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우주기술을 향한 발걸음 캔위성

콜라 캔 하나 크기의 초소형 위성 '캔위성'이 어떻게 수천억 원짜리 거대 위성들을 대체하며 현대 우주 개발의 진입 장벽을 박살 내고 있는지 소개한다.

편집부 · 2021년 10월 30일 · 읽는 데 4분

항공 우주, 고급 마이크로칩, 안테나, 카메라 렌즈로 가득 찬 빛나는 탄산음료 캔이 작은 낙하산을 타고 지구 대기를 우아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항공 우주, 고급 마이크로칩, 안테나, 카메라 렌즈로 가득 찬 빛나는 탄산음료 캔이 작은 낙하산을 타고 지구 대기를 우아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라고 하면 보통 버스만 한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수천억 원의 돈을 삼키며 우주를 떠도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거대 위성은 한 번 쏘아 올릴 때마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사(NASA) 같은 강대국의 국가 기관이나 초대형 기업들만 감히 도전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1999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로버트 트윅스 교수가 학생들에게 "음료수 캔(Can) 크기만 한 공간에 인공위성 부품을 다 때려 넣어봐!"라는 황당한 숙제를 내면서 우주 공학의 룰이 완벽하게 깨져버렸다. 콜라 캔 하나 크기(350ml) 안에 컴퓨터, 통신 장비, 센서를 기적처럼 쑤셔 넣은 이 꼬마 위성, '캔위성(CanSat)'이 어떻게 현대 우주 산업의 진입 장벽을 부수고 우주 민주화를 이끌고 있는지 살펴보자.

스마트폰 기술이 우주로 가다

캔위성이 가능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의 발전 덕분이다. 과거에는 위성에 들어가는 컴퓨터나 센서가 집채만 했지만, 이제는 새끼손톱만 한 칩 하나에 카메라, 온도계, GPS, 자이로스코프(자세 제어)가 모두 뭉쳐서 들어간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몇만 원짜리 아두이노(소형 컴퓨터 보드)와 라즈베리 파이를 사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3D 프린터로 캔 모양의 껍데기를 찍어낸 뒤 건전지와 소형 안테나를 구겨 넣었다. 우주복을 입은 박사들이 10년을 매달려야 했던 인공위성 설계가, 대학생 몇 명이 피자를 먹으며 두어 달 만에 뚝딱 조립해 낼 수 있는 '레고 놀이'로 돌변한 것이다.

로켓 대신 드론과 풍선을 타다

진짜 우주 궤도(수백 km 상공)까지 올라가는 초소형 위성을 '큐브샛(CubeSat)'이라고 부르지만, 초보자들이 만드는 캔위성은 진짜 우주까지 가지 않는다. 대기권 안에서 인공위성의 '모의 훈련'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캔위성을 기상 관측용 대형 풍선(헬륨기구)에 매달아 수 킬로미터 상공으로 띄워 올리거나, 드론과 미니 로켓에 싣고 하늘로 쏘아 올린다. 목표 높이에 도달하면 뚜껑이 열리고 콜라 캔(캔위성)이 툭 떨어져 나온다. 이때 캔위성은 등에 멘 작은 '낙하산'을 펼치고 땅으로 천천히 낙하하면서, 실시간으로 하늘의 사진을 찍고 온도와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지상의 노트북으로 전파를 쏘아 보낸다. 완벽한 인공위성의 축소판이다. 왼쪽에는 거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통적인 위성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같은 일을 하는 빛나는 작은 소다 캔 크기의 위성 떼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군집 위성(Swarm), 꼬마들의 반란

처음에는 학생들의 교육용 장난감으로 시작했지만, 이 초소형 위성의 개념은 이제 '스타링크(Starlink)' 같은 글로벌 우주 기업들의 심장 모델이 되었다. 집채만 한 위성 1대가 고장 나면 수천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통신망이 끊긴다. 하지만 콜라 캔이나 작은 사과 상자 크기의 초소형 위성을 한 번의 로켓에 100개씩 우르르 때려 싣고 우주로 쏘아 올려 거대한 '군집(Swarm)'을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성 몇 대가 우주 쓰레기에 맞아 고장 나도 다른 위성들이 그물을 메우듯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크고 비싼 한 명의 천재(대형 위성)보다, 싸고 흔한 수천 명의 꼬마 병정(초소형 위성)들이 우주를 정복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우주 해커들

캔위성의 가장 위대한 점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기존의 우주 프로젝트는 한 번의 실수가 국가적 재난(발사체 폭발)으로 이어져 엔지니어들이 혁신적인 모험을 하지 못하고 안전한 옛날 기술만 고집했다(보수성). 하지만 캔위성은 고장 나면 내일 부품을 새로 사서 다시 조립해 날리면 그만이다. 이 미친 자유로움 덕분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최신 IT 기술들이 거침없이 우주 공학에 이식되고 있다. 구름에서 날씨 데이터를 수집하는 빛나는 DIY CanSat이 작은 리모컨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열정적인 대학생 그룹

남은 과제

수만 개의 초소형 위성들이 궤도를 뒤덮으면서, 수명이 끝난 꼬마 위성들이 무서운 속도로 총알처럼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 폭탄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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