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시그널 기후의 경고 기후가 미쳤다

전 세계를 덮친 이상 기후와 폭염의 원인인 제트기류의 약화와 열돔 현상을 분석하며 기후 변화의 물리학적 경고를 다룬다.

편집부 · 2021년 7월 18일 · 읽는 데 4분

기후 변화 개념, 뜨거운 공기의 숨 막히는 층 아래에 도시 전체를 가두는 끔찍하게 빛나는 붉은 열 돔
기후 변화 개념, 뜨거운 공기의 숨 막히는 층 아래에 도시 전체를 가두는 끔찍하게 빛나는 붉은 열 돔

지구의 날씨가 미쳐 날뛰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섭씨 49도라는 중동 사막에서나 볼 법한 살인적인 폭염이 쏟아져 수백 명이 길거리에서 열사병으로 픽픽 쓰러져 죽었다. 같은 시기 유럽의 독일과 벨기에에서는 하늘이 뚫린 듯 두 달 치 비가 단 이틀 만에 쏟아져 내리며 마을 전체가 흙탕물에 쓸려 내려가는 대홍수가 발생했다. 여름은 숨이 막히게 뜨거워졌고 겨울은 뼛속까지 얼어붙는 극단적인 혹한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단순히 올해 운이 나빠 날씨가 덥다고 투덜대지만, 기상학자들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끔찍한 물리학적 징후들이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구의 열을 식혀주던 북극의 차가운 방패가 무너지고, 바람의 고속도로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 머리 위 하늘에서는 도대체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후의 복수'가 시작된 대기역학의 섬뜩한 시그널을 해독해 보자.

고장 난 바람의 고속도로, 제트기류

우리가 사는 중위도(한국, 미국, 유럽) 하늘 꼭대기에는 초속 100미터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거대한 바람의 강이 있다. 바로 '제트기류(Jet Stream)'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의 뜨거운 공기가 만나서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할 때 발생하는 거대한 에너지다. 북극이 꽁꽁 얼어붙어 차가울수록(온도 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쌩쌩 불며,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 동네로 쏟아져 내려오지 못하게 꽉 묶어두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미친 듯이 녹아내리며 북극이 따뜻해지자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적도와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서 팽팽했던 제트기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헐렁헐렁해진 것이다.

뱀처럼 굽이치는 바람, 극단적 날씨의 시작

제트기류가 힘을 잃고 느려지면, 팽팽했던 띠가 끊어질 듯 구불구불하게 뱀처럼 굽이치며(사행) 흐르기 시작한다. 이 커다란 곡선 때문에 북극의 차가운 공기는 깊숙이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고, 반대로 적도의 뜨거운 공기는 북쪽 끝까지 밀고 올라간다. 그 결과 어느 지역은 텍사스에 눈보라가 치는 기괴한 혹한을 맞고, 바로 옆 지역은 시베리아 한복판이 섭씨 38도까지 끓어오르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에 갇히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이 굽이치는 파동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하늘 한가운데 꽉 막혀 며칠씩 정체해버린다는(블로킹 현상) 점이다. 비가 오는 지역은 비구름이 움직이지 않고 일주일 내내 폭우를 쏟아부어 홍수가 나고, 맑은 지역은 가뭄 구름이 정체하여 땅이 쩍쩍 갈라지고 산불이 번진다. 빛나는 파란색과 빨간색 바람 벡터, 느슨한 뱀처럼 완전히 왜곡되고 거칠게 흔들리는 극지방 제트 기류를 보여주는 세계 지도

압력솥에 갇힌 도시, 열돔 현상

이 블로킹 현상이 여름철 뜨거운 공기 덩어리(고기압)와 만나면 최악의 살인 무기인 '열돔(Heat Dome)' 현상이 만들어진다. 느려진 제트기류가 커다란 반구형의 뚜껑을 만들어 뜨거운 고기압을 한 지역의 하늘 위에 가둬버린다. 뚜껑에 갇힌 뜨거운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땅으로 꾹꾹 눌러앉으며(하강 기류) 압축된다. 공기가 압축되면 물리적으로 열이 펄펄 끓어오른다. 맑은 날씨 탓에 태양 빛은 그대로 땅을 달구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열돔 뚜껑에 막혀 다시 땅으로 튕겨 내려오는 가마솥 찜질방이 되어버린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를 덮쳐 숲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폭염의 원인이 바로 이 거대한 공기 압력솥 때문이었다.

티핑 포인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과학자들은 이 모든 기괴한 날씨가 우연이 아니라 지구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돌파하고 있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라고 경고한다. 북극의 하얀 얼음은 햇빛을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하는데, 얼음이 녹아 새까만 바닷물이 드러나면 바다가 태양열을 맹렬하게 흡수하여 지구는 더 빨리 뜨거워진다.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얼어있던 땅속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치명적인 '메탄가스'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인간이 온실가스를 지금 당장 0으로 줄인다고 해도 지구 스스로 열을 뿜어내는 기괴한 자폭 시스템이 켜져 버린 것이다. ![극한의 날씨, 한쪽은 종말론적인 건조하고 금이 간 사막을, 다른 한쪽은 재앙적으로 침수된 도시를 보여주는 굽은 풍경](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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