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와이파이로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하다고 2

공기 중의 와이파이 전파를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수확 기술이 스마트폰을 넘어 먼지 크기의 첩보 센서(스마트 더스트)를 영원히 살려두는 무서운 미래를 조명한다.

편집부 · 2023년 3월 19일 · 읽는 데 4분

미래 지향적 감시, 공중에 떠 있는 먼지 크기의 빛나는 마이크로칩이 눈에 보이지 않는 Wi-Fi 에너지파를 조용히 흡수하여 스스로 영원히 전력을 공급합니다
미래 지향적 감시, 공중에 떠 있는 먼지 크기의 빛나는 마이크로칩이 눈에 보이지 않는 Wi-Fi 에너지파를 조용히 흡수하여 스스로 영원히 전력을 공급합니다

지난 편에서 우리는 공중에 떠다니는 와이파이(Wi-Fi)나 통신 전파(RF)를 렉테나(Rectenna)라는 마법의 안테나로 빨아들여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ing)' 기술의 원리를 살펴보았다. 비록 지금 당장은 쥐꼬리만 한 전력량 때문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100% 채우려면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뼈아픈 한계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위대한 기술은 그저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끝나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배터리를 꽂을 수조차 없이 작고 은밀한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의 세계로 들어가면, 이 무선 충전 기술은 영화 007을 능가하는 가장 끔찍하고도 완벽한 감시 시스템이자, 인간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 로봇의 영원한 심장이 된다. 스마트폰을 넘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세상을 통제하기 시작한 '배터리 없는(Battery-free)' 칩들의 무서운 진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지 크기의 스파이, 스마트 더스트

미국 국방부(DARPA)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스마트 더스트'는 글자 그대로 '먼지 크기의 똑똑한 컴퓨터 센서'다. 쌀알보다 작은 1~2밀리미터 크기의 이 실리콘 조각 안에는 온도와 소리를 감지하는 센서, 통신 장비, 칩이 모두 들어가 있다. 이 먼지들을 적군의 군사 기지나 도심 상공에 비행기로 흩뿌려 놓으면, 먼지들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적의 병력 이동 소리나 화학 가스 누출을 실시간으로 본부에 보고하는 궁극의 첩보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렇게 작은 먼지 안에 '배터리(건전지)'를 쑤셔 넣을 공간이 도무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산이나 적진에 뿌려놓은 수백만 개의 먼지 배터리를 방전될 때마다 사람이 가서 갈아 끼우는 것은 물리적으로 100% 불가능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좀비 칩의 탄생

이 불가능을 해결한 것이 바로 와이파이 전파 에너지 수확 기술이다. 스마트 더스트 안에는 초미세 '렉테나'가 내장되어 있다. 이 먼지 센서는 평소에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공중을 떠도는 방송국 전파나 무선 통신 기지국의 전파가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 전파의 에너지를 아주 조금씩 모아서 저장(축전기)한다. 에너지가 찔끔찔끔 모여서 특정 게이지를 꽉 채우는 순간, 먼지가 0.1초 동안 번쩍하고 깨어나 온도와 소리 데이터를 본부로 탁 전송한 뒤 다시 죽은 듯이 잠이 든다. 배터리가 없어도 주변의 잉여 전파만 주워 먹으며, 부서지지 않는 한 영원히 죽지 않고 주변을 감시하는 '좀비 칩'이 탄생한 것이다. 왼쪽에는 죽은 스마트폰을 들고 충전기를 찾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빛나는 Wi-Fi 에너지 장을 무심코 걸어가는 미래형 사람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인간의 혈관 속으로 들어간 나노 로봇

이 기술은 첩보 영화를 넘어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마저 바꾸고 있다. 의사들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나, 몸속에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혈관 속 나노 센서'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몸속에 배터리를 삽입하면 화학 물질이 새어 나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다시 살을 찢고 수술을 해야 한다. 이제 환자의 몸속에 배터리 없는 나노 칩을 핏줄 속에 흘려보낸 뒤, 의사가 환자의 몸 밖에서 특정 주파수의 전파(와이파이나 라디오파)를 쏘아주기만 하면 된다. 몸속의 나노 칩이 그 전파를 빨아들여 전기로 바꾼 뒤, 암세포의 위치를 파악하여 몸 밖으로 신호를 다시 쏘아 보내는 기적이 가능해졌다.

슈퍼마켓의 혁명과 은밀한 감시 사회

일상생활에서도 혁명은 시작되었다. 아마존고 같은 무인 슈퍼마켓의 상품에 붙은 얇은 바코드(RFID 태그) 역시 배터리가 없다. 천장에 달린 안테나가 전파를 쏘면, 과자 봉지에 붙은 태그가 그 전파 에너지를 빨아먹고 자신의 가격 정보를 계산대로 튕겨낸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끔찍한 감시 사회의 그림자가 도사린다. 당신이 산 옷이나 신발에 배터리 없는 미세 칩이 박혀있다면, 당신이 도심의 와이파이 존을 지나갈 때마다 칩은 영원히 당신의 위치를 기업의 마케팅 서버나 정부에 전송할 수 있다. ![빛나는 파란색 전파를 안정적인 빨간색 직류 전류로 변환하는 정류 안테나의 매우 상세한 미세한 뷰, 무선 충전의 물리학](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