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영원한 젊음을 향한 우리의 노력

인간이 늙는 이유를 DNA 끝자락의 '텔로미어' 마모와 '좀비 세포(노화 세포)'의 축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되돌리려는 역노화 화학의 눈부신 발전을 소개한다.

편집부 · 2022년 2월 12일 · 읽는 데 4분

생화학, 거대한 DNA 이중 나선 끝의 텔로미어를 나타내는 빛나는 신발 끈 끝으로 노화에 대한 은유로 천천히 닳고 닳아 없어지는 모습
생화학, 거대한 DNA 이중 나선 끝의 텔로미어를 나타내는 빛나는 신발 끈 끝으로 노화에 대한 은유로 천천히 닳고 닳아 없어지는 모습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매혹적인 꿈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세상을 헤맸고, 중세 연금술사들은 쇳물에 수은을 타서 마셨다. 과거에는 늙는다는 것을 자동차 부품이 닳아서 고장 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불가피한 섭리'로 여겼다. 그러나 21세기의 현대 생물학자들은 노화를 완전히 다르게 정의한다. 노화는 섭리가 아니라, 유전자에 오류가 쌓여 발생하는 완벽한 '질병(Disease)'이라는 것이다. 질병이라면 원인을 찾아내어 고치거나 예방(역노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포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고, 죽지 않고 몸속을 떠도는 좀비 세포를 사냥하여 영원한 젊음을 손에 쥐려는 첨단 생화학과 유전공학의 기적 같은 전쟁터로 들어가 보자.

생명줄의 끝자락, 텔로미어(Telomere)

우리가 늙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포가 더 이상 새로운 세포로 분열하지(재생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핵 속에 들어있는 유전자(DNA) 밧줄이 복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DNA 밧줄의 양 끝에는 신발 끈 끝에 씌워진 플라스틱 캡처럼 밧줄이 풀리는 것을 막아주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뚜껑이 덮여 있다. 문제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복제 기계의 한계 때문에 이 텔로미어 뚜껑이 닳아서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다. 평균 50~70번 정도 세포가 분열하고 나면 텔로미어 뚜껑이 완전히 닳아 없어져 버린다. 뚜껑이 사라진 DNA는 중요한 생명 정보가 망가질까 두려워 스스로 세포 분열 스위치를 영원히 꺼버린다(헤이플릭 한계). 즉, 텔로미어가 다 닳아 없어지는 순간이 바로 우리 피부가 주름지고 장기가 늙어가는 노화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이다.

죽지 않는 괴물 세포, 텔로머라아제의 딜레마

그렇다면 다 닳아버린 텔로미어를 다시 덧붙여서 길게 만들어주면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우리 몸속에는 텔로미어를 다시 길게 이어 붙여주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가 존재한다. 정자나 난자 같은 생식 세포나 줄기세포에서는 이 효소가 콸콸 뿜어져 나와 세포가 절대 늙지 않고 영원히 분열한다. 하지만 일반 체세포에서는 이 효소의 스위치가 굳게 꺼져 있다. 왜 꺼두었을까? 만약 일반 세포가 텔로머라아제를 이용해 무한대로 분열하게 되면, 그것은 곧 통제 불능의 살인마인 '암세포'로 돌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암세포는 이 텔로머라아제 스위치를 불법으로 켜서 영원히 죽지 않고 증식하는 놈들이다. 과학자들은 암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텔로미어만 살짝 길게 만들어주는(역노화) 아슬아슬한 줄타기(유전자 조작)를 연구하며 젊음의 샘을 찾고 있다. 의학 과학, 빛나는 네온 파란색 면역 세포(세놀리틱스)가 어둡고 독성이 있는 좀비 세포(노화 세포)를 사냥하고 파괴하는 인체 내부의 미세한 전투

몸속의 썩은 사과, 좀비 세포(노화 세포)

최근 노화 과학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는 늙어서 분열을 멈춘 '노화 세포'를 암살하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다 닳아서 분열을 멈춘 세포는 얌전히 죽어서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웬일인지 죽지도 않고 끈질기게 몸속에 들러붙어 있는 놈들이 있다. 이른바 '좀비 세포'다. 이 좀비 세포들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염증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SASP)을 미친 듯이 뿌려대어 옆에 있는 싱싱하고 건강한 세포들까지 연쇄적으로 늙고 병들게 만든다. 상자 속에 썩은 사과 하나를 버려두면 주변 사과들이 몽땅 썩어버리는 것과 똑같다.

세놀리틱스(Senolytics), 좀비 킬러의 등장

과학자들은 이 썩은 사과(좀비 세포)만 귀신같이 찾아내어 폭파해 버리는 화학 약물인 '세놀리틱스(Senolytics, 노화 세포 제거제)'를 개발해 냈다. 늙고 털이 다 빠져 비실비실한 늙은 쥐에게 이 세놀리틱스 약물을 주사했더니, 몸속의 좀비 세포들이 싹 청소되면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쥐의 털이 다시 시커멓게 자라나고, 쪼그라들었던 신장 기능이 회복되었으며, 쳇바퀴를 도는 체력이 젊은 쥐만큼 펄펄 끓어오르며 수명이 무려 30%나 길어진 것이다. 전 세계의 억만장자들과 제약회사들은 이 마법의 좀비 킬러 알약을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 수조 원의 돈을 쏟아부으며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화 방지 개념, 시들고 마른 잎사귀를 활기차게 빛나는 녹색 새싹으로 변형시켜 거꾸로 달리는 낡은 골동품 시계의 초현실적인 시각화](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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