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어떻게 엔트로피 증가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나
우주는 점점 무질서해지는데 생물은 정교한 질서를 쌓아 올린다. 생명이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6일 · 읽는 데 4분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닫힌 계의 엔트로피, 곧 무질서의 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기만 한다. 그런데 생물은 단순한 분자들로 세포를 짓고, 세포로 조직을 짓는 정교한 질서를 만들어 낸다. 이것은 법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 생물은 닫힌 계가 아니라 바깥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열린 계이고, 자기 안의 질서를 만드는 대가로 주변에 그보다 더 많은 무질서를 내보낸다. 전체를 합하면 엔트로피는 여전히 늘어난다.
엔트로피란 무엇인가
엔트로피는 어떤 상태가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의 수와 관련된 양이다. 카드 한 벌을 섞으면 가지런히 정렬된 배열보다 뒤섞인 배열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섞으면 거의 언제나 뒤섞인 상태가 나온다. 무질서한 상태가 많고 질서 있는 상태가 드물기 때문에, 자연은 내버려 두면 무질서한 쪽으로 흘러간다. 뜨거운 커피가 식고, 향수 냄새가 방 안에 퍼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제2법칙은 이 경향을 법칙으로 정리한 것이다. 바깥과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닫힌 계에서 엔트로피는 줄어들지 않는다. 우주 전체도 이 법칙을 따른다고 여겨진다.
생물은 어떻게 질서를 만드나
생물이 질서를 만들 수 있는 열쇠는 에너지다. 식물은 햇빛의 에너지를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로 포도당 같은 복잡한 분자를 만든다. 동물은 그 분자를 먹고 분해해 얻은 에너지로 몸을 짓고 움직인다. 질서 있는 구조를 쌓는 데는 늘 에너지가 든다.
그리고 에너지를 쓰는 과정에서 열과 단순한 분자가 나온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결국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몸이 내보내는 열로 바뀐다. 열은 주변 공기 분자를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 바깥의 엔트로피를 늘린다. 생물 안에서 줄어든 엔트로피보다 바깥에서 늘어난 엔트로피가 더 크다. 그래서 생물과 환경을 합친 전체로 보면 제2법칙은 그대로 지켜진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생물이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고 표현했다. 정확히는 질서가 높은 에너지원을 받아들이고 무질서한 찌꺼기를 내보내며 자기 질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 과정 | 생물 안에서 | 바깥에서 |
|---|---|---|
| 광합성 | 단순한 분자로 복잡한 당을 만듦 | 햇빛을 받아 열로 흩어 보냄 |
| 호흡 |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음 | 이산화탄소, 물, 열을 내보냄 |
| 몸 유지 | 세포와 조직의 질서 유지 | 체온으로 주변을 데움 |
지구 전체는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나
지구로 범위를 넓혀도 같은 그림이 나온다. 지구는 태양에서 온도가 높은 빛을 받고, 그보다 훨씬 온도가 낮은 적외선을 우주로 내보낸다.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의 양은 거의 같지만, 들어오는 빛은 빛 알갱이 하나하나가 큰 에너지를 가진 '질서 있는' 에너지이고, 나가는 빛은 같은 양이 수많은 작은 알갱이로 흩어진 '무질서한' 에너지다.
지구는 이 차이를 이용해 바람과 해류를 돌리고, 물을 순환시키고, 생명을 유지한다. 햇빛이 지구에 주는 진짜 선물은 에너지의 양이 아니라 엔트로피가 낮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은 엔트로피를 늘리는 장치인가
일부 연구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이 에너지를 흩어 엔트로피를 늘리는 데 특히 효율적인 구조라는 시각을 내놓는다. 에너지가 한쪽으로 흐르는 환경에서는 그 흐름을 효과적으로 흩어 놓는 복잡한 구조가 저절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끓이면 냄비 안에 규칙적인 대류 무늬가 생기는 것처럼, 에너지가 흐르는 곳에서는 질서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시각은 흥미롭지만 아직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생물이 제2법칙을 어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무생물에서 어떻게 처음 생명 같은 질서가 생겨났는지는 여전히 큰 수수께끼다. 에너지 흐름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원리만으로는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가 어떻게 나타났는지까지 설명하지 못한다. 열역학과 생물학을 잇는 이 질문은 생명의 기원 연구에서 가장 근본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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