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의 탄생을 보러 간다

허블 망원경을 넘어 적외선 관측을 통해 빅뱅 직후에 태어난 최초의 은하와 외계 행성의 대기를 들여다보는 인류 최고(最高)의 눈, 제임스 웹의 경이로운 위력을 다룬다.

편집부 · 2023년 9월 29일 · 읽는 데 4분

우주 탐사, 짙고 어두운 우주에서 펼쳐지며 빛나는 고대 별빛을 포착하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황금빛 벌집 거울의 숨막히는 시각화
우주 탐사, 짙고 어두운 우주에서 펼쳐지며 빛나는 고대 별빛을 포착하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황금빛 벌집 거울의 숨막히는 시각화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눈부신 우주의 장관을 보여주었던 허블 우주 망원경은 한 가지 결정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만 잡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두꺼운 우주 먼지구름 속에 꽁꽁 숨어있는 별들의 고향이나 130억 년 전의 아주아주 늙은 태초의 빛은 도무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답답함을 한 방에 뚫어버리기 위해 나사(NASA)는 장장 25년의 시간과 1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우주의 눈동자를 만들어냈다. 18개의 육각형 황금 거울을 활짝 펼치고,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의 바다를 뒤져서 빅뱅 직후에 태어난 우주의 첫 번째 아기 별을 찾아내는 마법의 거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열어젖힌 경이로운 심우주(Deep Space)의 비밀 속으로 날아가 보자.

우주가 팽창하며 늘어난 빛, 적색 편이

왜 태초의 빛을 보려면 '적외선(Infrared)' 망원경이 필요할까? 우주는 빅뱅 이후로 지금 이 순간에도 풍선처럼 미친 듯이 팽창(우주 팽창)하고 있다. 만약 130억 년 전에 저 멀리 우주 끝자락에서 아기 은하가 '파란색(가시광선) 빛'을 뿜어냈다고 치자. 이 빛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130억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 동안, 팽창하는 우주의 공간 자체에 짓눌려 빛의 파장이 고무줄처럼 길게 쭈욱 늘어나 버린다(우주론적 적색 편이). 파장이 길어진 이 태초의 빛은 지구에 도착할 때쯤이면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난로에서 나오는 뜨끈한 열기와 같은 안 보이는 '적외선'으로 변해버린다. 허블 망원경은 가시광선 카메라만 달고 있어서 이 늘어난 고무줄(적외선)을 못 봤지만, 제임스 웹은 처음부터 이 적외선만 미친 듯이 긁어모으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적외선 사냥꾼'인 것이다.

먼지를 투시하는 매직 아이

적외선의 또 다른 사기적인 능력은 '투시력'이다. 우주에는 가스나 먼지구름(성운)이 엄청나게 많다. 가시광선(허블)은 파장이 짧아서 먼지 알갱이에 부딪히면 빛이 다 산란되어 튕겨 나가기 때문에, 구름 안쪽을 시커멓게 칠해놓은 것처럼 볼 수가 없다. 반면 적외선은 파장이 아주 길어서 웬만한 먼지나 가스 구름은 부딪히지 않고 유령처럼 쓱쓱 통과해 버린다. 허블이 찍었을 때 새까만 먼지에 가려져 있던 독수리 성운의 '창조의 기둥'을 제임스 웹이 적외선 카메라로 들이대자, 먼지구름이 유리창처럼 투명해지며 그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알을 깨고 태어나고 있는 수천 개의 찬란한 아기 별들이 쏟아질 듯 빽빽하게 드러난 것이다. 왼쪽에는 가시광선(Hubble)의 별빛을 차단하는 탁한 우주 먼지 구름을, 오른쪽에는 적외선(JWST)으로 먼지를 뚫고 찬란하게 빛나는 아기 별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극강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황금 거울

하지만 적외선 망원경을 우주에 띄우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 적외선은 곧 '열(Heat)'이다. 만약 망원경의 기계 장치나 거울이 햇빛을 받아 뜨거워지면, 망원경 자체가 스스로 적외선을 뿜어내어 정작 관측해야 할 희미한 별빛을 모조리 가려버린다(자체 눈뽕 현상). 그래서 제임스 웹은 태양과 지구에서 150만 km나 뚝 떨어져서(라그랑주 L2 지점), 등 뒤에는 테니스장 크기의 거대한 '5겹의 은박지 햇빛 가림막(선실드)'을 쫙 펴서 태양열을 완벽하게 튕겨내고 있다. 거울과 카메라는 영하 233도(40K)의 끔찍한 극한의 추위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유지되며 오직 아주 희미한 외계 별의 열기만 귀신같이 잡아내고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대기의 지문

제임스 웹의 또 다른 무기는 외계 행성의 하늘에 떠 있는 공기(대기)의 성분을 분석하는 능력이다(분광 관측). 저 멀리 외계 행성이 자기 항성(태양) 앞을 쓱 지나갈 때, 항성의 빛이 외계 행성의 대기를 뚫고 지구로 날아온다. 이때 대기 속에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 등이 섞여 있다면 빛의 스펙트럼(무지개)에 검은색 이빨 자국(흡수선)이 남게 된다. 제임스 웹은 이 적외선 이빨 자국을 분석해 저 행성에 바다가 있는지, 생명체가 뿜어내는 가스가 있는지를 단숨에 알아낼 수 있다. ![천문학,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계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극단적인 우주론적 적색 편이를 나타내는, 초현실적으로 붉게 빛나는 스펙트럼 차트](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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