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조직 배양 기술

잎사귀 한 장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복제해 내거나, 샬레 위에서 소고기를 키워내는 생명공학의 연금술인 '조직 배양'의 원리를 탐구한다.

편집부 · 2021년 7월 8일 · 읽는 데 4분

생명공학, 작고 빛나는 녹색 식물 잎사귀가 샬레 위에서 완전히 형성된 미니어처 나무로 마법처럼 자라나는 빛나는 무균 배양 접시
생명공학, 작고 빛나는 녹색 식물 잎사귀가 샬레 위에서 완전히 형성된 미니어처 나무로 마법처럼 자라나는 빛나는 무균 배양 접시

마법사의 주문처럼 들리겠지만, 과학자들은 나뭇잎 한 장을 갈아서 흙에 심지 않고도 수천 그루의 완벽하게 똑같은 나무를 복제해 낼 수 있다. 심지어 소를 도축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소의 근육 세포 몇 개를 바늘로 떼어내어 실험실 비커 안에서 최고급 안심스테이크를 구워낼 수도 있다. 흙도, 뼈도, 심장도 없이 오직 영양분이 든 젤리(배지) 위에서 생명체의 '조직(Tissue)'을 무한대로 키워내는 이 기괴하고도 위대한 생명공학의 연금술을 우리는 '조직 배양(Tissue Culture)'이라고 부른다. 멸종 위기의 식물을 살려내고, 도축장 없는 깨끗한 미래 식탁을 준비하는 21세기 바이오 혁명의 핵심, 조직 배양의 세포 분열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세포, 전능성(Totipotency)

조직 배양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포 속에 숨겨진 '전능성(Totipotency)'이라는 마법의 능력 때문이다. 우리 몸의 심장 세포는 심장만 뛸 줄 알고, 피부 세포는 피부 역할만 한다. 하지만 식물의 세포는 다르다. 식물의 잎이나 뿌리에서 떼어낸 세포 하나하나는 놀랍게도 '식물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설계도(DNA)와 능력을 그대로 품고 있다. 마치 레고 블록 하나가 "나는 원래 우주선이었어!"라며 스스로 증식해서 거대한 우주선 전체를 다시 조립해 내는 것과 같다. 이 세포의 끈질긴 기억력을 이용하는 것이 식물 조직 배양의 첫걸음이다.

캘러스(Callus), 형태 없는 흉터 덩어리

식물에서 떼어낸 세포를 호르몬과 비타민, 설탕이 잔뜩 들어있는 영양 젤리(한천 배지) 위에 올려놓으면 기괴한 일이 벌어진다. 세포들이 잎이나 뿌리로 자라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미친 듯이 자기 분열만 반복하여 하얗고 징그러운 '세포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식물이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상처를 메우기 위해 뿜어내는 이 딱지 같은 무정형 세포 덩어리를 '캘러스(Callus)'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캘러스를 핀셋으로 수백 조각으로 찢어서 다른 젤리에 옮겨 심는다. 그리고 여기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호르몬(옥신)과 잎을 자라게 하는 호르몬(사이토키닌)의 비율을 기가 막히게 조절해 주면, 고깃덩어리 같던 캘러스에서 갑자기 수백 개의 완벽한 새싹과 뿌리가 팍팍 터져 나오는 기적이 일어난다. 세포 생물학, 빛나는 파란색 영양 젤에서 분리되어 빠르게 증식하는 단일 전능성 식물 세포의 미세한 뷰

바이러스가 없는 무균 식물 복제

이 기술이 현대 농업을 바꾼 이유는 '바이러스 퇴치' 때문이다. 감자나 딸기 같은 식물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병이 유전되어 농사를 완전히 망친다. 하지만 식물이 자라나는 가장 끝부분, 즉 '생장점'의 세포는 세포 분열 속도가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바이러스가 아예 침투하지 못한 절대 청정 구역이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보고 이 생장점만 머리카락 굵기로 떼어내어 조직 배양을 한다. 그러면 100% 바이러스가 없는 완벽하게 깨끗한 '무균 묘'를 1년 내내 수백만 개씩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할 수 있다.

도축장을 없앨 인공 고기, 배양육

이제 조직 배양은 식물을 넘어 '동물'을 겨냥하고 있다. 살아있는 닭이나 소에서 근육의 줄기세포를 떼어내어, 피를 흉내 낸 붉은 영양액(혈청)이 담긴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생물 반응기) 안에 넣는다. 그러면 세포들은 자신이 여전히 소의 몸속에 있는 줄 착각하고 미친 듯이 분열하여 거대한 근육(고기) 덩어리로 자라난다. 이것이 환경 오염과 잔인한 도축을 0으로 만드는 미래 식량, '배양육(Cultured Meat)'이다. 왼쪽에는 잔인하고 거대한 산업형 도축장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유리관 안에서 완벽하게 빛나는 쇠고기 스테이크를 기르는 깨끗하고 미래 지향적인 실험실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남은 과제

식물의 전능성과 달리 동물 세포는 3차원의 진짜 고기처럼 질기게 뭉치려면 콜라겐 같은 복잡한 뼈대(지지체)가 필요하다. 또한 동물 세포를 키우는 붉은 영양액(소 태아 혈청)의 가격이 아직 너무 비싸서 햄버거 패티 하나에 수만 원이 넘는 살인적인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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