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우리는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인류가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탄소 예산의 고갈과 기후의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막지 못하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우울하고 냉혹한 과학적 진실을 경고한다.

편집부 · 2023년 4월 18일 · 읽는 데 4분

기후 위기, 바닥나는 탄소 예산을 나타내는, 불타는 지구본 위에 겹쳐진 0을 향해 카운트다운하는 빛나는 디지털 시계의 극적인 시각화
기후 위기, 바닥나는 탄소 예산을 나타내는, 불타는 지구본 위에 겹쳐진 0을 향해 카운트다운하는 빛나는 디지털 시계의 극적인 시각화

인류는 늘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낭만적인 오만에 취해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화성 식민지, 인공지능이 질병을 고치는 테크노 유토피아. 하지만 기후학자와 지구물리학자들이 슈퍼컴퓨터로 돌려본 21세기 중반의 미래 시나리오에는 그 어떤 장밋빛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이대로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친환경 에너지가 발명되더라도 지구 시스템 전체가 스스로 붕괴하는 연쇄 폭발을 막을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띄우는 찬란한 과학 기술마저도, 지구가 끓어오르며 무너져 내리는 물리적 한계점(티핑 포인트) 앞에서는 한낱 무의미한 불장난에 불과해진다. 지구의 시계가 왜 파국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지, 벼랑 끝에 선 기후 물리학의 절망적 고백을 들어 보자.

바닥난 통장, 탄소 예산(Carbon Budget)의 진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딱 '1.5도' 이상 올라가는 순간, 지구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 1.5도의 마지노선을 넘지 않기 위해 인류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총량을 '탄소 예산'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은 약 2,500억 톤에 불과하다. 지금 인류는 매년 400억 톤의 탄소를 허공에 뿜어내며 신나게 탕진하고 있다. 간단한 산수다. 빠르면 6년, 길어야 10년 뒤면 우리의 통장 잔고(탄소 예산)는 완벽하게 '0'이 되어 파산한다. 아무리 전기차를 늘리고 태양광 패널을 깔아도, 지금 당장 전 세계 모든 공장의 스위치를 끄고 화석 연료를 0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1.5도의 파국은 확정된 미래라는 뜻이다.

돌아오지 않는 강,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1.5도를 넘어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구는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져도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절벽(티핑 포인트)'이다. 예를 들어 북극의 하얀 빙하는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를 식혀주는 거대한 '거울' 역할을 한다. 온난화로 이 얼음 거울이 녹아 시커먼 바닷물이 드러나면, 바다는 햇빛을 미친 듯이 흡수하여 수온이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바다가 뜨거워지니 얼음은 더 빨리 녹고, 얼음이 없으니 바다는 더 뜨거워지는 '양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의 지옥이 시작된다. 일단 이 임계점(티핑 포인트)을 굴러떨어지는 순간, 인류가 탄소 배출을 멈추거나 말거나 지구 스스로 온도를 수직 상승시키며 자폭 모드에 들어가게 된다. 왼쪽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는 테크노 유토피아 도시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완전히 물에 잠긴 같은 도시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시베리아의 메탄 폭탄과 멈춰버린 해류

티핑 포인트의 도미노는 끔찍하다. 기온이 오르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며 땅속에 갇혀있던 수천억 톤의 '메탄가스'가 폭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온난화 효과가 센 악마의 가스다. 동시에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아 막대한 양의 민물이 대서양으로 쏟아지면, 바닷물의 농도와 밀도가 깨지면서 전 세계 바다를 돌며 열기를 섞어주던 '심층 해류(컨베이어 벨트)'의 모터가 완전히 멈춰버린다. 해류가 멈추면 열대의 바다는 펄펄 끓어올라 슈퍼 태풍을 끝없이 쏟아내고, 북반구는 빙하기처럼 얼어붙는 미친 기후의 붕괴 현상이 전 지구를 강타하게 된다. 영화 <투모로우>의 끔찍한 재난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기술적 구원이라는 헛된 망상

기술 지상주의자들은 대기 중의 탄소를 거대한 진공청소기계로 빨아들여 땅속에 묻어버리는 기술(CCUS)이나, 성층권에 황산염 가루를 뿌려 햇빛을 가리는(태양 지구공학)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이는 공장을 돌리기 위해 또다시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며, 인위적으로 햇빛을 가리면 전 세계의 비가 내리는 패턴이 붕괴하여 수십억 명이 굶어 죽는 농업의 대재앙이 벌어진다. 시스템을 부순 인간이 기술로 시스템을 수리하겠다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도박이다. ![가파른 절벽 아래로 굴러가는 거대하고 무거운 눈덩이를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인포그래픽으로, 기후 임계점의 멈출 수 없는 연쇄 반응을 상징](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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