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아세트아미노펜 알고 먹자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먹는 진통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의 뇌 신경 차단 원리와, 술과 함께 먹었을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간 독성의 화학 반응을 경고한다.

편집부 · 2023년 12월 14일 · 읽는 데 4분

의료 시각화, 빛나는 붉은 통증 신호를 차단하며 인간의 뇌 내부에 떠 있는 빛나는 미세한 아세트아미노펜의 화학 구조
의료 시각화, 빛나는 붉은 통증 신호를 차단하며 인간의 뇌 내부에 떠 있는 빛나는 미세한 아세트아미노펜의 화학 구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날 밤, 사람들은 열과 두통을 견디기 위해 약국으로 달려가 특정한 약 하나를 쓸어 담았다. 둥글고 하얀 알약, '타이레놀(Tylenol)'이다. 타이레놀의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인류가 감기에 걸리거나 머리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집어 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해열진통제다. 이 약은 아스피린처럼 위를 갉아먹어 속을 쓰리게 만들지도 않고, 아이나 임산부가 먹어도 될 만큼 순하고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친숙하고 순한 알약 뒤에는 매우 무섭고 은밀한 그림자가 숨어 있다. 숙취로 머리가 깨질 때 이 약을 집어삼키는 순간, 약은 당신의 뇌를 치료하는 대신 간을 맹독성 화학 공장으로 바꿔버려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우리가 평생 먹어왔지만 정작 어떻게 통증을 멈추게 하는지 그 누구도 완벽히 알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약, 아세트아미노펜의 화학적 두 얼굴을 파헤쳐 보자.

뇌를 속이는 은밀한 진통제

우리가 다치거나 염증이 생기면 몸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화학 통증 경보기가 미친 듯이 울려 퍼지며 뇌에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유명한 진통제인 이부프로펜(부루펜)이나 아스피린은 염증이 난 상처 부위로 직접 달려가서 이 경보기를 강제로 꺼버린다. 그래서 상처의 염증도 가라앉히고(소염) 통증도 없애준다. 그런데 아세트아미노펜은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 이 녀석은 상처 부위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혈관을 타고 '뇌(중추신경계)'로 직행한다. 그리고 뇌 속의 온도 조절 센터를 툭 쳐서 열을 내리고(해열), 뇌가 통증을 느끼는 센서 자체를 둔감하게 마비시켜 버린다. 즉, 상처의 염증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을 속여 "아프지 않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타이레놀이 소염(염증 치료) 기능은 전혀 없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날 때 기가 막히게 잘 듣는 생물학적 이유다.

안전함의 대명사, 위장을 보호하다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하면서 위장 벽을 덮고 있던 끈적한 위점막(보호막)까지 싹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속에 먹으면 위액이 위장을 파먹어 위궤양이 오고 속이 쓰려 미칠 지경이 된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위장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직 뇌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빈속에 물과 함께 벌컥벌컥 삼켜도 속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이 엄청난 장점 덕분에 아세트아미노펜은 반세기 넘게 '가장 안전하고 속 편한 기적의 알약'으로 전 세계 가정의 구급함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었다. 약을 제대로 분해하는 건강한 간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술과 섞은 후 고군분투하는 손상된 어두운 간을 보여주는 분할 보기

술과 타이레놀, 최악의 화학적 살인마

하지만 이 순한 알약을 '술(알코올)'과 함께 먹는 순간, 몸속에서는 최악의 화학적 테러가 벌어진다. 우리가 약을 먹으면 결국 간(Liver)에서 그 약을 분해(대사)하여 소변으로 버려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간에서 분해될 때 아주 미미한 양의 'NAPQI'라는 끔찍한 맹독성 찌꺼기가 발생한다. 평소 건강한 간은 '글루타치온'이라는 해독제를 뿌려 이 독을 1초 만에 물로 씻어내어 안전하게 버린다. 그런데 어젯밤 술을 진탕 마셔서 간이 이미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떡실신이 된 상태(해독제 고갈)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때려 넣으면 어떻게 될까? 간은 해독제를 뿌리지 못하고, 맹독성 NAPQI 찌꺼기가 간세포에 그대로 달라붙어 간을 미친 듯이 썩게 만든다(급성 간 부전). 전 세계에서 급성 간 손상으로 간 이식을 받거나 응급실에 실려 오는 가장 큰 원인 1위가 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로 이 타이레놀 과다 복용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서방정과 숨겨진 아세트아미노펜의 늪

많은 사람이 두통이 낫지 않는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을 하루에 6알, 8알씩 털어 넣는다. 더 위험한 것은 '중복 복용'이다. 약국에서 파는 종합 감기약, 콧물약, 생리통 약의 뒷면을 보면 열에 아홉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섞여 있다. 타이레놀을 먹고 감기약까지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 치사량(4,000mg)을 넘겨 간이 박살 날 위험에 처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제약회사들은 알약에 특수 코팅을 입혀 약이 8시간 동안 아주 서서히 녹아 나오게 만든 '서방정(ER)'을 내놓았다. 서방정은 간에 한꺼번에 무리를 주지 않아 안전하지만, 당장 머리가 아프다고 두 알 세 알 털어 넣다가는 나중에 몸속에서 약이 한꺼번에 터져 간 독성이 폭발할 수 있으므로, 유럽에서는 이 서방정의 판매를 아예 금지해 버리기도 했다. ![제약 예술, 간 독성에 대한 빛나는 경고 기호로 둘러싸인 반사 표면 위에 놓인 깨끗한 타이레놀 흰색 알약](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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