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이 망가지는 질환 파킨슨병
뇌 속에서 쾌락과 운동을 조절하는 도파민 공장(흑질)이 파괴되어 몸이 굳어가고 떨리는 치명적 퇴행성 뇌 질환, '파킨슨병'의 신경화학적 원리를 다룬다.
편집부 · 2022년 4월 13일 · 읽는 데 4분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성화를 들어 올리던 장면을 전 세계는 숨죽여 지켜보았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던 가장 완벽하고 날렵한 인간의 육체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채 떨고 있었다. 치매(알츠하이머)와 함께 현대인을 가장 공포에 떨게 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다. 치매가 인간의 '기억(자아)'을 지우개로 지워버리는 병이라면, 파킨슨병은 정신은 멀쩡한데 '운동(육체)'의 마리오네트 줄을 뚝뚝 끊어버려 몸을 감옥으로 만들어버리는 잔혹한 병이다. 도대체 뇌 속의 어떤 스위치가 꺼졌길래 인간의 몸이 통제 불능의 쇳덩이로 변하는 것일까? 뇌 속 깊은 곳의 도파민 공장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연쇄 반응 속으로 들어가 보자.
뇌 속의 검은 공장, 흑질(Substantia Nigra)의 파괴
우리가 손가락을 까딱하거나 우아하게 걷기 위해서는 뇌의 대뇌피질에서 '움직여!'라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 명령이 근육으로 뻗어 나가기 전에, 뇌의 한가운데(기저핵)에 있는 미세한 조절 장치들을 반드시 거쳐야 동작이 부드럽고 정교해진다. 이 조절 장치에 '윤활유'를 공급해 주는 핵심 부위가 바로 뇌간 쪽에 있는 아주 작은 '흑질(검은색을 띠는 물질)'이라는 세포 덩어리다. 흑질에 있는 신경 세포들은 우리가 잘 아는 마약 같은 쾌락 호르몬이자 운동 조절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미친 듯이 뿜어내어 뇌의 운동 회로를 매끄럽게 돌린다. 그런데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독성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 등)로 이 흑질의 도파민 공장 세포들이 하나둘씩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
도파민이 마르면 몸이 굳어버린다
도파민 공장(흑질)의 세포가 70% 이상 죽어버려 뇌 속에 뿜어지는 도파민의 양이 바닥나면 끔찍한 증상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첫 번째는 '안정 시 진전(떨림)'이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도 손이나 턱이 달달 떨린다(오히려 물건을 집으려고 움직일 때는 떨림이 멈춘다). 두 번째는 '서동증(행동이 느려짐)'과 '경직'이다. 뇌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라는 도파민 윤활유가 오지 않으니,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버려 걸음을 내디딜 때 발이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떨어지지 않고 엉거주춤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얼굴의 근육도 굳어버려 표정이 사라지는 '가면 얼굴(Masked face)'이 되어 환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마법의 약물, 레보도파(Levodopa)의 한계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면, 밖에서 주사나 약으로 도파민을 왕창 넣어주면 낫지 않을까? 과학자들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도파민을 알약으로 먹으면 뇌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어막(뇌혈관 장벽, BBB)에 막혀 뇌 속으로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그래서 1960년대에 과학자들은 뇌혈관 장벽을 무사통과할 수 있는 도파민의 전 단계 물질, '레보도파(L-dopa)'를 개발했다. 환자가 레보도파를 먹으면 이 약물이 뇌 속으로 침투한 뒤 펑 하고 도파민으로 변신한다. 죽어가던 환자 벌떡 일어나 춤을 추게 만든 기적의 약물이었다. 영화 <사랑의 기적(Awakenings)>이 바로 이 레보도파 투여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다.
점점 짧아지는 마법의 시간 (약효 소진 증상)
하지만 레보도파는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치료제가 아니라 부족한 도파민을 임시로 부어주는 '진통제' 같은 역할일 뿐이다. 파킨슨병은 멈추지 않고 진행되므로, 뇌 속의 흑질 세포는 계속해서 죽어 나간다. 약을 먹은 지 몇 년이 지나면 도파민을 받아줄 뇌세포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약을 먹어도 효과가 1~2시간 만에 뚝 끊겨버려 환자가 걷다가 길바닥에 얼음장처럼 굳어버리는 '오프(Off) 현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도파민이 뇌에 너무 넘치면 이번엔 몸이 제멋대로 춤을 추듯 꺾이는 끔찍한 무도증(이상운동증) 부작용이 환자를 덮친다. ![왼쪽에는 행복한 노란색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활기차고 빛나는 도파민 시냅스를, 오른쪽에는 신호를 떨어뜨리는 죽어가는 쭈그러든 시냅스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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