이 남는다. 여기서 현대 컴퓨터 공학(생물정보학)의 괴물 같은 알고리즘이 등장한다. 컴퓨터는 수천만 개의 조각들 중 끝부분 글자가 겹치는(오버랩) 부분들을 찾아내서 마치 직소 퍼즐을 맞추듯 30억 개의 원래 순서로 순식간에 이어 붙여(Assembly) 완벽한 인간 설계도를 완성해 낸다. ![새로운 염기쌍(A, T, C, G)이 부착될 때마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빛이 깜박이며 풀처럼 수천 개의 빛나는 작은 DNA 파편이 서 있는 NGS 플로우 셀의 클로즈업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