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우주는 균일하지 않다

우주가 어느 곳이나 똑같이 생겼다는 편견을 깨고, 10만 분의 1의 미세한 '온도 차이(비등방성)'가 오늘날의 별과 은하를 잉태한 창조의 씨앗임을 밝힌다.

편집부 · 2021년 9월 4일 · 읽는 데 4분

천체 물리학, 눈부신 거미줄 구조(Cosmic Web)를 보여주는 거대한 우주의 지도로, 일부 지역에는 빽빽하게 빛나는 은하단이 있고 다른 지역에는 완전히 어둡고 빈 공간이 있습니다
천체 물리학, 눈부신 거미줄 구조(Cosmic Web)를 보여주는 거대한 우주의 지도로, 일부 지역에는 빽빽하게 빛나는 은하단이 있고 다른 지역에는 완전히 어둡고 빈 공간이 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듬성듬성 흩어져 있고, 망원경으로 아주 먼 우주를 깊게 찔러봐도 은하들은 대충 엇비슷하게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밀가루 반죽처럼 어디를 떼어 봐도 물질의 밀도가 똑같은 '완벽하게 균일한(Isotropic)' 공간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주가 완벽하게 평등하고 매끄러운 젤리 같은 곳이었다면, 이 세상에는 별도, 행성도, 지구도, 우리 인간도 절대 태어날 수 없었다. 완벽한 균일함은 곧 아무것도 뭉치지 않는 완벽한 죽음(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빅뱅 이후 38만 년이 지난 초기 우주의 민낯을 찍은 사진(우주 배경 복사)을 통해, 10만 분의 1도의 기가 막힌 '불완전함(비등방성)'이 어떻게 찬란한 은하계들을 잉태했는지 우주 창조의 미세한 스크래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주의 첫 아기 사진, 우주 배경 복사

우주의 시작을 알린 대폭발(빅뱅) 직후, 우주는 펄펄 끓어오르는 미친듯한 에너지의 불덩어리였다. 빛조차 빽빽한 전자들의 안개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빅뱅 후 38만 년이 흘러 우주가 서서히 식어 온도가 3,000도쯤 되었을 때, 마침내 전자들이 얌전해지며 원자를 만들었고, 빛(광자)이 안개를 뚫고 팍 하고 우주 전체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최초의 빛들이 138억 년 동안 우주를 날아오며 에너지가 뚝뚝 떨어져 지금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차가운 전파(마이크로파) 형태로 우주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것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인공위성(COBE, WMAP, 플랑크)을 띄워 하늘 전체에서 날아오는 이 최초의 빛을 찍어 우주의 첫 '아기 사진'을 완성했다.

10만 분의 1의 기적, 비등방성(Anisotropy)

처음에 과학자들이 이 우주 배경 복사 사진을 찍었을 때, 우주의 온도는 사방팔방 어디를 보아도 영하 270.425도로 소름 돋게 똑같았다. 물리학자들은 좌절했다. 온도가 완벽하게 똑같다는 것은 우주의 물질들이 완벽하게 평등하게(균일하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물질이 균일하면 뭉칠 수가 없어서 별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공위성의 카메라 센서를 극한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온도를 소수점 5째 자리까지 쪼개서 다시 찍어보자, 마침내 기적이 나타났다. 하늘의 어떤 부분은 평균보다 0.00001도 미세하게 더 뜨거웠고(빨간색), 어떤 부분은 미세하게 더 차가웠다(파란색). 우주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당구공이 아니라, 미세한 얼룩이 묻어있는 '울퉁불퉁한 구슬(비등방성)'이었던 것이다. 초기 우주의 아주 작은 온도 변동(비등방성)을 강조하면서 얼룩덜룩한 파란색과 주황색으로 빛나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MB)의 유명한 타원형 지도

중력의 눈덩이 효과, 우주 거대 구조의 탄생

이 10만 분의 1도의 미세한 온도 차이(밀도 차이)가 우주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온도가 아주 미세하게 낮아 밀도가 살짝 높은 지역(얼룩)은 다른 곳보다 물질이 조금 더 모여 있었다. 물질이 많으니 '중력'이 강해졌고, 이 미세하게 강해진 중력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들을 스펀지처럼 미친 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번 물질이 뭉치기 시작하면 중력은 더 강해지고, 더 강해진 중력은 더 많은 물질을 폭식하는 거대한 눈덩이 효과(스노볼)가 일어났다. 이렇게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가스들이 뭉쳐 수천억 개의 별이 불타오르는 '은하(Galaxy)'가 탄생했고, 밀도가 낮았던 곳은 물질을 다 뺏겨서 텅텅 빈 칠흑 같은 어둠의 공간(보이드, Void)이 되어 버렸다.

은하들의 뼈대, 코스믹 웹(Cosmic Web)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주는 물질이 골고루 퍼져있는 수프가 아니라, 은하들이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이어져 빛나고 있고 그 사이사이는 뻥 뚫려있는 기괴하고 아름다운 '우주 거대 구조(코스믹 웹)'를 이루게 되었다. 138억 년 전 우주의 아기 사진(CMB)에 찍힌 미세한 빨간 얼룩과 파란 얼룩의 모양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지금 현재 하늘에 떠 있는 실제 은하들의 거미줄 위치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일치한다. ![초기 우주의 약간의 불완전성이 물질 생성으로 이어진 방법을 상징하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유리 구체가 울퉁불퉁하게 빛나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는 초현실적인 시각화](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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