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돈다 전자도 돈다
지구가 자전하듯 전자 스스로 회전하는 양자적 성질인 '스핀(Spin)'이 어떻게 물질에 보이지 않는 자석의 힘(자성)을 부여하는지 물리학적으로 분석한다.
편집부 · 2023년 8월 12일 · 읽는 데 4분
냉장고 문에 무심코 자석을 찰싹 붙일 때마다 우리는 자연계의 가장 거대하고 기괴한 양자역학적 춤사위를 목격하는 셈이다. 도대체 저 시커먼 쇳덩어리(자석)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것일까? 옛날 물리학자들은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긴다는 것은 알았지만, 전기를 꽂지도 않은 가만히 있는 자석이 스스로 자력을 뿜어내는 이유를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수수께끼를 푼 것은 원자 속을 떠돌아다니는 가장 작고 가벼운 입자, '전자(Electron)'의 기이한 움직임이었다. 지구가 태양을 돌면서 동시에 자기 몸을 빙글빙글 돌려(자전) 낮과 밤을 만들듯, 전자도 스스로 미친 듯이 회전하며 자석의 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질의 심장부에서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영원한 팽이, '전자 스핀(Electron Spin)'의 신비로운 물리학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자는 팽이처럼 돈다, 스핀(Spin)의 발견
우리가 사는 지구는 태양 주변을 1년에 한 바퀴 도는 공전을 하면서, 동시에 하루에 한 바퀴씩 스스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자전을 한다. 1920년대 물리학자들은 원자의 중심(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 역시 지구와 완벽하게 똑같이 행동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전자들은 원자핵 궤도를 뱅뱅 도는(궤도 각운동량) 동시에, 자기 자신도 극축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제자리 돌기를 하고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전자의 이 내재적인 회전 성질을 '스핀(Spin)'이라고 불렀다. 전자가 팽이처럼 스스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자석(자성)의 기원을 풀어내는 마스터키였다.
회전하는 전하가 만드는 꼬마 자석
전자는 전기를 띤(음전하) 입자다. 물리학의 황금 법칙(전자기학)에 따르면, 전기를 띤 물체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움직이면 반드시 그 주변에 '자기장(자석의 힘)'이 생겨난다(마치 발전기 모터가 도는 것처럼). 즉, 전자 하나하나가 미친 듯이 제자리 스핀을 하면서 스스로 N극과 S극을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꼬마 자석'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지는 모든 물질(원자) 속에는 이 수조 개의 꼬마 자석(전자)들이 바글바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왜 세상 모든 물건이 자석처럼 쇠를 끌어당기지 않는 걸까? 나무나 플라스틱은 자석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핀의 짝짓기와 상쇄의 법칙
자석이 되느냐 마느냐의 운명은 전자들의 '방향(짝짓기)'에 달려 있다. 원자 속에 있는 전자들은 보통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방(오비탈)에 들어가는데, 우주의 룰(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따라 한 놈이 위로 회전(Up Spin)하면 다른 한 놈은 반드시 아래로 회전(Down Spin)해야 한다. 위로 도는 꼬마 자석과 아래로 도는 꼬마 자석이 만나면 서로 힘이 부딪혀(상쇄되어) 자기장이 '0(Zero)'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무, 물, 플라스틱 같은 대부분의 물질은 전자들의 스핀이 모두 짝을 지어 죽어버렸기 때문에 자성을 잃고 맹탕이 되는 것이다.
강자성체, 100만 대군의 완벽한 정렬
그런데 '철, 코발트, 니켈' 같은 특이한 금속들(강자성체)은 궤도에 전자가 홀수 개로 남아서 짝을 짓지 못한 '외로운 전자'들을 몇 마리씩 품고 있다. 상쇄되지 않고 살아남은 이 외로운 꼬마 자석들은 엄청나게 독특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만약 외부에서 진짜 자석을 한 번 쓱 가져다 대주면, 쇳덩어리 속의 수조 개의 외로운 전자들이 마치 군대의 열병식처럼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스핀(회전)의 방향을 쫙 맞춰버린다. 수조 개의 꼬마 자석 힘이 한 방향으로 중첩되고 뭉치면서, 평범했던 쇳덩어리는 마침내 냉장고에 찰싹 달라붙는 강력한 '영구 자석'으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남은 과제
현대의 양자역학자들은 전자가 실제로 동그란 구슬 모양으로 빙글빙글 돈다는 고전적인 상상(자전)은 틀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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