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에세이 중세 시대 사람들이 생명을 보는 시각_이것이 생물학이다 1편

신비로운 영혼이 생명을 움직인다는 중세의 생기론부터 인간을 정교한 시계 태엽으로 치부한 기계론까지, 생명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과학 철학의 투쟁을 다룬다.

편집부 · 2022년 9월 12일 · 읽는 데 4분

생물학 역사, 유리 플라스크 안에 떠다니는 천상의 영혼을 포착하려는 중세 연금술사의 초현실적인 빛나는 비주얼
생물학 역사, 유리 플라스크 안에 떠다니는 천상의 영혼을 포착하려는 중세 연금술사의 초현실적인 빛나는 비주얼

죽은 강아지의 사체와 살아있는 강아지를 저울에 올려놓으면 무게는 똑같다. 둘 다 심장도 있고 근육도 있고 뼈도 똑같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두 강아지를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으로 가르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진화생물학의 거장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는 그의 저서 《이것이 생물학이다》에서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이 끔찍하고도 매혹적인 철학적 질문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고대와 중세 사람들은 생명을 물리학이나 화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믿었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성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깃들어야만 비로소 생명이 된다고 믿었던 '생기론(Vitalism)'의 낭만부터, 르네상스 이후 인간을 그저 피와 뼈로 조립된 정교한 기계 장치로 깎아내린 차가운 '기계론(Mechanism)'의 반격까지. 생명의 진짜 정체를 밝히기 위해 피 튀기게 싸워온 생물학 철학의 거대한 전쟁터로 들어가 보자.

신이 불어넣은 숨결, 생기론의 지배

중세 시대 의사들과 학자들에게 생명이란 '점토 인형에 신이 불어넣은 마법의 입김'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돌맹이나 쇳덩어리(무생물)와 사람(생물)은 아예 구성 물질부터가 완전히 다르다고 굳게 믿었다. 인간의 몸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무게도 없는 아주 신비로운 에너지, 즉 '생명력(Vital force, 영혼이나 기)'이 핏속을 흐르고 있으며, 죽음이란 육체에서 이 깃든 영혼이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뿌리를 둔 이 생기론은 중세 종교의 교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수천 년 동안 생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신성한 방패로 군림했다. 인체를 해부해서 뼈와 근육의 작동 원리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불경스러운 악마의 짓으로 금기시되었다.

데카르트의 반격, 동물은 시계 태엽이다

17세기 르네상스 시대, 갈릴레오와 뉴턴이 우주를 차가운 수학 공식(물리학)으로 완벽하게 풀어내자 지식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이 물리학의 칼날을 생명체에 들이밀었다. 그는 생기론의 신비주의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선언했다. "인간의 몸이나 동물의 육체는 그저 엄청나게 정교하게 조립된 '시계 태엽 기계'에 불과하다!" 심장은 피를 뿜어내는 펌프 기계이고, 뼈와 근육은 지렛대이며, 눈동자는 카메라 렌즈일 뿐이라는 차가운 '기계론'의 탄생이었다. 기계론자들은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것조차 기계의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는 마찰음일 뿐, 거기엔 어떠한 신성한 영혼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비록 극단적이었지만, 이 시각 덕분에 학자들은 마침내 미신을 버리고 심장의 압력과 근육의 장력을 물리학과 화학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왼쪽에는 생명 에너지(생기론)의 빛나는 신비로운 아우라를, 오른쪽에는 매우 복잡한 시계 태엽 기계식 심장(기계론)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오줌이 깬 생기론의 환상, 요소의 합성

하지만 기계론자들도 도무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뼈나 근육은 기계라 쳐도,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끈적한 물질(피, 오줌, 단백질)은 실험실의 화학 약품(무기물)들을 섞어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유기물과 무기물의 철벽). 하지만 1828년, 프리드리히 뵐러라는 화학자가 광물에서 캔 시안산암모늄(무기물)을 비커에 넣고 그냥 불로 구웠더니, 끔찍하게도 인간의 오줌 속에 있는 냄새나는 '요소(Urea, 유기물)' 결정이 마법처럼 튀어나왔다. 인간의 몸속에서 신비로운 생명력이 있어야만 만들어진다던 생명의 물질을, 차가운 실험실의 불꽃 구덩이에서 그저 돌맹이를 구워 화학적으로 만들어내 버린 것이다. 생기론의 숨통이 완벽하게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환원주의를 넘어, 유기체주의의 등장

그렇다면 생명은 정말 부품(원자)들을 레고처럼 조립해 놓은 단순한 기계일까? 에른스트 마이어는 생기론도, 기계론(환원주의)도 모두 틀렸다고 단언한다. 단백질 덩어리들을 비커에 기계적으로 섞어놓는다고 해서 심장이 뛰지는 않는다. 뇌세포 한 개 한 개를 떼어놓고 보면 그저 단순한 화학 덩어리(기계)지만, 그 수백억 개의 세포가 얽히고설키며 '네트워크(조직)'를 이루는 순간, 뇌세포 1개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고도의 '생각'과 '기억'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특성이 번쩍하고 튀어나온다. 이를 '창발성(Emergence)'을 지닌 '유기체주의(Organicism)'라고 부른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기계)보다 무조건 크고 위대하다는 뜻이다. ![생각의 진화, 빛나는 DNA 나선형을 들고 부서진 고대 신비주의 사본 조각 위에 승리한 현대 생물학자의 초상화](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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