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지식 더하기 차세대 현미경 spm이란

빛이나 전자가 아닌 아주 뾰족한 '바늘(탐침)'로 원자의 표면을 직접 더듬어 읽어내는 궁극의 나노 현미경, SPM(주사탐침현미경)의 기발한 원리를 소개한다.

편집부 · 2023년 9월 30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맹인이 점자를 읽는 것처럼 표면을 매핑하면서 각각의 빛나는 파란색 원자 바로 위를 맴도는 극도로 날카롭고 빛나는 나노 바늘의 매우 상세한 시각화
물리학, 맹인이 점자를 읽는 것처럼 표면을 매핑하면서 각각의 빛나는 파란색 원자 바로 위를 맴도는 극도로 날카롭고 빛나는 나노 바늘의 매우 상세한 시각화

과학 시간에 쓰던 광학 현미경은 렌즈와 빛을 이용해 물체를 크게 확대한다. 하지만 빛(가시광선)은 파장이 너무 길어서, 빛보다 훨씬 더 작은 '원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노 세계를 보려면 전자 현미경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샘플을 진공 상태로 만들고 금속으로 코팅해야 하는 등 제약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눈으로 보는(Seeing) 것을 아예 포기하고, 대신 '손으로 만져보는(Feeling)'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어 글을 읽어내듯, 원자 한 개 굵기의 미치도록 뾰족한 '바늘'로 물질의 표면을 긁고 더듬어서 3차원 지도를 그려내는 궁극의 현미경. 현대 나노 공학의 눈이자 손인 '주사탐침현미경(SPM, Scanning Probe Microscopy)'의 원리를 들여다보자.

본다는 것의 한계를 부수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본다'는 것은 물건에 맞고 튕겨 나온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다. 그런데 빛의 파장(400~700 나노미터)보다 훨씬 작은 원자(0.1 나노미터) 곁을 빛이 지나가면, 파도에 작은 조약돌이 휩쓸려가듯 빛이 원자를 그냥 쓱 통과하거나 엉뚱하게 휘어져 버린다(회절). 즉, 빛으로는 절대 원자의 진짜 모습을 선명하게 찍을 수 없다. 이 광학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1981년 IBM의 과학자 거드 비닝과 하인리히 로러는 빛을 완전히 버렸다. 대신 끝부분에 원자 한 개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을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뾰족한 텅스텐 '바늘(탐침, Probe)'을 깎아 만들었다. 이 바늘로 표면을 직접 훑는 SPM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기 불꽃으로 점자를 읽다, STM

SPM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다. 원리는 소름 돋게 정밀하다. 뾰족한 바늘 끝을 시료(금속) 표면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약 1 나노미터) 미치도록 가깝게 갖다 댄다. 이 거리는 너무 가까워서 양자역학의 기적인 '터널링 효과(전자가 허공을 점프해서 건너뛰는 현상)'가 발생한다. 바늘 끝에서 시료로 찌릿찌릿 미세한 전기가 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늘을 표면 위로 쓱 이동시킬 때, 표면에 원자가 튀어나와 있어서 바늘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기가 강하게 흐르고, 원자가 움푹 파여 거리가 멀어지면 전기가 약해진다. 이 전류의 미세한 변화를 컴퓨터가 분석하여, 튀어나오고 들어간 원자들의 3차원 점자 지도를 완벽하게 모니터에 그려낸다. 왼쪽에는 흐릿한 기존 광학 현미경의 세포 이미지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SPM으로 촬영한 개별 원자의 수정같이 맑은 3D 지형도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부도체도 더듬는다, AFM의 등장

하지만 STM은 '전기가 통하는 물질'만 볼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살아있는 세포 같은 부도체(전기가 안 통하는 물질)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원자간력현미경(AFM)'이다. AFM의 바늘은 전기 대신 '원자 사이의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힘(인력과 척력)'을 이용한다. 다이빙대처럼 생긴 아주 얇고 탄력 있는 막대기(캔틸레버) 끝에 바늘을 달고 표면 위를 훑으면, 바늘 끝 원자와 시료 표면의 원자 사이에 미세한 자석 같은 밀당이 발생하며 막대기가 위아래로 휘청거린다. 막대기 위에 레이저를 쏴서 그 휘청거리는 각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 DNA 가닥이나 푹신푹신한 세포막의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기가 막히게 찍어낼 수 있다.

보는 것을 넘어, 원자를 조립하다

SPM이 진짜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돋보기가 아니라 '나노 핀셋' 역할까지 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STM 바늘 끝에 미세한 전압을 걸어서 표면에 있는 원자 1개를 바늘 끝에 찰싹 달라붙게 한 다음, 원하는 위치로 끌고 가서 톡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IBM의 과학자들은 제논(Xe) 원자 35개를 바늘로 하나씩 끌어와 'I B M'이라는 글자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 단위에서 타이핑하는 데 성공했다. ![단일 금 원자에 작은 전기 아크(양자 터널링)를 쏘아 과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STM 팁의 초현실적인 미세한 모습](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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