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로 연료를 만들 수 있다면
그릭 요거트를 만들고 버려지는 독성 폐기물(산성 유청)을 미생물 공장을 통해 친환경 항공유와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탈바꿈시키는 생화학적 연금술을 소개한다.
편집부 · 2023년 6월 4일 · 읽는 데 4분
건강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그릭 요거트(Greek Yogurt)'. 다이어터들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이 완벽해 보이는 하얀 크림 뒤에는, 유제품 산업계가 쉬쉬하며 숨겨온 끔찍한 환경 재앙이 도사리고 있다. 그릭 요거트 1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3~4컵의 묽고 시큼한 찌꺼기 국물이 버려져야 한다. 이것을 '산성 유청(Acid Whey)'이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만 톤씩 쏟아져 나오는 이 시큼한 물을 강이나 호수에 몰래 버렸다간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독성 폐기물 사태가 벌어진다. 처리 비용만 수천억 원이 깨지는 이 골칫덩어리 쓰레기 앞에서 화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이 나섰다. "이 시큼한 찌꺼기 속에 들어있는 당분을 미생물에게 먹여서 비행기를 띄우는 기름(연료)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요구르트 찌꺼기가 하늘을 나는 항공유와 썩는 플라스틱으로 부활하는 유쾌한 생화학적 연금술을 구경해 보자.
독이 된 찌꺼기, 산성 유청의 폭주
일반 요거트와 달리 그릭 요거트는 수분을 쫙 짜내서 뻑뻑하게 만든다. 이때 짜내어 버리는 노르스름한 물이 바로 '산성 유청'이다. 이 유청은 이름 그대로 '산성도(pH)'가 높아 몹시 시큼하며, 그 안에는 우유의 천연 당분인 '유당(Lactose)'이 잔뜩 녹아 있다. 단백질도 없고 맛도 없어서 가축 사료로 쓰기도 애매하다. 만약 이 유당 덩어리를 강물에 버리면 강물 속에 사는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뷔페를 만난 듯 미친 듯이 번식하며 강물의 산소(O2)를 모조리 빨아들여 버린다. 그 결과 물고기들이 숨을 쉬지 못해 수면 위로 허옇게 배를 까고 떼죽음을 당하는 '부영양화(녹조 현상)' 지옥이 열린다. 비싼 돈을 주고 폐수 처리장에 보내야 하는 치명적인 애물단지인 셈이다.
박테리아 공장, 유당을 먹고 화학물질을 싸다
과학자들은 이 찌꺼기가 강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폭탄이라면, 거꾸로 통제된 비커 안에서 박테리아에게 먹이면 엄청난 화학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일과 미국의 연구진은 이 유청 속에 미생물(박테리아)을 집어넣어 발효시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박테리아들은 달콤한 유당을 미친 듯이 집어먹고 소화한 뒤, 엉뚱하게도 '카프론산(Caproic Acid)'과 '카프릴산(Caprylic Acid)'이라는 특수한 화학 물질을 배설물(방귀)처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카프론산 덩어리들이 바로 마법의 열쇠다. 이것은 석유 화합물과 분자 구조가 매우 비슷해서, 항생제를 만들거나 석유를 대체하는 화학 산업의 최고급 원료로 쓰일 수 있는 보물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요거트, 친환경 바이오 항공유
뽑아낸 카프론산을 실험실에서 촉매와 함께 살짝 끓이고 볶아주면(탈탄산 반응 등 화학적 업그레이드), 분자들이 길게 엮이면서 제트기 엔진에 넣고 태울 수 있는 완벽한 '바이오 항공유(Bio-jet fuel)'로 변신한다. 비행기는 엄청난 열을 버텨야 하므로 무겁고 큰 전기 배터리로는 도저히 띄울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화석연료를 태워야만 한다. 그런데 옥수수나 콩을 베어내서 식물성 기름을 짜내는 기존의 바이오연료는 식량난을 부추긴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다. 반면 요거트를 짜고 버리는 완벽한 '쓰레기 폐수'를 재활용하여 제트기 연료를 만드는 이 기술은, 식량 문제도 해결하고 폐수 처리 비용도 아끼는 궁극의 친환경 일석이조 시스템인 것이다.
썩는 플라스틱(PHA)의 원료로 진화하다
미생물의 연금술은 비행기 연료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른 종류의 미생물(할로모나스 등)에게 이 시큼한 유청을 먹였더니, 녀석들은 배가 터질 때까지 유청을 퍼먹고 자신의 뱃속(세포질)에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라는 하얀색 지방 알갱이를 꽉꽉 채워 넣었다. 이 박테리아들의 배를 가르고 하얀 알갱이를 꺼내서 뭉치면, 석유로 만든 비닐봉지처럼 질기지만 땅에 묻으면 미생물들이 한 달 만에 완벽하게 갉아 먹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100%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이 탄생한다. ![락토스 당 분자를 공격적으로 먹어치우고 빛나는 연료 화학 물질을 땀으로 배출하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의 미세한 보기, 생명공학](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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