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 레이더 radar
전자기파의 반사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적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레이더 시스템의 물리학적 원리와 전쟁의 역사를 탐구한다.
편집부 · 2022년 12월 21일 · 읽는 데 4분
1940년 늦여름, 유럽 대륙을 모조리 짓밟은 히틀러의 막강한 나치 독일 공군(루프트바페)이 영국 런던을 향해 떼 지어 날아올랐다. 영국의 전투기 수는 독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 폭격기들이 구름 속에 숨어 몰래 영국 해협을 건너기도 전에, 영국 전투기들이 미리 정확한 고도에 매복해 있다가 벌떼처럼 쏟아져 내려 독일군을 도륙했다. 독일군은 마치 영국군이 신의 눈을 가진 것처럼 덜덜 떨며 퇴각했다. 영국을 구원한 이 보이지 않는 신의 눈의 정체는 바로 '레이더(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였다. 칠흑 같은 어둠과 짙은 안개 속에서도 수백 킬로미터 밖의 쇳덩어리가 날아오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이 마법의 기계는,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전자기파(Radio wave)'의 반사 원리를 무기로 바꿔놓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현대전을 통째로 지배하고 우주를 개척하는 레이더의 전파 물리학 속으로 들어가 보자.
메아리 치는 전파, 거리의 측정
동굴 속에서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면 1초 뒤에 메아리가 "야호!" 하고 되돌아온다. 소리의 속도는 1초에 340미터이므로, 1초 만에 메아리가 돌아왔다면 동굴 벽까지 왕복 거리가 340미터, 즉 벽이 170미터 앞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이더는 소리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일종인 '전자기파(전파)'를 쓴다. 거대한 접시 안테나가 허공을 향해 매우 강력하고 짧은 전파 펄스를 번쩍 쏘아낸다. 전파는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초속 30만 km)'로 날아가다가 하늘을 날고 있는 쇳덩어리(비행기)에 부딪히면 튕겨서(반사) 안테나로 되돌아온다. 전파를 쏜 시간과 메아리가 돌아온 시간의 아주 미세한 차이(마이크로초)를 측정하여, 적기가 지금 수백 킬로미터 밖 어느 위치에 떠 있는지 1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계산해 내는 것이다.
속도까지 알아내는 마법, 도플러 효과
초창기 레이더는 적기가 어디 있는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전파에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를 입혀 기가 막힌 업그레이드를 해냈다.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내 쪽으로 다가올 때는 소리가 찢어질 듯 날카롭게(고음) 들리고, 나를 스쳐 멀어질 때는 소리가 늘어지며 무겁게(저음) 들리는 현상이 바로 도플러 효과다. 레이더가 쏜 전파도 똑같다. 적기가 나를 향해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다면, 적기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전파의 찌그러짐(주파수 파장)이 촘촘해진다. 반대로 도망가고 있다면 파장이 길게 늘어진다. 컴퓨터는 튕겨 돌아온 전파의 파장이 얼마나 찌그러졌는지를 분석하여, 이 비행기가 시속 900km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도망가고 있는지를 귀신같이 잡아낸다. 과속 단속 카메라(스피드건)와 일기예보의 기상 레이더가 비구름의 이동 속도를 잡아내는 원리가 완벽하게 똑같다.
스텔스(Stealth), 전파를 훔치는 투명 망토
레이더 기술이 미친 듯이 발전하여 모기 한 마리의 크기까지 감지해 내게 되자, 공학자들은 거꾸로 레이더의 눈을 속이는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로 '스텔스(Stealth)' 전투기다. 스텔스기의 모양을 보면 우주선처럼 각지고 뾰족하게 생겼다. 레이더 전파가 날아와 비행기에 부딪혔을 때, 안테나가 있는 정면으로 튕겨 나가지 못하게 비행기 표면을 기괴한 각도로 꺾어 전파를 엉뚱한 하늘 위나 땅 밑으로 튕겨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비행기 겉면에 전파를 스펀지처럼 쫙 빨아먹어 열로 바꿔버리는 '전파 흡수 도료(RAM)'를 두껍게 바른다. 그 결과 거대한 B-2 폭격기 한 대가 하늘을 날아도 적국의 레이더 화면에는 새 한 마리 크기의 아주 미세한 점으로 찌그러져 보여 완벽한 투명 망토를 두르게 된다.
위상배열 레이더(AESA), 거북이에서 잠자리의 눈으로
과거의 레이더는 거대한 접시 안테나가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하늘을 살폈다. 그래서 한 바퀴를 돌고 올 때까지 몇 초 동안은 적기를 놓치는 사각지대가 생겼다. 이 약점을 극복한 최첨단 장비가 바로 이지스함이나 최신 전투기 앞코에 박혀있는 'AESA(능동 위상배열) 레이더'다. 빙글빙글 도는 무거운 접시를 떼어버리고, 평평한 판대기 위에 수천 개의 아주 작은 육각형 미니 안테나들을 벌집(잠자리 눈)처럼 촘촘하게 박아넣었다. 이 수천 개의 미니 안테나들이 번갈아 가며 전파를 전자적으로(빛의 속도로) 쏘아대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1,000개의 미사일 궤적을 1초의 사각지대도 없이 완벽하게 동시 추적해 낸다. ![도플러 효과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으로, 빛나는 음파가 움직이는 물체 앞에서 압축되고 물체 뒤로 늘어납니다](https://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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