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공감각
숫자 '3'을 보면 빨간색이 보이고 음악을 들으면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감각의 교란 현상, '공감각'이 일어나는 뇌 신경망의 기괴한 배선 오류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2년 10월 8일 · 읽는 데 4분
어느 수학자가 칠판에 적힌 '3 + 5 = 8'이라는 숫자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빨간색 3이랑 노란색 5를 더했는데 왜 초록색 8이 되는 거죠? 색깔이 전혀 안 맞잖아요!"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는 D단조의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입안에서 '초콜릿 맛'이 난다고 황홀해한다. 미친 사람들의 헛소리가 아니다. 전체 인류의 약 2~4%가 겪고 있는, 하나의 감각이 자극받을 때 전혀 엉뚱한 다른 감각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기괴한 뇌의 칵테일 파티, '공감각(Synesthesia)' 현상이다. 소리를 눈으로 보고 숫자를 색깔로 느끼며 단어에서 맛을 느끼는 이들의 뇌 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신비롭고도 혼란스러운 뇌 신경망의 '배선 오류' 속으로 들어가 보자.
뇌 속의 전선이 엉키다, 교차 배선(Cross-wiring)
정상적인 사람의 뇌는 감각의 부서가 철저하게 독립되어 있다.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뒤통수(후두엽)로, 귀로 들어온 청각 정보는 옆머리(측두엽)로 가서 따로따로 처리된다. 마치 아파트의 수도관과 가스관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공감각자들의 뇌는 이 배관들이 서로 엉켜서 퓨즈가 합선되어 버린 상태다(교차 배선 이론). 예를 들어, 귀로 소리를 듣는 청각 세포에서 전기가 찌릿하고 발생했는데, 이 전기가 엉켜있는 전선을 타고 옆 동네인 '시각 세포(색깔을 보는 곳)'로 튀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귀로 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뇌는 "어? 시각 세포에 불이 들어왔네? 색깔이 보인다!"라고 착각하며 허공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그려내게 된다.
태어날 때는 누구나 공감각자였다
더 충격적인 신경학자들의 주장은 "우리 모두 아기 때는 공감각자였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 속 신경 세포(뉴런)들은 가지(시냅스)가 수천만 개씩 무성하게 얽혀 있어서 모든 감각이 하나로 뒤죽박죽 섞여 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색깔을 보고 맛을 느끼는 환각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뇌는 필요 없는 곁가지들을 쳐내는 '가지치기(Pruning)' 작업을 통해 감각의 방을 깔끔하게 분리해 낸다. 학자들은 공감각자들이 유전자 변이 때문에 아기 때 뇌의 가지치기가 덜 끝나서, 어른이 되어서도 이 감각의 잔가지(연결 고리)들이 여전히 엉켜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글자와 색깔의 기괴한 결합, 색채-자소 공감각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공감각은 글자나 숫자를 볼 때마다 특정 색깔이 덧칠해져 보이는 '색채-자소 공감각'이다. 검은색 잉크로 빽빽하게 인쇄된 신문 기사를 볼 때, 그들에게는 'A'는 새빨간 색으로, 'B'는 파란색으로 형형색색 빛나는 홀로그램처럼 보인다. 뇌 스캐너(fMRI)로 이들을 촬영해 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글자를 읽을 때 모양을 처리하는 뇌 부위 바로 옆에 '색깔'을 처리하는 부위(V4)가 찰싹 붙어있는데, 글자를 읽는 순간 옆 동네인 색깔 부위에도 피가 몰리며 맹렬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뇌의 100% 생물학적 오작동이 증명된 것이다.
예술가들의 저주받은 축복
이 기괴한 합선은 일상생활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사람 이름에서 썩은 쓰레기 맛이 날 수도 있다), 종종 엄청난 천재성을 부여하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 화가 칸딘스키는 악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앞에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도형이 튀어나오는 것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추상 미술의 창시자가 되었다. 빌리 아일리시나 레이디 가가 같은 천재 뮤지션들 역시 음악을 '색깔과 냄새'로 복합적으로 느끼며 작곡을 하는 대표적인 공감각자들이다. 남들보다 두세 배로 풍부한 감각의 홍수가 그들에게 폭발적인 예술적 직관을 선물한 셈이다. ![왼쪽에는 깔끔하게 분리된 감각 부서가 있는 정상적인 뇌를, 오른쪽에는 소리가 시각 피질을 가로질러 다채로운 불꽃놀이로 폭발하는 공감각 뇌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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