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석회암 지대의 자연 싱크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도심 싱크홀이 대개 낡은 하수관에서 시작된다면, 자연 싱크홀은 빗물이 수천 년 동안 바위를 녹인 결과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드는 구멍의 원리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2년 9월 14일 · 읽는 데 4분

밀림 속 청록색 물이 고인 거대한 자연 싱크홀
밀림 속 청록색 물이 고인 거대한 자연 싱크홀

자연 싱크홀은 석회암처럼 물에 잘 녹는 바위가 있는 지역에서, 지하수가 바위를 오랜 시간 녹여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위의 땅이 꺼지면서 생긴다. 이런 지형을 카르스트 지형이라 부른다. 도심에서 갑자기 생기는 싱크홀은 대부분 낡은 상하수도관에서 샌 물이 흙을 쓸어 가서 생기지만, 자연 싱크홀은 지질학적인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원인이 다르다.

석회암은 왜 물에 녹나

석회암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다. 순수한 물에는 잘 녹지 않지만, 빗물에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조금 녹아 있어 약한 산성을 띤다. 빗물이 흙을 지나며 식물 뿌리와 미생물이 내놓은 이산화탄소를 더 머금으면 산성이 조금 더 강해진다. 이 물이 석회암의 틈을 따라 스며들면 탄산칼슘을 천천히 녹여 낸다.

한 번에 녹는 양은 아주 적지만, 수천에서 수만 년 동안 이어지면 바위 속 틈이 넓어져 동굴이 된다. 석회 동굴 안의 종유석과 석순은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다시 굳어 생긴 것이다. 녹이는 과정과 굳히는 과정이 같은 화학 반응의 양방향이다.

석회암 지층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빈 공간이 커지는 과정을 그린 단면도

땅은 어떤 방식으로 꺼지나

자연 싱크홀은 꺼지는 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종류 만들어지는 방식 특징
용해형 지표 가까운 석회암이 직접 녹아 서서히 움푹 팸 천천히 생기고 얕은 그릇 모양
덮개 침하형 석회암 위의 모래가 아래 틈으로 조금씩 흘러내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내려앉음
덮개 붕괴형 지하 빈 공간 위의 흙이 버티다 한꺼번에 무너짐 갑자기 생겨 가장 위험함

가장 위험한 것은 덮개 붕괴형이다. 석회암 위를 점토 같은 끈끈한 흙이 덮고 있으면, 아래의 빈 공간이 커지는 동안에도 흙이 다리처럼 버틴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다가, 빈 공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순간 한꺼번에 무너진다. 이런 싱크홀은 몇 시간 만에 수십 미터 크기로 생기기도 한다.

무엇이 싱크홀을 깨우나

자연 싱크홀은 오랜 시간 준비되지만, 마지막에 무너지는 순간을 앞당기는 계기가 있다. 큰비가 내리면 흙이 물을 머금어 무거워지고, 물의 흐름이 흙을 아래로 쓸어 간다. 반대로 가뭄이나 지나친 지하수 사용으로 지하수 수위가 크게 내려가도 위험해진다. 지하 빈 공간을 채운 물이 위의 흙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다가, 물이 빠지면 받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활동도 영향을 준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내며 물길을 바꾸고, 지하수를 많이 퍼 올리는 지역에서는 자연 싱크홀이 더 자주 생긴다. 미국 플로리다처럼 석회암 위에 도시가 발달한 곳에서는 싱크홀이 주택과 도로를 삼키는 일이 드물지 않다.

지표가 둥글게 내려앉아 생긴 싱크홀 주변에 경고 표지가 세워진 장면

싱크홀이 만든 풍경도 있나

싱크홀이 늘 재난인 것은 아니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에는 세노테라 불리는 물이 고인 싱크홀이 수천 개 흩어져 있다. 이곳은 땅 위에 강이 거의 없는 대신, 세노테가 지하수로 들어가는 창 역할을 하며 고대 마야 문명의 중요한 물 공급원이었다. 세계 곳곳의 석회암 지대에는 싱크홀이 연이어 생겨 독특한 언덕과 웅덩이가 반복되는 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국에도 석회암이 넓게 분포한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 지역에 돌리네라 불리는 움푹한 지형이 있다.

남은 과제

자연 싱크홀이 언제 어디서 생길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땅속의 빈 공간을 미리 찾으려고 땅에 전파를 쏘아 반사를 보는 지표 투과 레이더, 미세한 땅의 움직임을 위성으로 재는 기술이 쓰이지만, 깊은 곳의 작은 빈 공간까지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기후 변화로 큰비와 가뭄이 번갈아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싱크홀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석회암 지대의 지하수를 꾸준히 살피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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